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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역 장군의 산티아고 순례길

2022.04.14 Views 594 관리자

공군예비역 금기연입니다
조선일보사에서 발간하는 '월간산'에 게재되었던 '예비역 장군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성우회원님들과 나누겠습니다.
히말라야 트레킹 3회를 포함하여 많은 곳을 다녀왔지만, 칠순이 넘은 지금 한 곳을 가라면 단연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입니다.
남녀노소, 종교와 국적을 불문하고 세계에서 모여드는 것은 그만큼 매력이 넘치고 비용도 저렴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작년 5월부터 12월까지 8회로 1차 연재를 끝내고, 금년 1월부터는 수원의 광교호수에서 촬영한 새사진을 연재 중입니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들고 순례를 원하시는 분이 있으시면 010-8970-1309로 연락 주십시오. 힘 닿는 대로 도와드리겠습니다.

 



1. 순례자
 야고보 사도의 유해가 있는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향하는 순례길은 유럽 전역에서 시작하여 큰 길만도 십여 개가 됩니다. 그 중 가장 순례자가 많은 곳이 799km의 프랑스길입니다. 순례자는 산을 넘고 들판을 가로질러 오로지 자신의 발로만 걸어갑니다. 손에 든 지팡이와 등에 맨 배낭으로 쉽게 분간이 되지요. 국적과 나이, 직업과 성별, 종교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각자의 사연이 담긴 과거를 뒤로 하고 오로지 산티아고를 향해 갑니다. 모든 것을 묻어버리고 새로운 내일을 향해 자연의 작은 한 부분으로서 묵묵히 걸음을 옮기는 모습, 순례자입니다
.




2. 설레임과 불안의 시작점
 프랑스길의 출발점인 생 장 삐에 드 뽀흐에서 시작하여 피레네를 넘는 첫 날입니다. 해발고도 200m에서 시작하여 1,430m까지 올랐다가 다시 900m로 내려가니 고도변화가 심한 날입니다. 변화가 심한 것은 고도만이 아닙니다. 산이 높으니 맑다가 흐리다가, 또 어느 순간엔 일부분에만 햇빛이 비쳐 사진과 같이 아름다운 모습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순례자들은 설레면서도 과연 무사히 순례를 마칠 수 있을지 불안한 마음으로 길을 재촉합니다. 한편으론 순간마다 달라지는 경이로운 모습에  감탄에 감탄을 거듭합니다
.




3 .자연의 신비
 자연은 참 신비합니다. 더 없이 맑던 하늘에 갑자기 구름이 모여 하늘과 땅이 컴컴해지기도 합니다. 어딘가 조금 벌어진 구름 틈새로 빛내림이 생기기도 합니다. 얼마 되지 않는 거리에 쨍쨍 내리쪼이는 햇빛과 엄청난 눈보라가 동시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천지창조가 연상되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한 장면을 마주한 것은 큰 축복이었습니다.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어둠이 있어 빛이 더욱 빛나고 값지듯
2천 리 800km를 걸어서 도달하는 산티아고 대성당은 그 기쁨과 가치가 더욱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4 .햇볕 뒤 짙게 낀 구름
 길을 걷다 보면 생각과는 다르게 행동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바로 눈앞에는 햇볕이 쨍쨍 내리쪼이는데 조금 떨어진 저곳에서는 짙게 낀 구름 아래로 철지난 눈이 내리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순례길은 눈 내리는 저곳을 지나야 합니다. 생각 같아서는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다렸다가 가야겠지만 일정상 그리 여유를 부릴 형편이 되지 못해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이 또한 축복입니다. 좀처럼 오기 힘든 곳이니 한 번 왔을 때 좋고 궂은 여러 가지 경험을 한꺼번에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5. 눈보라 속 노란 화살표
 철지난 눈과 함께 세찬 비바람까지 함께 하는 눈보라를 만났습니다.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 세찬 바람에 다들 서로 팔짱을 끼거나 부둥켜안고 함께 걸어야 했습니다. 일부는 넘어져 다치기도 했고, 되돌아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국내에서의 악천후 산행 경험이 많았기에 당황하는 일행을 다독여 무사히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악천후 속에서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노란 화살표는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순례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인생의 화살표를 찾거나, 찾으려고 애를 쓴다고 합니다.




6. 서로에게 천사가 되는 길
 우연히 마주친 서양 순례자들과 한참을 같이 이야기하며 걸었습니다. 계속 사진을 찍으면서요. 숙소에서 쉬고 있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했습니다. 함께 걸었던 그 친구들이었습니다. 다짜고짜로 레인보우, 레인보우를 외치며 저를 이끌었습니다.
 덕분에 아름다운 쌍무지개를 담았습니다. 이렇게 순례자들은 서로를 배려하고 도와줍니다. 그래서 다들 순례 중에 천사를 만난다고 합니다.
 누군가에게 천사가 되는 것은 순례길 뿐만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가능한 일입니다. 새봄부터는 자주 천사가 되어야겠습니다.

 


* 첨부파일을 클릭하시면 '월간 산'에 게재 된 원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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