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안보이슈]2026년 제33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결과 분석 및 시사점
2026.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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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제33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결과 분석 및 전략적 시사점
1. 제33차 ARF 개요
2026년 7월 23일, 필리핀 마닐라의 필리핀 국제컨벤션센터(PICC)에서 제59차 아세안 외교장관회의(AMM-59) 및 관련 외교장관회의의 일환으로 제33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가 개최되었다. "함께 구상하는 우리의 미래(Navigating Our Future, Together)"라는 2026년 아세안 의장국 주제 아래, 필리핀 마리아 테레사 라자르(Ma. Theresa P. Lazaro) 외교장관의 주재로 진행된 이번 회의에는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EU, 인도 등 27개 참가국 외교 수장과 아세안 사무총장이 참석하여 인도-태평양 및 주요 글로벌 안보 현안을 다각도로 논의하였다.
ARF는 강대국 간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는 정세 속에서 역내 주요국들이 포용적으로 대면하여 정치·안보 이슈를 다루는 다자 협의체이다. 이번 회의는 아세안 중심성(ASEAN Centrality)을 기본 축으로 삼아 신뢰구축조치(CBM)와 예방외교(PD)를 실질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였다. 회의 결과로 향후 10년간의 협력 이정표인 '마닐라 행동계획 2026–2036(Manila Plan of Action 2026–2036)'이 공식 채택되었으며, 영국의 제28번째 회원국 가입에 대한 아세안 컨센서스가 확인되는 등 다자 안보 플랫폼의 제도적 기반이 한층 강화되었다.
2. 공개된 의장성명(Chairman's Statement) 주요 의제별 원문
2026년 7월 25일 공식 공개된 제33차 ARF 의장성명(Chairman's Statement) 중 주요 안보 의제별 핵심 항의 원문 번역은 다음과 같다.
가. 한반도 정세 (Situation in the Korean Peninsula - 제20항)
"본 회의는 최근 한반도에서의 상황 전개에 우려를 표명하고, 비핵화된 한반도에서 지속적인 평화와 안정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관련 당사자 간 평화적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본 회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의 지속적인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이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고 있으며, 이는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우려스러운 상황 전개라는 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본 회의는 모든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촉구했으며, 평화적인 방식으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를 도모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주목했다. 모든 관련 당사국 간 평화적 대화를 위한 유리한 환경 조성을 포함한 외교적 노력이 최우선 과제로 유지되어야 한다. 본 회의는 관련 당사국 간 평화적 대화를 위한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ARF와 같은 아세안 주도 플랫폼 활용 등을 통해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재확인했다."
나. 남중국해 정세 (Situation in the South China Sea - 제17항)
"본 회의는 남중국해에서의 평화, 안보, 안정, 안전, 그리고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를 유지하고 증진하는 것이 지극히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남중국해를 평화, 안정, 번영, 지속 가능한 발전의 바다로 조성하는 것의 긍정적 혜택을 인식하였다. 본 회의는 2002년 남중국해 당사국 행동선언(DOC)의 전면적이고 실효적인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본 회의는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포함한 국제법에 부합하는 실효적이고 실질적인 남중국해 행동강령(COC) 협상을 올해(2026년) 내에 타결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대한다. 본 회의는 영유권 주장국 및 모든 다른 국가들의 자율적 자제와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 활동의 자제를 강조하였으며, UNCLOS를 포함한 국제법 준수 및 신뢰 구축 조치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다. 중동 정세 (Situation in the Middle East - 제18항 및 제19항)
"본 회의는 중동의 급변하는 정세, 특히 미합중국과 이란이슬람공화국 간의 적대행위 재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러한 상황 전개가 중재국들의 노력과 외교적 해결 구상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데 깊은 우려를 표하며, 모든 당사국이 최대한의 자제력을 발휘하고 즉각적인 적대행위 중단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본 회의는 레바논과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국제인도법 및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민간인과 민간 시설을 보호해야 하는 모든 당사국의 의무를 재확인했다. 아울러 지속되는 중동 긴장이 역내 무역, 에너지, 식량 안보, 비료 공급망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지적하고, 에너지·식량 안보 및 금융 리질리언스를 강화하기 위해 아세안이 마련한 권고안의 적시 이행에 합의했다."
라. 미얀마 정세 (Developments in Myanmar - 제21항 및 제22항)
"본 회의는 미얀마 내 지속되는 충돌과 인도적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아세안 정상들의 '5개항 합의(5-Point Consensus)' 이행의 진전을 독려했다. 아세안의 단합된 입장에 따라 5개항 합의가 미얀마 정치 위기 해결의 핵심 지침임을 재확인했다. 민간인 및 공공 시설에 대한 무차별적 폭력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모든 당사자가 무력 사용을 즉각 중단하고 포용적 국가 대화와 인도적 지원 전달을 위한 환경을 조성할 것을 촉구했다. 아세안 인도적지원물류조정센터(AHA Centre)를 통한 차별 없는 인도 지원 확대를 환영하였다."
마. 마닐라 행동계획 및 신안보 협력 (MPOA 2026–2036, ICT/AI, Online Scams)
"본 회의는 '마닐라 행동계획 2026–2036(MPOA)'이 강화된 대화, 신뢰구축조치, 예방외교를 통해 향후 10년간 ARF 협력을 이끌 시의적절하고 대응성 높은 전략적 프레임워크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아세안 공동체 비전 2045 및 MPOA에 맞추어 ARF 비전 성명을 개정함으로써 역내 평화와 안보 위협에 신속히 대응하는 효율성과 유연성을 확보할 필요성을 인식하였다. 초국가적 조직범죄와 관련하여 온라인 스캠(Online Scams), 테러, 국경 관리, 마약 단속 등에 관한 교차 분야 공조 강화를 치하하였다. ICT 사용의 안보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도전 과제에 대응하고 CBM 연구그룹 및 모범사례 공유 활동을 지속 추진하기로 하였다."
3. 의장성명 분야별 상세 분석
가. 한반도 문제: 비핵화 문언 변천과 대북 관여(Engagement) 전략
성명에 반영된 북핵 관련 표현은 2025년에 이어 2년 연속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로 유지되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삽입되었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대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표현이 채택된 것은,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감안하면서도 남북 간 대화 재개와 외교적 관여(engagement) 공간을 확보하려는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가 수용된 결과이다.
북한이 2년 연속 포럼에 불참했음에도 불구하고, 성명은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촉구함 동시에 ARF가 남북한이 모두 참여하는 역내 다자 안보 플랫폼임을 상기시켰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 역시 다자 무대에서 대북 비핵화 및 안보리 결의 이행이라는 기본 원칙적 입장에 동의하되,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는 아세안의 절충적 타협안을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나. 남중국해 문제: UNCLOS 준수와 연내 COC 타결 추진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에 대해 의장성명은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포함한 국제법의 엄격한 준수와 항행·상공 비행의 자유 보장을 핵심 원칙으로 명시하였다. 참가국들은 2002년 남중국해 당사국 행동선언(DOC)의 전면 이행을 촉구하는 동시에, UNCLOS에 부합하는 실효적이고 실질적인 남중국해 행동강령(COC) 협상을 2026년 연내에 완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특히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와 긴장 고조 행위를 자제하라는 구절은 남중국해 내 해양 분쟁 지역에서의 일방적 군사화 및 마찰을 견제하려는 필리핀 등 연안국과 미·일 등 주요국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이다.
다. 중동 사태 및 미얀마 위기
중동 정세에 관해 성명은 미·이란 간 직접적 적대행위 재개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즉각적인 무력 중단과 외교적 중재를 촉구하였다. 주목할 점은 중동 내 군사적 충돌이 단순한 지역 안보를 넘어 글로벌 에너지 시장, 식량 안보, 비료 공급망 등 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공식 적시하고, 아세안 차원의 경제·에너지 리질리언스 권고안을 신속히 이행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이다. 미얀마 위기와 관련해서는 민간인 대상 폭력을 강력히 규탄하고 '5개항 합의(5PC)'를 바탕으로 한 포괄적 대화와 AHA Centre를 통한 인도적 지원 강화를 주문하였다.
라. 비전통·신안보 협력: 사이버안보·AI·온라인 스캠 대응
성명은 비전통 안보 위협 중 특히 동남아 전역에서 급증한 온라인 스캠(Online Scams) 등 초국가적 조직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국경 관리, 대테러, 마약 단속을 연계한 다자 공조 시스템 강화를 결정하였다. ICT 및 인공지능(AI) 기술의 확산에 따른 안보적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CBM 연구그룹을 활성화하고,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어업 대응 등 해양 안보 실무 사업들을 적극 추진하기로 하였다.
4. 마닐라 행동계획(2026–2036)과 ARF 10년 프레임워크 분석
'마닐라 행동계획 2026–2036(MPOA)'은 이전 '하노이 행동계획 II(2020–2025)'를 계승하여 수립된 향후 10년간의 종합 전략 프레임워크이다. MPOA는 기존의 학술적 신뢰구축조치(CBM)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위기 관리와 분쟁 예방을 도모하는 예방외교(PD)로의 체질 개선을 목표로 한다.
MPOA는 대테러·초국가범죄(CTTC), 해양안보, 재난구호, 비확산·군축, ICT 안보 등 5대 핵심 분야에서 정례적 위기 대응 매커니즘을 구축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또한 '아세안 공동체 비전 2045'와 결합하여 ARF 비전 성명(Vision Statement)의 개정을 추진함으로써, 급변하는 안보 환경에 기밀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유연성(agility)을 확보하는 근간을 마련하였다.
5. 한국의 외교 전략 및 역내 주요국 관계에 주는 시사점
이번 제33차 ARF 회의 결과는 한국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및 대북 정책 추진에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조현 외교부 장관의 참석을 통해 한국은 남북 간 평화적 공존과 대화 복귀의 당위성을 피력하는 한편, 북핵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합된 경고 메시지를 유지하였다. 북한의 불참 속에서도 CVID 대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표기를 유지하도록 이끌어냄으로써, 유연한 대북 관여 전략을 펼칠 수 있는 외교적 명분을 확보하였다.
한국은 향후 주요 회기간 체계의 의장국을 수임하며 역내 안보 리더십을 확대할 예정이다. 한국은 2027년 싱가포르와 함께 ARF 회기간 지원그룹 회의(ISG on CBMs and PD) 및 국방당국자 대화(DOD)의 공동의장국을 맡으며, 2027–2029년 임기 동안 태국, 미국과 함께 대테러·초국가범죄 회기간 회의(ISM on CTTC) 공동의장국을 수임한다2. 또한 2026년 하반기에는 필리핀, 미국과 공동으로 IUU 어업 대응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다.
회의체 및 기구
수임 기간 / 시기
공동 의장국 (Co-Chairs)
주요 의제 및 핵심 역할
제34차 ARF 정상·외교장관회의 및 SOM
2026–2027년
싱가포르 (의장국)
ARF 전체 프로세스 주도 및 차기 성명 작성
회기간 지원그룹 회의 (ISG on CBMs & PD) 및 DOD
2027년
대한민국, 싱가포르
신뢰구축 및 예방외교 관련 제도적 협력 총괄
대테러·초국가범죄 회기간 회의 (ISM on CTTC)
2027–2029년
대한민국, 태국, 미국
사이버범죄, 마약, 온라인 스캠 등 신안보 공조
재난구호 회기간 회의 (ISM on Disaster Relief)
2026–2027년
태국,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기후변화 대응 및 인도적 재난구호 체계 구축
비확산·군축 회기간 회의 (ISM on NPD)
2026–2027년
필리핀, 호주, 뉴질랜드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 및 군축 논의
해양안보 회기간 회의 (ISM on Maritime Security)
2026–2027년
브루나이, 태국, 호주
UNCLOS 기반 해양 법치 확립 및 항행의 자유
IUU 어업 대응 실무 워크숍
2026년 하반기
대한민국, 필리핀, 미국
불법 어업 단속 및 항만국 조치 이행
6. 결언
제33차 ARF는 지정학적 충돌이 가열되는 환경 속에서도 포용적 대화와 신뢰 구축을 위한 다자 안보 협의체로서의 기능을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국은 대북 관여와 비핵화 목표를 병행하기 위해 아세안 중심성을 지지하는 한편, 마닐라 행동계획(2026–2036) 이행 과정에서 사이버, 해양안보, 초국가범죄 등 신안보 의제의 주도권을 적극 확보해야 한다.
향후 한국 외교는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표현 유지를 바탕으로 북한이 대화 무대로 복귀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는 한편, 2027년 ISG 및 DOD 공동의장 수임 계기를 적극 활용하여 아세안 국가들과 함께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남중국해 등 해양 안보 이슈에서 UNCLOS 기반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일관되게 지지하면서 다자 플랫폼을 통한 실용적인 중견국 외교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성우회 안보전략연구원장 김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