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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안보이슈]2027년 일본 방위예산 분석 및 시사점

2026.09.14 조회수 13

2027년 일본 방위예산 분석 및 시사점 대한민국성우회 안보전략연구원장 김갑진 1. 2027회계연도 방위예산 총괄  2027회계연도(레이와 9년도) 일본 방위성 개산요구는 2022년 12월 각의 결정된 3대 안보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에 의거하여 책정된 5개년(2023~2027회계연도) 방위력 정비계획(총액 약 43조 엔)의 최종 연도를 장식하는 예산이다. 이번 개산요구는 기존 5개년 계획의 물리적 완성을 달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제 정세의 급변과 전훈(戰訓)을 반영하여 연내 추진 중인 3대 안보문서의 조기 개정 및 향후 '5년 이내 방위력 변혁'을 실질적으로 견인하기 위한 전략적 토대로 설계되었다. 방위성이 제시한 2027회계연도 세출(歲出) 기준 방위관계비(디지털청 소관 방위성 시스템 예산 포함)는 8조 8,908억 엔으로, 2026회계연도 당초 예산(8조 8,093억 엔) 대비 815억 엔(0.9%) 증가하였다. 미일안전보장협의위원회(SACO) 관계 경비 및 주일미군 재편 관계 경비 중 지자체 부담 경감분을 반영할 경우 2026회계연도 예산액은 9조 353억 엔에 달하며, 계약 기준으로는 약 8조 엔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구분 2026회계연도 예산액 (億円) 2027회계연도 개산요구액 (億円) 전년 대비 증감액 (億円) 증감률 (%) 방위관계비 총액 88,093 (90,353) 88,908 + 사항요구 +815 +0.9% 인건·양식비 (人件・糧食費) 23,897 24,005 +108 +0.5% 물건비 (物件費) 64,196 (66,456) 64,903 +707 +1.1% - 세출화경비 (歲出化經費) 45,398 (46,857) 46,294 +896 +2.0% - 일반물건비 (一般物件費) 18,798 (19,599) 18,609 -189 -1.0% 예산 구조의 세부 비목을 살펴보면 인건·양식비는 2조 4,005억 엔으로 0.5%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과거 계약된 무기 도입 사업의 연차별 상환액인 '세출화경비'는 4조 6,294억 엔으로 2.0% 증가하여 전체 물건비(6조 4,903억 엔)의 71.3%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2023회계연도 이후 대규모로 집행된 장거리 유도탄, 이지스 탑재함, 스텔스 전투기 등의 조달 계약이 본격적인 국고 지출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반면 경상적 장비 유지보수 및 교육훈련 경비에 해당하는 일반물건비는 1조 8,609억 엔으로 1.0% 감소하였다. 이번 개산요구에서 확인되는 가장 중요한 재정 운용의 특징은 '사항요구(事項要求)'의 광범위한 활용이다. 방위성은 3대 안보문서 개정 작업과 직접적으로 연동되는 핵심 사업들, 즉 신형 극초음속·수중발사 유도탄 개발, 유·무인 복합 체계, 지휘통제 인공지능(AI) 플랫폼, 방위산업 재편 지원 등에 대해 구체적인 금액을 명기하지 않고 연말 정부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최종 확정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2026년 말 각의 결정을 거쳐 최종 확정될 2027회계연도 방위예산 총액은 세출 기준 9조 엔 중반, 계약 기준 9조 5,000억 엔 수준까지 상향 조정되어, 일본 정부가 공언해 온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안보 예산 편성을 안정적으로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의 '경제재정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 2026'에 따라 통상 세출과 별도로 신설된 '강하고 풍요로운 일본(強く豊かな日本)' 투자 프레임워크가 적용된다. 방위성은 이를 통해 방위 예산을 단순한 군사 소모비용이 아닌 첨단 듀얼유스 기술의 상용화를 주도하고 국가 잠재성장률을 제고하는 '초기 핵심 수요 창출(Anchor Tenancy)'형 전략적 연구개발 투자로 자리매김시키고 있다. 2. '새로운 싸움 방식(新しい戦い方)' 핵심 전력 투자 계획 일본 방위성은 현대전의 비대칭적 양상과 급격한 저출산·인구 감소에 따른 병력 감축 압박을 동시에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싸움 방식'을 정립하고, 6대 중점 전력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중점 전력 분야 핵심 전략 과제 및 목적 2027회계연도 주요 사업 및 예산 (계약 기준) 인공지능(AI) 및 지휘통제 의사결정 우세 확보, 데이터 주권 및  항재밍 C4I 구축 · 통작사 의사결정지원시스템 (사항요구) · 차세대 'AI 오케스트레이터' (사항요구) · 고기밀 소버린 클라우드 및 DII 강인화 (478억 엔 + 사항요구) 무인 자산(UxV) 인적 손실 극소화 및  비대칭적 소모전 우세 달성 · 체공형 UAV MQ-9B 17기 (2,922억 엔) · 소형 공격용 UAV I·II·III형 (363억 엔) · 표적정보수집 UAV (113억 엔) 및 소형 UGV (95억 엔) 스탠드오프 방위능력 적 위협권 외곽에서의 조기 타격 및  독자적 반격 능력 확보 · 극초음속 유도탄 획득 (1,673억 엔) 및 개발 (142억 엔) · 25식 지대함 유도탄 (1,575억 엔) · 12식 지대함(능력향상) 함정형 (562억 엔)·공중형 (345억 엔) 통합방공미사일방어 (IAMD) 극초음속·변칙궤도 미사일 및  드론 군집 복합 요격 체계 구축 · 패트리어트 PAC-3 MSE 성능향상 (656억 엔) · 03식 중거리 지대공(개선형) 능력향상 (626억 엔) · 차세대 JADGE 정비 (412억 엔) 및 CRADS (사항요구) 우주 영역 작전능력 우주 영역 파악(SDA), HGV 조기 탐지 및  항재밍 위성망 구축 · 차기 방위통신위성(기라메키 후속) (59억 엔) · PATS 다국간 위성대역 접속 장비 (152억 엔) · SDA 위성 2호기 및 HGV 적외선 감지기 연구 (사항요구) 사이버 및 전자전 능동적 사이버 방어(ACD) 실행 및  전파 스펙트럼 우세 확보 · 능동적 사이버 방어(액세스·무해화) (308억 엔) · 스탠드오프 전자전기 2단계 개발 (440억 엔) · DSG 관민연계 (509억 엔) 및 RMF 적용 (247억 엔) 1) 인공지능(AI) 기반 지휘통제 및 소버린 클라우드 방위성은 전장 센서의 다변화로 급증하는 데이터를 신속히 융합·처리하여 작전 템포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지휘통제 전반에 AI를 전면 도입하고 있다. 육·해·공 작전을 총괄하는 통합작전사령부(JOC)에는 해외의 입증된 첨단 알고리즘을 도입하여 전장 상황을 실시간 가시화하고 표적을 자동 식별·추천하는 의사결정지원시스템을 조기 구축한다. 이와 동시에 민감도와 보안 등급이 상이한 여러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단일 체계에서 유기적으로 제어하는 차세대 플랫폼인 'AI 오케스트레이터'를 구축하여 데이터 주권을 확립하고자 한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외부 침해로부터 안전성을 보장하는 군사 전용 온프레미스-클라우드 하이브리드 인프라인 '고기밀 소버린 클라우드(Sovereign  Cloud)'를 도입하고, 방위정보통신인프라(DII)의 대역폭과 물리적 항재밍 성능 강인화에 478억 엔을 배정하였다. 2) 비대칭 무인 자산(UxV)의 다영역 확충 인명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적에게 불균형적인 비용을 전가하는 '세계 최고의 무인 자산 운용 조직'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삼고 있다. 공중 영역에서는 해상자위대의 광역 감시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중고도 체공형 UAV인 MQ-9B 시가디언 17기를 2,922억 엔에 일괄 조달하며, 함재형 소형 UAV(36억 엔), 수직이착륙(VTOL) 중역 UAV(87억 엔), 표적정보수집 무인기(113억 엔)를 함께 확보한다. 공격 수단으로는 자폭 공격을 통해 적 병력과 장갑차량을 무력화하는 소형 공격용 UAV(I·II·III형, 363억 엔) 및 적 무인기를 직접 타격하는 요격용 UAV(76억 엔)를 대량 도입한다. 해상 및 수중 영역에서는 다목적 무인수상정(USV)과 더불어 장시간 잠항하며 대잠·대함 공격 및 기뢰 수색을 은밀히 수행하는 공격형·경계형 무인잠수정(UUV) 전력을 구축하며, UUV에서 원거리 스탠드오프 유도탄을 직접 투발할 수 있는 확장 모듈 연구를 진행한다. 지상 영역에서는 도서 지역 물자 수송과 감시·경계를 담당하는 범용 소형 UGV 개발에 95억 엔을 투입한다. 3) 원거리 스탠드오프 방위능력(반격 능력)의 고도화 상대방의 미사일 사거리 밖에서 침공 전력을 격멸하고 헌법상 허용된 자위권 범위 내에서 적 기지를 정밀 타격하는 '반격 능력'을 완성하기 위해 대규모 유도탄 전력이 조달된다. 주력 지대함 타격 체계인 12식 지대함 유도탄 능력향상형(사거리 1,000km 이상)의 함정 발사형(562억 엔) 및 공중 발사형(345억 엔) 양산이 본격화되며, F-2 전투기 10기에 공중 발사형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도록 기체 개수(128억 엔)를 추진한다1. 또한 신형 장거리 정밀타격 체계인 25식 지대함 유도탄(1,575억 엔)과 도서 방어용 25식 고속활공탄(361억 엔)의 양산 조달을 개시한다. 차세대 억제 전력으로서 음속의 5배 이상으로 활공 비행하는 극초음속 유도탄 양산 취득(1,673억 엔) 및 성능확인 시험(142억 엔)을 집행하며, 적의 선제타격으로부터 생존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수중 발사형 극초음속 유도탄' 개발과 잠수함 탑재용 수직발사관(VLS) 연구(480억 엔)에 착수한다1. 고비용 첨단 미사일을 보완하기 위한 저원가 스탠드오프 미사일 및 정밀 유도 UAV의 국산 개발도 병행되며, 미국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의 호위함 개조 탑재(11억 엔), F-35A용 JSM(180억 엔), F-15J용 JASSM(53억 엔) 등 해외 유도탄 조달도 지속된다. 4) 영역횡단 작전 및 통합방공미사일방어(IAMD) 통합방공미사일방어(IAMD) 분야에서는 극초음속 활공체(HGV), 변칙 궤도 탄도미사일, 저고도 순항미사일, 소형 드론 군집 등 복합 공중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센서-네트워크-슈터를 단일 체계로 통합한다. 이를 위해 차세대 방공지휘통제시스템인 '차세대 JADGE'(412억 엔)를 정비하고, 탄도탄 요격 능력이 향상된 03식 중거리 지대공 유도탄(개선형) 능력향상형(626억 엔), 패트리어트 PAC-3 MSE 성능향상(656억 엔), 이지스 시스템 탑재함(ASEV) 전력화 시험 준비(689억 엔)를 진행하며, 미일 공동 HGV 활공단계 요격체(GPI) 개발을 지속한다. 대드론 방어 수단으로는 기관포, 유도탄, 레이저를 복합 운용하는 근거리 대공 시스템(CRADS)과 고출력 마이크로웨이브(HPM) 대드론 무기 개발을 추진한다. 우주 영역에서는 우주 영역 파악(SDA) 위성 2호기 정비와 극초음속 무기를 우주 궤도에서 직접 탐지·추적하는 고정밀 적외선 센서 연구를 개시하며, 기라메키 후속 차기 방위통신위성 정비(59억 엔) 및 다국간 항재밍 위성통신망(PATS) 접속 장비(152억 엔)를 확보한다. 사이버 영역에서는 2026년 제정된 사이버대처능력강화법에 따라 침해 징후 발생 시 공격자의 인프라에 사전 접근하여 무력화하는 '액세스·무해화 조치' 능력 구축(308억 엔)에 착수한다. 아울러 방위보안게이트웨이(DSG) 기능 강화(509억 엔), 상시 위협 추적 체계인 스렛 헌팅(Threat Hunting, 60억 엔), 전 장비 수명주기에 걸친 위험관리프레임워크(RMF, 247억 엔)를 적용한다. 전자전 영역에서는 적 방공망을 원거리에서 마비시키는 스탠드오프 전자전기 2단계 개발(440억 엔)과 24식 대공전자전장치(29억 엔) 획득을 진행한다. 3. 장기전 대비 지속성·강인화 및 태평양·해상교통로 방위 태세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교훈을 수용하여, 일본 열도의 지리적 분절성과 해양 고립성을 극복하고 무력 분쟁 발생 시 전투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반 시설 및 보급망 구축에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다. 1) 탄약·연료 비축 및 수송 체계 강화 정밀 유도탄 및 기본 화력 탄약의 비축량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155mm 정밀포탄, 23식 함대공·공대함 유도탄, AIM-120, AAM-4B, AARGM-ER 등을 대량 취득하며, 난세이 제도를 포함한 전국 주요 기지에 화약고를 신설·증설하는 데 1,401억 엔을 계상하였다. 수송 체계 면에서는 C-2 수송기, UH-2 다목적 헬기, KC-46A 공중급유기를 추가 도입하는 한편, 민간 선원 부족에 대응하여 인공지능 자율운항 기술을 탑재한 군수 수송 선박 도입 연구에 착수하였다. 또한 민간 PFI 선박 활용(26억 엔)과 함께 2026년 창설된 육·해·공 합동 '해상수송군'에 소형 수송함(LCU) '아마츠소라' 및 '아오조라'를 배치하여 도서 지역에 대한 기동 전개 역량을 완성하였다. 장비 가동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스터빈 기관과 대잠헬기(SH-60K/L) 정비에 성과기반군수지원(PBL) 포괄계약 방식을 전면 확대하였다. 2) 군사 시설 강인화 및 생존성 극대화 적의 정밀 탄도·순항미사일 공격 및 전자기펄스(EMP) 공격에 대비하여 주요 사령부 시설을 심층 지하화하고 차폐 설비를 구축하는 사업에 548억 엔을 배정하였다. 전투기 방호를 위한 강화형 항공기 엄체호(콘크리트 방호 유개호) 신축과 기지 침투 드론을 무력화하는 방호 장비 도입(38억 엔)도 병행된다. 후방 지원 인프라로는 큐슈보급처 오키나와지처 신설, 사세보 사키베히가시 지구 및 구레 복합방위거점 정비, F-35 수용 시설 확충 등 신규 기지 건설에 3,334억 엔을 투입하며, 노후 군사시설의 내진 강화 및 방호력 개선에 5,495억 엔을 투입한다. 3) 태평양 및 해상교통로(시레인) 원거리 방위 중국 해군 항공모함 전단의 서태평양 진출 빈도가 급증(2022년 연 2회/함재기 출격 320회에서 2025년 연 5회/출격 1,460회로 증가)함에 따라, 종래 방어 공백 지대였던 태평양 외해 방어선을 새롭게 정비한다. 오가사와라 제도와 난세이 제도의 외곽인 기타다이토지마(北大東島)에 이동식 고정밀 경계관제레이더 기지를 신설하고, 전략 요충지인 이오지마(硫黄島)의 항만 하역 시설을 현대화하여 전략적 중간 기지로 육성한다. 외해 전력 투사를 위해 단거리수직이착륙(STOVL) 스텔스 전투기 F-35B를 탑재할 수 있도록 이즈모급 다목적 호위함(이즈모, 카가)의 비행갑판 내열화 및 유도 장비 개조(30억 엔)를 지속 집행한다. 아울러 장기 해상 초계 임무를 수행할 신형 FFM 호위함, 차세대 OPV 초계함, 타이게이급 잠수함, 대형 군수지원함(AOE, 1,441억 엔), 음향측정함(AOS, 721억 엔) 건조 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한다. 4. 방위생산 및 기술 기반 강화와 방위산업 육성 정책 일본 방위성은 '생산력이야말로 억제력의 핵심'이라는 기조 아래 방위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구조적 제도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1) 국유시설 민간운영(GOCO) 제도 도입 및 산업 재편 지원 민간 방산 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생산 라인 철수를 방지하기 위해 미국형 GOCO(Government-Owned, Contractor-Operated) 제도를 전면 도입한다. 민수용 전환이 불가능하고 초기 시설 투자 부담이 큰 중요 탄약 및 유도탄 제조 시설을 정부 재정으로 직접 취득한 뒤, 관리를 민간 방산 기업에 위탁하여 상시 생산 역량을 보장하는 구조이다. 이와 함께 대기업 중심의 방산 부문 통합과 중소 협력업체 간의 사업 재편을 유도하기 위해 방위산업 재편 전용 정부 출자 제도를 신설하고, 방위생산기반강화법에 근거한 제조 공정 효율화 및 보안 강화 지원 사업(539억 엔)을 확대 집행한다. 2) 방위장비 이전(수출) 촉진 체계의 일원화 정부 주도의 무기 수출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방위장비이전 원활화 기금'에 400억 엔을 추가 출연하고, 방위장비청과 민간 기업 사이에서 수출 금융 지원, 기술 라이선스 관리, 상대국 수요 발굴을 일괄 전담하는 '국가 관여 담보 신설 법인'을 설립한다. 이 공공 법인은 국내 생산 기반 강화, 장비 이전 추진, 방위 혁신 촉진이라는 세 가지 핵심 기능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콘트롤 타워 역할을 담당한다. 3) 첨단 듀얼유스 R&D 및 차기 전투기(GCAP) 공동개발 영국, 이탈리아와 공동 추진 중인 6세대 차기 전투기(GCAP)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조약 기반 국제기구인 GIGO(GCAP International  Government Organisation)에 대한 출연금을 포함하여 2,340억 엔(사항요구 별도)을 배정하였으며, 전투기와 연동하여 자율 교전 및 전자전을 수행할 '협업무인기(CCA)' 연구개발(97억 엔)을 본격화한다. 파괴적 국방 신기술 발굴을 위해 국립연구개발법인 및 대학 내에 보안 인프라를 갖춘 '방위연구기반'을 정비하고, 기술 스타트업의 군사 분야 진입을 유도하는 '디펜스테크 SBIR(Small Business Innovation Research)'과 민간 방산 투자 촉진을 위한 정부 출자 펀드를 신설한다. 세부 연구 과제로는 기존 질화갈륨(GaN)을 능가하는 고열전도·고내열 특성의 다이아몬드 반도체를 차세대 사격통제 레이더에 적용하는 기술, 무인잠수정(UUV)용 수중 다중임무 모듈 및 무선 급전 기술, 양자 자기 센서를 활용한 드론 탑재형 대잠 탐지 기술 연구 등이 포함된다. 5. 자위대 인적 기반 강화 대책 및 조직 개편 사항 저출산으로 인한 모병난 속에서 부대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위관 처우의 근본적 개선과 함께 전략 지휘부 중심의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진행되고 있다. 조직 개편 및 인적 기반 분야 제도적 변화 및 추진 내용 관련 예산 및 규모 자위관 처우 및 복지 혁신 독자 급여체계 개편, 병영 전원 독방화,  통신 인프라 확충 · 영내 생활관·청사 개수 (6,709억 엔) · 관사 정비 및 노후화 대책 (669억 엔) · 급식 단가 인상 및 질적 개선 (443억 엔) 퇴직 자위관 및 가족 지원 퇴직대원 취업 알선 및  긴급 보육 지원 체계 일원화 · 퇴직자위대원·가족지원청(가칭) 신설 추진 · 임시 보육(베이비시터) 지원 (4억 엔) 군종 명칭 변경 및 우주 통합 항공자위대를 '항공우주자위대'로 공식 전환 · 후추·호후키타 우주작전단 전력화 완료 · 우주자위대 전용 예비자위관보 제도 신설 통합지휘체계 구축 통합작전사령부(JOC) 지휘통제 시스템 본격 가동 · 육·해·공 3자위대 작전 지휘 일원화 · 통작사 지휘소 의사결정 체계 구축 방위 행정 및 획득 기구 개편 방위성 내부부국 국(局) 신설 및 획득 전문화 · 후방지원·위생·국제협력 전담 국 신설 추진 · 방위장비청 내 '위성개발실' 신설 1) 자위관 처우 및 복무 환경의 근본적 개편 일반 공무원 보수 체계에서 벗어나 위험 근무 및 야전 복무 특성을 반영한 '자위관 독자 급여체계' 개편을 사항요구로 추진한다. 영내 복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기존의 다인실 침상을 전원 1인 1실 개인 격실로 개조하고 부대 내 무선랜(Wi-Fi)을 가설하는 등 생활관 정비에 6,709억 엔을 투입하며, 노후 관사 정비에 669억 엔, 급식 질적 개선을 위한 단가 인상에 443억 엔을 투입한다. 함정 승조원의 복무 기피를 해소하기 위해 기항지 정박 중 선체 정비 및 부식 적재 업무를 민간에 외주화하고, 승조원에게 민간 호텔 숙박을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한다(12억 엔). 아울러 퇴직 군인의 생애 설계를 지원하고 순직·부상 장병과 유가족을 포괄적으로 예우하기 위해 총리 직속 외청급 기구인 '퇴직자위대원·가족지원청(가칭)'의 설립을 추진한다. 2) 군종 명칭 변경 및 통합지휘체계 개편 항공자위대는 우주 영역 작전 임무를 법제화함에 따라 '항공우주자위대'로의 공식 명칭 변경을 완료하고, 후추 및 호후키타 기지에 우주작전단을 정규 편성하며 우주 전문 예비자위관보 제도를 도입한다. 또한 통합막료장이 수행하던 군사 보좌와 부대 작전 지휘를 분리하여, 2025년 창설된 통합작전사령관이 육·해·공 3자위대를 상시 통합 지휘할 수 있도록 지휘통제 네트워크 연계를 완료한다. 2027회계연도 말 기준 상비자위관 정원은 24만 7,154명을 유지하되 모병 홍보 예산을 확충하며, 행정 및 획득 정책 전문성 강화를 위해 사무관·기재관 정원은 602명을 증원 요구하여 순증 360명(총 2만 1,706명)을 확보한다. 방위장비청 내에는 군사위성 획득을 전담할 '위성개발실'을 신설한다. 6. 미일동맹 고도화 및 다자간 안보 협력 네트워크 확장 2027회계연도 예산은 미일동맹의 통합 억제력을 최고도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동남아시아 및 남태평양을 포괄하는 다자간 안보 네트워크를 제도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1) 주일미군 재편 및 동맹 강인화 예산 주일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지원하는 '동맹 강인화 예산(주둔경비 분담금)'으로 총 2,300억 엔을 계상하여 미군 군속 노무비(1,517억 엔), 광열수도비(133억 엔), 훈련 이전비(14억 엔) 및 항공기 엄체호 등 제공 시설 정비(301억 엔)를 보증한다. 주일미군 재편과 관련해서는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의 괌(Guam) 이전 사업, 후텐마 비행장의 헤노코 대체 기지 건설, 미 항모 함재기 야간 이착륙 훈련장인 마게시마(馬毛島) 자위대 복합 기지 건설 공사를 차질 없이 집행한다. 특히 주일미군사령부의 '통합군사령부' 승격 개편에 맞추어 자위대 통합작전사령부와 미군 간 연합작전조정센터(JOAC)를 운용함으로써 연합 기획 및 C4ISR 상호운용성을 극대화한다. 2) 인도·태평양 다자 안보 네트워크 전개 육상자위대와 미 해병대 간 연합 도서 탈환 훈련인 '레졸루트 드래곤(Resolute Dragon)'과 미일 연합지휘소연습(YS)의 실전성을 높인다. 호주 및 필리핀과의 상호접근협정(RAA)을 기반으로 자위대의 현지 순환 전개 훈련을 정례화하며, ADMM-Plus 해양안보전문가분과 공동의장국(필리핀과 공동) 활동, '비엔티안 비전 2.0'에 기초한 동남아 국가 군 역량 구축 지원, 남태평양 도서국 순방 인도·태평양 파견(IPD) 기동 훈련을 확대 전개한다. 7. 한국 안보·국방 정책에 대한 시사점 2027회계연도 방위예산 개산요구는 일본이 전후 70여 년간 고수해 온 평화헌법 제9조 기반의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을 실질적으로 탈피하고, 공격과 방어를 겸비한 역내 능동적 군사 강국으로 복귀했음을 공포하는 군사전략적 분기점이다. 과거 미군이 타격을 맡는 '창'의 역할을 수행하고 자위대가 방어를 맡는 '방패'의 역할에 국한되었던 전통적 안보 구도는, 일본이 사거리 1,000km 이상의 독자 타격 수단과 통합방공망, 작전통제 사령부를 구축함으로써 '자위대 스스로 창과 방패를 겸비하는 체제'로 구조적 진화를 완료하였다. 1) 동북아 안보 지형의 구조적 변화와 진영화 가속 일본이 서남 제도와 태평양 방면에 배치하는 극초음속 유도탄, 장거리 스탠드오프 미사일, F-35A/B 스텔스 비행단, 이지스 시스템 탑재함은 중국의 제1도련선 진출을 억제하는 강력한 대중국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력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의 해·공군 연합 초계 활동 강화를 촉발하고 북한의 전략 전술 핵·미사일 실전 배치를 가속화하는 역내 군비 경쟁의 안보 딜레마(Security  Dilemma)를 심화시키며, 한·미·일 대 북·중·러 간 신냉전 구도를 구조적으로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2) 한반도 유사시 반격 능력 발동과 영토 주권의 상충 일본의 반격 능력(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는 한반도 안보 환경에 직접적인 법적·작전적 파장을 미친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나 무력 공격 징후를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존립위기사태'로 규정하고,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에 근거하여 북한 내 미사일 발사 기지와 지휘 시설을 대상으로 반격 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법적 해석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 제3조가 명시하듯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정의되므로, 북한 지역에 대한 어떠한 군사적 타격도 대한민국 정부의 명시적 사전 동의 없이는 영토 주권 침해에 해당한다. 따라서 일본 자위대가 독자적인 판단이나 미일 지휘계통만을 경유하여 북한을 타격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반격 능력 행사에 대한 '한국의 사전 승인 및 거부권(Veto)'을 미일 양국과의 다자 안보 협의를 통해 제도적·외교적으로 강문화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 합동참모본부와 일본 통합작전사령부(JOC), 한미연합사령부 간에 실시간 표적 분격 및 킬체인 충돌 방지를 위한 작전적 조율 체계 마련이 불가피하다. 3) 한국 국방 정책 및 방위산업에 대한 정책적 제언 첫째, 대공·미사일 방어 체계와 비대칭 타격 역량의 재설계가 요구된다. 일본의 극초음속 무기와 고속활공탄 배치는 동해 및 대한해협 일대의 작전 환경을 극도로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군은 한국형 3축 체계(Kill Chain, KAMD, KMPR)의 대응 템포를 초정밀·초고속화하는 동시에, 일본이 선도적으로 개발 중인 복합 근거리 대공 시스템(CRADS)이나 고출력 마이크로웨이브(HPM)와 같은 저비용 고효율 대드론 복합 요격 체계를 조기에 국산화하여 방공망의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둘째, 글로벌 방위산업 수출 시장에서의 체계적인 경쟁 및 협력 대응이 필수적이다. 일본 정부가 무기 수출 통제를 대폭 완화하고 400억 엔 규모의 수출 기금과 전담 법인을 통해 국가 주도의 무기 이전을 본격화함에 따라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K-방산과의 경합이 격화되고 있다. 호주 해군 차기 호위함 사업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향후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 중동 등 주요 전략 시장에서 신형 함정, 차세대 잠수함, 항공 플랫폼을 둘러싼 치열한 수주전이 전개될 것이다. 일본 방위산업은 장기간의 내수 조달로 인해 가격 경쟁력과 양산 속도 측면에서는 여전히 한국에 비해 열세를 보이지만, 기초 소재, 정밀 부품, 첨단 센서(다이아몬드 반도체, 고내열 복합재 등) 기술력과 서방 선진국(영국, 이탈리아 등)과의 글로벌 공동개발 네트워크에서는 독보적인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우수한 가격 경쟁력, 신속한 납기 역량, 현지 MRO 연계 능력을 레버리지 삼아 체계 완성품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는 한편, 차세대 핵심 방산 소재·부품 공급망 구축에 있어서는 일본과의 상호 보완적 분업 및 기술 협력을 모색하는 투트랙(Two-Track) 산업 전략을 전개해야 한다. 셋째, 병력 감축 위기에 직면한 국방 인력 정책에 대한 벤치마킹이 시급하다. 극심한 병역 자원 급감에 직면한 한국군의 입장에서 일본 자위대가 추진 중인 자위관 독자 보수체계 개편, 병영 생활관의 전면 1인 1실화, 군수·수송 지원의 민간 외주화(GOCO 및 PFI 활용), 총리 직속 '퇴직자위대원·가족지원청' 설립 구상은 초급·중간 간부 처우 개선과 군 복무 매력도 제고를 위한 유용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 국방부 역시 군 인력 구조의 질적 전환과 국방 시설의 민군 복합 운영을 위한 과감한 제도 개혁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최신안보이슈]2026년 브릭스(BRICS) 정상회의 분석 및 시사점

2026.09.14 조회수 11

2026년 브릭스(BRICS) 정상회의 분석 및 시사점 대한민국성우회 안보전략연구원장 김갑진   1. 2026년 정상회의 개최 개요 및 다자외교 지형 2026년 9월 12일부터 13일까지 인도 뉴델리의 바랏 만다팜(Bharat Mandapam) 국제회의장에서 제18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이번 정상회의는 2006년 유엔 총회를 계기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외교장관 회담이 출범한 지 20주년을 기념하는 시점에 열렸으며, 인도는 2012년, 2016년, 2021년에 이어 2026년 1월 1일 자로 네 번째 의장국 지위를 수임하였다. 인도는 "회복력, 혁신, 협력 및 지속가능성을 위한 구축(Building for Resilience, Innovation, Cooperation and Sustainability)"을 공식 표어로 내걸고, 전 세계 30개 도시에서 400여 차례의 각료급·실무 회의를 주재하며 논의의 틀을 다져왔다. 구분 주요 세부 내용 행사 공식 명칭 제18차 브릭스 정상회의 (18th BRICS Summit) 개최 일시 및 장소 2026년 9월 12일(토) ~ 13일(일), 인도 뉴델리 바랏 만다팜 의장국 및 주재자 인도 (의장: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공식 의제 슬로건 Building for Resilience, Innovation, Cooperation and Sustainability 정회원국(11개국)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집트,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공식 파트너국(10개국) 벨라루스, 볼리비아, 쿠바, 카자흐스탄, 말레이시아, 나이지리아, 태국, 우간다,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주요 국제기구 대표 유엔(UN), 세계무역기구(WTO), 세계보건기구(WHO), 신개발은행(NDB),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 사우디아라비아는 공식 회원 명단에 등재되어 있으나 대외적으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외교장관이 수석대표로 참석함. 외교적 측면에서 이번 정상회의는 복합적인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도 실질적인 다자간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지를 입증하는 시험대였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주재한 본회의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아비 아메드 에티오피아 총리 등이 대거 참석하였다. 특히 시진핑 주석의 인도 방문은 2019년 맘말라푸람 비공식 정상회담 이후 7년 만에 성사된 것으로, 양국 국경 분쟁 지역(LAC)의 긴장 완화 및 양자 경제 협력 정상화를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다. 반면 브라질은 국내 대선 일정으로 마우루 비에이라 외교장관이 대리 참석하였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정회원 지위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 채 파이살 빈 파르한 외교장관을 파견하여 실무적 균형을 취했다. 회의 직전인 9월 11일에는 비즈니스 포럼과 37개 첨단 딥테크 기업이 참가한 '바랏 이노베이츠(Bharat Innovates)' 전시회가 병행 개최되어 경제·기술 협력의 추진력을 제공하였다. 2. 핵심 의제 분석 및 제도화 동향 회원국 외연 확장과 파트너국 제도의 체계화 브릭스는 2024년 1월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UAE의 정식 가입에 이어 2025년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 대국인 인도네시아를 정회원으로 맞이하며 거대 신흥 경제 연합으로 몸집을 불렸다. 그러나 단기간에 정회원 수가 급증하면서 만장일치 합의제 기반의 정책 결정 구조가 경직될 위험에 직면하자, 브릭스는 외연 확장과 의사결정 효율성을 조율하기 위한 제도적 해법으로 '파트너국(Partner  Country)' 제도를 정식 가동하였다. 2026년 뉴델리 정상회의에서는 벨라루스, 볼리비아, 쿠바, 카자흐스탄, 말레이시아, 나이지리아, 태국, 우간다,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등 10개국이 파트너국 자격으로 공식 회기에 참여하였다. 파트너국 제도는 정회원국과 같은 전면적인 거부권이나 합의 권한은 부여하지 않되, 분과별 장관급 회의, 실무 작업반(Working Groups), 신개발은행(NDB) 프로젝트, 통상 협력 플랫폼에 동등한 자격으로 관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글로벌 사우스의 핵심 중견국들을 이탈 없이 포섭하면서도 블록 내부의 의사결정 마비를 차단하려는 이중화 전략으로 평가된다. 국경 간 결제 인프라의 다변화 및 상호운용성 확보 국제금융 부문에서 회원국들은 기존의 서방 중심 통화 질서(SWIFT 및 미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실용적인 결제 인프라 다변화에 집중하였다. 과거 일각에서 제기되었던 단일 '브릭스 공용 통화' 구상은 회원국 간 거시경제 기초체력 격차, 자본 이동 통제 수준의 이질성, 환율 정책 차이 등으로 인해 공식 의제에서 배제되었으며, 대신 기술적·제도적 실행이 가능한 결제 시스템 간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확보가 핵심 과제로 부각되었다. 정상회의는 '브릭스 결제 태스크포스(BRICS Payment Task Force, BPTF)'의 실무적 진전을 정식 승인하고, 각국의 독자적 금융 통신망(인도의 UPI, 중국의 CIPS, 러시아의 SPFS 등)을 디지털 네트워크로 연계하는 기반 구축을 가속화하기로 하였다. 또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활용한 양자 간 직접 결제 통로를 넓히고, 비회원국과의 교역에서도 자국 통화 결제 비중을 높여 환 변동성 위험과 환전 수수료를 절감하는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되었다. 이는 서방의 일방적 금융 제재에 노출된 취약성을 완화하고 대안 결제망의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현실주의적 조치로 해석된다. 신개발은행의 대출 다변화와 개발금융 인프라 확충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이 이끄는 신개발은행(NDB)은 서방 주도의 브레턴우즈 체제(IMF, 세계은행)를 보완하는 대안적 다자개발기구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였다. 이번 회의에서 브릭스는 NDB가 회원국들의 국가 채무 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로컬 통화 대출(Local-currency Financing) 비중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을 명시적으로 권고하였다. 미 달러화 차관에 의존할 때 발생하는 외환보유액 고갈 및 통화 가치 절하 압박을 최소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인도 의장국의 주도 아래 '브릭스-NDB 지식 포털(BRICS-NDB Knowledge Portal)'이 공식 출범하여 인프라 투자 평가, 사회간접자본 개발, 공공-민간 파트너십(PPP) 추진 경험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다. 아울러 장기 인프라 프로젝트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신규 투자 플랫폼(New Investment Platform)' 창설 논의가 본궤도에 올랐으며, 서방 재보험사들의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 부과 및 제재에 대응하기 위한 브릭스 자체 재보험·보험 연합 생태계 구축 방안도 구체적인 실무 과제로 채택되었다. 에너지·공급망 주권 보호 및 신흥 디지털 기술 거버넌스 에너지 및 핵심 원자재 공급망 영역에서는 생산국과 대형 소비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새로운 통상 안보 프레임워크가 모색되었다. 세계 주요 원유·가스 수출국(러시아, 이란, UAE, 사우디)과 핵심 소비국(중국, 인도)이 결합된 에너지 구도 속에서, 참가국들은 서방 선진국 주도의 급진적인 에너지 전환 일정이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였다. 이에 따라 화석연료가 상당 기간 기저부하로 유지되어야 함을 확인하는 '질서 있고 공평하며 포용적인 에너지 전환' 원칙을 정립하였다. 동시에 2차전지와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필수적인 리튬, 희토류 등 전략 광물 공급망에서 자원 보유국의 주권적 가공·수출 통제권을 인정하는 협력 원칙이 재확인되었다. 신흥 기술 및 산업 혁신 부문에서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공공 인프라(DPI) 거버넌스가 핵심으로 부상하였다. 회원국들은 서방 빅테크가 설정하는 독점적 AI 규범을 지양하고, 개도국의 접근권과 신뢰성, 에너지 효율성이 보장되는 개방적 AI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를 수립하기로 합의하였다. 또한 인도의 디지털 신분증 및 전자 결제 모델을 바탕으로 한 DPI 솔루션 저장소를 브릭스 차원으로 확장하고, 중소·벤처기업의 스마트 제조 역량을 지원할 '브릭스 산업역량 인도 센터'와 국경 간 스타트업 투자를 촉진할 '브릭스 인큐베이터 네트워크' 및 '스타트업 혁신 펀드' 설립에 뜻을 모았다. 3. 뉴델리 선언의 핵심 합의와 지정학적 성과 2026년 9월 12일 브릭스 지도자들은 140개 항으로 구성된 포괄적 합의 문서인 '뉴델리 선언(New Delhi Declaration)'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였다. 선언문은 정치·안보, 경제·금융, 문화·인적 교류라는 전통적 3대 협력 축을 공고히 하는 한편, 다극화 질서 속에서 글로벌 사우스의 실질적 이익을 대변하는 전략적 방향성을 구체화하였다. 핵심 합의 분야 뉴델리 선언의 주요 조항 및 실질 합의 내용 국제 거버넌스 개혁 • 유엔 헌장 기반의 다자주의 수호 및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구조 개혁 촉구 •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인도와 브라질의 안보리 내 확대된 역할 수행을 공식 지지 • IMF 제16차 쿼터 일반검토(GRQ의 조속한 발효 및 제17차 GRQ를 통한 신흥국 지분율의 실질적 상향 요구 일방주의 조치 규탄 • 유엔 안보리 승인 없는 일방적 강제 조치 및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 전면 규탄 • WTO 규범에 위배되는 일방적 관세 장벽 및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녹색 보호주의 조치 강력 반대 • WTO의 2단계 구속력 있는 분쟁해결체제 및 상소기구 기능의 즉각적 복원 요구 중동 및 지역 분쟁 • 가자지구 내 영구적 휴전과 인도주의적 구호 보장,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지지 • 호르무즈 해협 등 주요 국제 해상 운송로의 안전 보장 및 민간 상선·선원 공격 규탄 •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개별 회원국의 상이한 입장을 존중하며 평화적 중재 및 외교적 대화 환영 국제 대테러 공조 • 테러리즘에 대한 무관용 원칙 및 정치적 이중 잣대 배격 천명 • 2025년 4월 22일 발생한 잠무-카슈미르 파할감(Pahalgam) 테러 공격을 공식 문서에 적시하여 강력 규탄 공동 경제·통상 인프라 • 브릭스 결제 태스크포스(BPTF)를 통한 국가 간 결제 시스템 상호운용성 고도화 • NDB의 현지 통화 조달·대출 확대 및 식량 안보 보장을 위한 '브릭스 곡물 거래소' 설립 추진 • 브릭스 인큐베이터 네트워크 및 스타트업 혁신 펀드 도입을 통한 신기술 공급망 강화 이번 선언문 채택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26년 5월 개최된 외교장관회의에서는 이스라엘-이란 군사적 충돌 및 중동 정세를 둘러싼 이란과 UAE의 극심한 입장 차이로 인해 공동성명 채택이 무산된 바 있다. 뉴델리 정상회의에서도 호르무즈 해협 안보, 이스라엘에 대한 규탄 수위, 우크라이나 전쟁의 표기 방식을 두고 격론이 오갔다. 그러나 의장국인 인도는 서방과의 관계 단절을 원치 않는 실용주의 진영과 서방 제재에 직접 노출된 수정주의 진영 사이에서 절묘한 절충안을 도출하였다. 그 결과, 중동 사태에 대해서는 특정 국가명을 일방적으로 규탄하는 대신 '최대한의 자제', '민간인 및 원자력 안전 시설 보호', '항행의 자유 보장'이라는 규범적 언어로 합의를 이루어냈다. 우크라이나 사태 역시 특정 침략자를 명시하지 않고 "각국의 상이한 입장을 확인하고 중재 노력을 환영한다"는 수준으로 균형을 잡았다. 동시에 인도는 자국의 오랜 안보 현안이었던 국경 간 테러 지원 및 은신처 제공 금지 문제를 강력히 관철하며 2025년 파할감 테러 규탄 문구를 선언문에 수록하는 외교적 성과를 거두었다. 4. 대서방·G7 역학 관계와 다자주의 질서의 재편 제18차 정상회의를 거치며 확장 브릭스는 전 세계 인구의 48.7%, 구매력평가(PPP) 기준 글로벌 국내총생산의 약 35% 이상, 글로벌 석유 매장량의 30%를 관할하는 거대 지경학적 실체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양적 팽창은 G7 중심의 서방 주도 국제 질서와 경쟁하면서도 공존해야 하는 복합적 역학을 형성하고 있다. 비교 항목 브릭스 (BRICS+ 및 파트너국) 주요 7개국 진영 (G7 및 서방 동맹) 국제 질서 비전 다극화 질서, 주권 불간섭, 개도국 중심 거버넌스 개혁 규칙 기반 국제 질서 수호, 자유민주주의 및 시장 가치 보호 지경학적 자산 거대 인구, 전통 에너지, 배터리·광물 공급망 장악 첨단 하이테크 원천 기술, 글로벌 금융 자본, 기축통화 패권 금융·통상 수단 로컬 통화 결제, CBDC 브릿지, NDB 다자금융 SWIFT 결제망 통제, IMF·세계은행 기반, 달러화 네트워크 체제적 구조와 약점 중·인 국경 대립 등 회원국 간 이질성 및 전략적 파편화 가치 공유 기반의 높은 정책 결속력, 상대적 인구·성장률 둔화 브릭스 내부에는 상이한 두 가지 전략 노선이 교차하고 있다. 한 축은 러시아, 이란, 그리고 이들을 전술적으로 엄호하는 중국이 주도하는 '수정주의적 대항 노선'으로, 브릭스를 서방 금융 제재와 정치적 압박을 분쇄하는 지정학적 투쟁의 도구로 활용하려 한다. 반대편 축은 인도, 브라질, 남아공, 인도네시아, UAE 등이 견지하는 '비동맹 다변화 노선'이다. 이들 국가는 서방과의 경제적·기술적 협력을 포기할 수 없으며, 브릭스를 진영 대결의 진지가 아니라 서방 중심의 거버넌스를 압박하여 자국의 국익과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외교적 헤징(Hedging) 플랫폼'으로 인식한다. 인도의 2026년 의장국 수임은 이러한 두 노선 사이에서 '중간 지대 점유(Owning the middle)' 전략이 성공적으로 작동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인도는 미국과의 쿼드(Quad) 협력을 유지하면서도 브릭스 내부에서 반서방 편향을 억제하고 실질적인 다자 경제 협의체로의 기능적 진화를 이끌어냈다. 이는 국제 질서가 과거 냉전과 같은 단일 양극 대결 구도로 회귀하기보다는, 개별 이슈와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이 이루어지는 '다극화된 분절성(Fragmented Multipolarity)'을 띠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5. 한국의 통상 환경 및 대외 전략에 미치는 시사점 브릭스의 질적·양적 확장은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고 핵심 원자재의 대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전략적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에너지와 핵심 광물을 무기화할 수 있는 자원 통제력이 브릭스에 집중되고, 무역 결제망의 탈달러화 실험이 확산됨에 따라 한국 정부와 기업은 정교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핵심 원자재 및 에너지 공급망의 양자적 헤징 전략 브릭스+가 리튬, 희토류, 니켈 등 2차전지 및 전기차 산업의 핵심 광물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통제권을 강화함에 따라, 자원 민족주의의 제도화 위험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은 브릭스 블록 전체와의 집단적 교섭에 매달리기보다는, 실리주의 성향이 강한 온건 회원국들과의 양자 협력을 대폭 심화해야 한다. 인도네시아와의 니켈 가공 밸류체인 연계, 브라질과의 리튬 자원 개발, UAE 및 사우디와의 원유·수소 공동 저장 및 공급 계약을 다변화함으로써, 다극화 블록의 자원 무기화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선택적 양자 완충망'을 구축해야 한다. 국경 간 결제망 다변화 및 규범 상충 컴플라이언스 체계 정비 브릭스 회원국들이 BPTF를 매개로 현지 통화 결제망과 독자적인 금융 전산망을 연계함에 따라, 향후 글로벌 사우스 신흥국들과의 교역에서 제3국 통화 결제 요구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브릭스 회원국들의 통화 스와프 네트워크 확대와 디지털 화폐 브릿지 추진 동향을 면밀히 추적하고, 국내 수출입 기업들이 거래 통화 다변화 과정에서 직면할 수 있는 환 변동성 리스크를 흡수할 수 있는 정책 금융 지원망을 정비해야 한다. 아울러 서방의 대중·대러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와 브릭스의 반제재 규범이 상충하는 영역이 늘어날 것이므로, 현지 진출 기업들이 규범적 샌드위치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민관 합동 수출통제 및 금융 거래 컴플라이언스 가이드라인을 최신화해야 한다. 사안별 소다자주의(Minilateralism)를 통한 외교 공간 창출 한국 외교는 브릭스를 서방의 대척점에 선 적대적 단일 블록으로 간주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탈피해야 한다. 브릭스 내부에서도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UAE 등은 다자주의 개혁과 실리 추구를 목표로 서방과의 연계를 병행하고 있다. 한국은 굳건한 한미동맹과 자유주의 가치 연대를 유지하되, 글로벌 사우스의 리더 국가들과 특정 기능 분야에서 결합하는 '사안별 소다자주의' 외교를 적극 전개해야 한다. 인도가 주도하는 디지털 공공 인프라(DPI) 표준화 작업에 선제적으로 참여하고, 동남아 및 아프리카 시장에서 스마트 제조, 디지털 헬스케어, 차세대 모빌리티 등 기술 기반의 공동 협력 모델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자개발은행 조달 시장 참여 및 인프라 협력 다각화 신개발은행(NDB)이 자본금 확충과 현지 통화 대출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투자를 흡수함에 따라 관련 프로젝트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한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립 참여 및 운영 과정에서 축적한 다자개발금융 참여 역량을 기반으로, NDB의 투자 포트폴리오와 접점을 형성할 수 있는 통로를 모색해야 한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스마트 시티, 친환경 수자원 관리 등 한국 EPC(설계·조달·시공) 기업들이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에서 NDB 자금이 투입되는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입찰할 수 있도록 정책 금융 기관의 매칭 펀드 지원 및 지식 공유 플랫폼 연계 사업을 제도화해야 한다. 6. 결론 2026년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된 제18차 브릭스 정상회의는 브릭스가 선언적 담론을 생산하던 초기의 형태를 완전히 벗어나, 독자적 통상·결제 인프라와 제도적 외연을 갖춘 대안적 지경학 협의체로 정착했음을 보여주었다. 회원국 간의 이질성과 국경 분쟁, 중동 정세를 둘러싼 내부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140개 항의 뉴델리 선언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원동력은, 서방 일방주의 질서에 대한 구조적 저항감과 개발도상국의 경제적 자율성을 확대하려는 공통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되었다. 한국에 요구되는 최우선 과제는 진영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구조적 변화의 흐름을 냉철하게 직시하는 '복합 외교'의 전개다. 전통적인 서방 동맹 축을 핵심 안보 자산으로 유지하면서도, 브릭스라는 통로를 통해 결집하고 있는 글로벌 사우스의 다극화 질서 속에서 경제적·통상적 실리를 확보해 나가는 유연한 양면 전략이야말로 불확실한 지경학적 위기를 극복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최신안보이슈]2026년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분석 및 시사점

2026.09.14 조회수 11

2026년 상하이협력기구(SCO) 비슈케크 정상회의 분석 및 전략적 시사점 대한민국성우회 안보전략연구원장 김갑진 1. 2026 비슈케크 정상회의 개최 배경 2026년 8월 31일부터 9월 1일까지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개최된 제26차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Council of Heads of State)는 2001년 기구 출범 이래 25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 분기점에서 거행되었다. 키르기스스탄의 2025-2026년 순번 의장국 수임 기간을 결산하는 이번 정상회의는 사디르 자파로프(Sadyr Japarov)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이 주재하였으며, "SCO 25년: 지속 가능한 평화, 발전 및 번영을 위한 연대(25 Years of the SCO: Together for Sustainable Peace, Development  and Prosperity)"를 공식 슬로건으로 채택하였다. 회의는 비슈케크 시내 대통령 관저 복합단지 인근 14.7헥타르 부지에 신축된 '리스 오르도(Rys Ordo) 컨벤션 홀'에서 진행되었으며, 39,000㎡ 규모의 본관과 1,238석 규모의 쿠룰타이 회의장, 8개국 정상급 전용 숙소를 가동하며 유라시아 최대 다자회의의 외교적 위상을 과시하였다. 이번 회의에는 기존 10개 정회원국인 벨라루스, 중국, 인도, 이란,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파키스탄, 러시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정상이 전원 참석하였다. 이에 더해 'SCO 플러스(SCO Plus)' 및 초청국 자격으로 몽골, 튀르키예,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이집트, 베트남, 라오스, 토고 등 총 17개국 정상급 인사와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을 필두로 한 독립국가연합(CIS),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유라시아경제위원회(EEC), 아시아상호협력및신뢰구축회의(CICA) 사무총장들이 대거 집결하였다. 서방 진영에서는 미국의 중앙·남아시아 특사 세르지오 고르(Sergio Gor)가 외교적 참관을 위해 참석하는 등 유라시아 지정학의 세력 재편에 대한 국제사회의 높은 관심이 입증되었다. 정상회의 종료와 함께 키르기스스탄은 파키스탄으로 차기 2026-2027년 의장국 지위를 이양하였으며, 파키스탄은 차기 의제로 연계성과 혁신을 강조하고 라호르(Lahore)를 2026-2027 문화·관광 수도로 공식 발표하였다. 구분 주요 제원 및 운영 세부 사항 공식 회의명 제26차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창설 25주년 기념 회의) 일시 및 장소 2026년 8월 31일 – 9월 1일 /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 리스 오르도(Rys Ordo) 홀 의장국 및 주재자 키르기스스탄 공화국 / 사디르 자파로프(Sadyr Japarov) 대통령 공식 슬로건 "SCO 25년: 지속 가능한 평화, 발전 및 번영을 위한 연대" 참석 규모 10개 정회원국 정상, 7개 초청·확대국 정상급 인사, 유엔 등 주요 국제기구 수장 차기 의장국 파키스탄 (2026–2027년 회기, 정상회의 개최지: 이슬라마바드) 2. 비슈케크 선언 및 공식 합의 문서의 세부 내용 이번 정상회의는 기구 역사상 가장 포괄적이고 방대한 정책적 합의를 명문화하며, 단일 공동선언 외에 27건의 부속 문건을 포함해 총 28건의 공식 성과 문서를 최종 채택하였다. 정치·안보의 중추적 문서인 비슈케크 선언(Bishkek Declaration on the 25th Anniversary  of the SCO)은 다자주의 수호와 유라시아 전략적 안정, 그리고 기구 차원의 테러·분리주의·극단주의 등 이른바 '3대 악'에 대한 공동 대응 의지를 전면에 천명하였다. 특히 선언문은 유엔 헌장 및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부합하지 않는 일방적 경제 제재와 강압적 통상 조치에 명시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하였으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 공격을 국제법 위반으로 엄중히 규탄하고, 2026년 2월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에 대한 조의와 더불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기초한 이란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재확인하였다. 제도적 관점에서 가장 상징적인 진전은 SCO 헌장 개정 의정서를 채택하여 기존 러시아어와 중국어로 한정되었던 기구의 공식 및 실무 언어에 영어(English)를 정식 추가한 점이다. 이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가입 이후 지속되었던 다자간 행정 비효율과 번역 지체를 해소하고, 글로벌 사우스 및 서방 국제기구와의 정책적 상호운용성을 확대하려는 실용적 제도 개편으로 분석된다. 또한 정상들은 역내 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항만 및 물류센터 개발 2026-2030 행동계획'을 인가하고, 신흥 안보 및 기술 패권 경쟁에 발맞추어 데이터센터 구축 및 인공지능(AI) 산업 육성 협력 프레임워크를 승인하였다. 환경 및 지속가능성 영역에서는 'SCO 그린 기술 회랑(2026-2030)' 프로그램을 가동하여 청정에너지와 친환경 기술 이전의 다자간 토대를 마련하였다. 합의 범주 공식 문서 명칭 핵심 협정 내용 및 전략적 지향점 제도·규범 혁신 SCO 헌장 개정 의정서 기구 공식·실무 언어에 영어(English) 추가 및 의사소통 효율화 행정 거버넌스 SCO 집행위원회 규정 사무국 조정 권한 강화 및 분야별 실행 메커니즘 제도화 통합 안보 기구 안보 위협·도전 대응 통합 센터 규정 테러·극단주의·초국가 조직범죄 일원화 지휘 조정 센터 신설 마약 통제 체계 마약퇴치센터 규정 및 2030 행동계획 아프간 국경 지대 합성마약 및 화학 원료물질 추적 공조 정보·사이버 국제정보보안 보장 행동계획 (2026–2028) 사이버 공간 내 데이터 주권 수호 및 디지털 안보 체계 연장 물류·인프라 항만·물류센터 개발 2026-2030 행동계획 유라시아 복합물류 허브 구축 및 디지털 세관 통관 간소화 신흥 기술 지역 데이터센터 및 AI 산업 발전 컨셉 서방 기술 제재에 대응한 역내 컴퓨팅 용량 확충 및 AI 응용 에너지·생태 그린 기술 회랑 2026–2030 프로그램 태양광·풍력 등 청정에너지 설비 확충 및 환경 회복력 증진 글로벌 외연 SCO 사무국-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 MOU 글로벌 사우스와의 연대 강화 및 비서방 거버넌스 외연 확장 3. 주요 회원국 정상의 핵심 발언과 전략적 이해관계 분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연설 전반을 통해 '100년 만의 대변혁' 속에서 일방주의와 헤게모니가 국제 안보를 위협하고 있음을 경고하며, SCO가 '평등하고 질서 있는 다극화'의 선도적 추진축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시 주석은 발전 우선주의와 개방적 세계화를 견지하는 동시에 공동안보 환경을 조성하고 주권 평등에 입각한 협의 체계를 정착시키자는 4대 제안을 내놓았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중국은 향후 3년간 100건의 과학기술 협력 프로젝트 추진, '국제 AI 응용 협력 센터' 설립 지원, 회원국 내 태양광 및 풍력 발전 설비용량 각 1,000만 kW 확충을 약속하였다. 또한 시 주석은 키르기스스탄과의 별도 양자 국빈 방문을 통해 '영구적 선린우호협력조약'을 전격 체결함으로써 중앙아시아 내륙에 대한 배타적 외교 기반을 굳건히 다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기구 출범 25년 만에 SCO가 다극 질서의 강력하고 독립적인 구심점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하며, 서방의 제재 포위망을 돌파하기 위한 실물 경제 데이터를 제시하였다. 푸틴 대통령은 2025년 기준 러시아와 SCO 회원국 간 무역 규모가 4,00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상호 무역 결제에서 자국 통화 결제 비중이 이미 98%를 상회하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서방을 '제국주의의 포식자'에 비유하며 비판 수위를 높인 푸틴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글로벌 사우스와 아시아 국가들의 대표성이 대폭 보강되어야 함을 주장하는 한편, 'SCO 개발은행' 설립을 강력히 촉구하여 서방 주도 금융망(SWIFT 등)을 우회할 비서방 독자 금융 인프라의 제도화를 촉진하였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연설의 초점을 엄격한 반테러리즘 원칙 수호에 맞추었다. 모디 총리는 테러와의 전쟁에 있어 일체의 정치적 '이중 잣대'를 배격해야 한다고 경고하며, 자금 지원, 인력 모집, 급진주의 전파, 은식처 제공으로 이어지는 테러 생태계 전반을 해체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하였다. 이는 역내 테러 조직을 묵인·지원한다는 비판을 받는 파키스탄을 다자 무대에서 우회적으로 압박한 조치이다. 아울러 모디 총리는 역내 물리적 연계성 확충 사업이 개별 국가의 주권과 영토적 보전성을 조건 없이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파키스탄 통제 카슈미르(PoK)를 관통하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확인하였다. 다만 모디 총리는 회의장 안팎에서 시진핑 주석과 2020년 국경 충돌 이후의 긴장 완화를 시사하는 짧은 회동을 가졌으며, 푸틴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속한 평화적 종식을 촉구하는 등 정교한 등거리 외교 노선을 구사하였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자국이 대테러 전쟁에서 9만 명 이상의 인명 손실과 1,500억 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피해를 감내했음을 역설하며 대인도 방어 논리를 전개하였다. 특히 샤리프 총리는 2025년 4월 파할감(Pahalgam) 테러 사건 이후 인도 측이 일방적으로 효력을 정지한 인더스강 수자원 조약(Indus Waters Treaty)을 정면으로 겨냥하여 "수자원이 무기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항변하였다. 중앙아시아 정상들의 경우, 카자흐스탄의 토카예프 대통령이 아스타나에 SCO 개발은행 본부를 유치하겠다는 구상과 함께 2035 운송 전략을 발표하였고, 키르기스스탄의 자파로프 대통령은 중국-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CKU) 철도의 전략적 개통을 촉구하며 실물 인프라 유치 경쟁을 전개하였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서방 군사 조치에 대한 회원국들의 연대 규탄을 이끌어내며 공동 무역보험망과 'SCO 에너지 컨소시엄' 창설을 제안하였다. 국가 핵심 전략 지향점 주요 의제 및 제안 조치 잠재적 갈등 및 대립 요소 중국 다극화 질서 주도 및 글로벌 사우스 규합 100대 기술 프로젝트, AI 협력센터,  친환경 발전망 인도의 견제 및 일대일로(BRI) 주권 침해 논란 러시아 대서방 제재 돌파 및 탈달러 금융망 제도화 SCO 개발은행 설립,  자국 통화 결제율(98%) 강조 우크라이나 장기전에 대한 회원국들의 외교적 부담 인도 전략적 자율성 확보 및 국가 주권 수호 대테러 이중잣대 철폐, 주권 존중 물류,  영어 공식화 CPEC 반대 고수 및 파키스탄과의 국경·수자원 충돌 파키스탄 대인도 억제력 확보 및 차기 의장국 위상 제고 CPEC 중심 연계성,  인더스강 수자원 조약 복원 요구 대테러 책임 전가 및 인도와의 상호 외교적 공방 중앙아시아 내륙국 지리적 고립 탈피 및 개발금융 확보 CKU 철도망 건설,  아스타나 개발은행 본부 유치 개발은행 본부 입지 등을 둘러싼 역내 회원국 간 경쟁 이란 서방 군사·경제 압박 돌파 및 역내 생존선 확보 SCO 에너지 컨소시엄, 공동 무역보험,  탈달러 결제 중동 내 무력 분쟁 확산에 따른 역내 회원국 간 이견 4. 유라시아 안보 거버넌스의 제도적 진화와 구조적 모순 비슈케크 정상회의는 역내 안보 위협의 다변화에 대응하여 기구 역사상 가장 포괄적인 안보 메커니즘 개편을 단행하였다1. 그 핵심은 기존 타슈켄트 소재 지역반테러구조(RATS)의 전통적 기능을 뛰어넘는 'SCO 회원국 안보 위협·도전 대응 통합 센터(Universal Centre  for Countering Challenges and Threats)' 설립 규정을 승인한 점이다. 이 센터는 과거 테러리즘, 분리주의, 극단주의 등 이른바 '3대 악' 차단에 편중되었던 안보 협력의 틀을 초국가적 조직범죄, 합성 마약 유통, 사이버 테러, 통신 금융 사기 등 현대 비전통 복합 위협을 단일 지휘체계 내에서 총괄 조정하는 중앙 집중형 안보 플랫폼으로 진화시켰다. 여기에 더해 2030년까지의 마약 및 합성 원료물질 퇴치 행동계획과 마약퇴치센터 규정이 승인되어 아프가니스탄발 마약 자금의 불법 유통망을 사법 공조로 차단할 법적 근거가 정비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정비에도 불구하고 SCO 안보 거버넌스는 회원국 간 구조적 불신으로 인한 깊은 균열을 노출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모순은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규범적 적대 관계이다. 비슈케크 선언은 "테러 대응에 어떠한 이중 잣대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문안을 채택하였으나, 인도는 이를 파키스탄 기반 테러 배후 세력을 겨냥한 외교적 무기로 활용한 반면, 파키스탄은 자국의 막대한 군사적 피해를 내세우며 인도 측의 압박을 반박하는 근거로 삼아 상반된 자의적 해석을 전개하였다. 또한 파키스탄이 정상회의 다자 석상에서 수자원의 무기화를 금지해야 한다며 인더스강 조약 복원을 공식 요구하자 인도가 즉각 주권적 안보 사안으로 맞서면서, 양자 분쟁이 다자 회의의 통합성을 훼손하는 구조적 병폐가 재연되었다. 대외 지정학적 위기 대응에 있어서도 회원국 간 이해관계의 불일치가 뚜렷하다. 선언문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을 규탄하며 이란에 강력한 외교적 방패를 제공하였으나, 인도와 중앙아시아 주요국들은 미국 및 중동 주요국과의 안보 파트너십을 의식하여 선언 문구의 법적 구속력과 실행 조치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였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서도 러시아와 중국이 선언문을 통해 '다극 질서의 불가역성'을 부각한 반면, 서방과의 경제적 교류를 유지해야 하는 다수 회원국들은 개별 발언에서 평화적 대화와 영토 주권 원칙을 강조함으로써 기구 전체가 단일 안보동맹으로 결속되는 것을 의도적으로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5. 경제·에너지 협력 및 독자 금융 결제망 구축과 쟁점 경제 및 금융 부문에서 이번 정상회의의 핵심 화두는 서방 주도의 국제금융망 통제에 대응한 '자국 통화 결제망 확충'과 'SCO 독자 금융 기구 설립'이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제시한 역내 교역 98% 이상의 현지 통화 결제율 달성은 비서방 국가 간 교역에서 탈달러화가 이미 실질적인 교역 규범으로 정착되었음을 입증한다. 이란과 벨라루스 역시 서방의 세컨더리 보이콧(제2차 제재)을 방어하기 위해 다자 통화 스와프 체계, 역내 무역·투자 재보험 기구 창설을 강력히 요구하며 금융 주권 확보를 위한 대안 메커니즘을 구체화하였다. 반면 수년간 논의되어 온 'SCO 개발은행' 설립은 회원국 간 자본 출자 비중과 본부 입지를 둘러싼 주도권 다툼으로 인해 최종 타결이 유보되었다. 카자흐스탄은 금융 특구 인프라를 보유한 아스타나를 본부 입지로 공식 제안하였으나,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등 역내 소국들은 대국 주도의 의사결정 독점을 우려하며 운영 지분 구조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였다. 또한 중국 자본의 일방적 독주를 경계하는 인도의 미온적 태도 역시 조속한 은행 출범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실질적 기구 출범의 실행 과제는 파키스탄 의장국 회기로 이양되었다. 물류 인프라 분야에서는 중국-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CKU) 철도망 착공이 역내 최대 성과로 부각되었으며, 선언문에 명시된 '항만 및 물류센터 개발 2026-2030 행동계획'을 통해 카스피해와 인도양을 잇는 복합 운송로 구축이 탄력을 받게 되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이란이 주창한 'SCO 에너지 컨소시엄'이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자원 부국의 지지를 얻으며 원유, 천연가스, 전력망의 역내 상호 연계 방안으로 논의되었고, 중국이 주도한 태양광·풍력 각 1,000만 kW 보급 계획과 연계된 '그린 기술 회랑' 프로그램이 승인되어 청정에너지 산업 생태계의 블록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분야 추진 프로젝트 및 제도 세부 내용 및 추진 현황 직면 과제 및 회원국 간 이견 금융 제도 SCO 개발은행 역내 독자 인프라 개발 및 산업 차관 제공 기구 아스타나 등 본부 입지 경합 및 지분 배분 이견 통화 결제 자국 통화 결제 메커니즘 현지 통화 정산 확대(러시아 교역 98% 달성) 위안화 편중 리스크 및 비기축 통화 환변동성 복합 물류 항만·물류센터 2026-2030 계획 CKU 철도 및 유라시아 내륙-해양 물류망 확충 인도의 CPEC 반대 및 표준궤 차이로 인한 비용 에너지 망 SCO 에너지 컨소시엄 구상 산유국-소비국 간 원유·가스·전력망 다자 연계 에너지 공급 가격 결정 방식 및 파이프라인 안보 친환경 기술 그린 기술 회랑 2026–2030 풍력·태양광 설비 2,000만 kW 확충 및 기술 공유 중국 신재생 부품·장비에 대한 기술 종속 심화 6. 대서방 관계 및 글로벌 다극화 질서에 미치는 파급효과 2026 비슈케크 정상회의는 SCO가 유라시아 국경 안정화를 위한 지역 안보 협의체에서 출발하여, 서방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구조적으로 저항하는 '비서방 정치·경제 거버넌스의 대안적 구심점'으로 완전히 도약했음을 대외적으로 공표하였다. 세계 인구의 42%, 전 세계 명목 GDP의 25%(구매력평가 기준 36%)를 아우르는 SCO의 규모는 유엔의 기능적 한계와 맞물려 글로벌 거버넌스 재편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서방의 일방적 제재를 집단적으로 거부함으로써, 기구는 서방의 제재 레짐을 무력화하는 지정학적 방파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회의는 아프리카연합(AU)과의 MOU 체결과 아세안(베트남, 라오스) 및 중동(이집트, 튀르키예) 국가들을 아우르는 'SCO 플러스' 세션을 정례화함으로써, 기구의 외연을 글로벌 사우스 전체로 확장하는 통로를 확보하였다. 이는 서방이 구축해 온 규범 기반 질서에 대응하여 주권 존중, 내정 불간섭, 개발 우선주의를 골자로 하는 '상하이 정신(Shanghai Spirit)'을 비서방 세계의 공통 규범으로 확산시키려는 포석이다. 그러나 외연 확장이 가속화될수록 기구 내부의 전략적 응집력은 오히려 약화되는 역설적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나토(NATO) 회원국인 튀르키예의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상회의 직후 나토 동맹 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SCO 정회원국 가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천명한 사실은, 중견국들이 SCO를 반서방 블록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서방과의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다자간 헤징(Hedging)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과 러시아가 추구하는 강력한 반패권 연대와, 서방 시장 및 자본과의 연결고리를 단절할 수 없는 인도, 튀르키예,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실용주의적 줄타기 외교가 병존함에 따라, SCO가 일사불란한 군사·정치 동맹체로 결속되는 데는 명확한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7. 한국의 외교·안보 및 공급망 전략에 대한 시사점 외교·정무적 차원의 다층적 실용주의 전략 구축 비슈케크 정상회의에서 확인된 중앙아시아 5국의 행보는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권 내에 안주하기보다 서방 및 아시아 선진국들과의 다변화된 협력을 통해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기조가 뚜렷하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한-중앙아 K-실크로드 협력 구상'을 단순한 원자재 조달 수준을 넘어 기후변화 대응, 스마트 농업, 전자정부 구축 등 비정치적 기능 협력으로 심화시켜야 한다. 또한 SCO가 영어를 공식 언어로 채택하고 아프리카 및 동남아로 다자 연계를 확장하는 만큼, 한국은 몽골, 베트남 등 유사입장국과의 양자 대화 채널을 통해 SCO 내부의 정책 기류와 규범 변화를 조기에 포착하는 다자외교 모니터링 시스템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가치 외교의 축인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확고히 유지하되, 유라시아 다자 공간에서는 탈이념적 실용 협력을 구사하여 진영 대립의 위험이 양자 관계를 훼손하지 않도록 전략적 방화벽을 구축하는 정교한 외교 방정식이 요구된다. 비전통 안보 거버넌스 분점에 대비한 독자 사법 공조 유지 신설된 '안보 위협·도전 대응 통합 센터'와 2026-2028 국제정보보안 보장 계획은 유라시아 역내의 치안, 사이버 주권, 마약 단속 권한이 서방 주도의 국제기구(인터폴 등)로부터 분리되어 SCO 자체 메커니즘으로 일원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역내 사이버 금융 사기나 합성 마약 유통 등 초국가 범죄 대응 시 한국 사법 당국의 직접적 접근성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 이에 대비하여 한국 경찰청 및 정보 당국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역내 주요 협력국과 양자 간 치안·사법 공조 협정을 강화하고, 비상 인터폴 공조 라인을 다변화해야 한다. 아울러 러시아-벨라루스-이란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반서방 제재 회피 연대가 SCO의 제도적 보호막 아래 공고화되는 양상은 북한의 유라시아 밀착 공간을 간접적으로 확장시킬 위험이 있다. 유라시아 물류망과 금융 네트워크가 대북 제재 회피 및 불법 군사 물자 조달 창구로 전용되지 않도록 국제기구 및 우호국과의 대유라시아 모니터링 공조를 빈틈없이 가동해야 한다. 핵심 광물 공급망 다변화 및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 리스크 통제 비슈케크 정상회의를 계기로 자국 통화 결제율 98% 달성과 중국-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CKU) 철도 등 독자 물류 회랑 건설이 가속화되면서, 유라시아 핵심 자원 시장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물류·금융 지배력이 현저히 강화되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우라늄과 중앙아시아의 희토류, 리튬 등 미래 산업 필수 자원을 확보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공급망의 단일 종속을 타파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러시아 영토나 중국 일대일로망에 대한 물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카스피해를 건너 코카서스와 튀르키예를 잇는 '카스피해 횡단 국제수송로(TITR, 중간회랑)' 인프라 개발에 한국 기업과 정책 금융의 참여를 전략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동시에 러시아와 이란이 SCO 틀 내에서 자국 통화 결제 및 독자 금융망 활용을 표준화함에 따라 현지에 진출한 한국 제조 및 상무 기업들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세컨더리 보이콧에 노출될 법적 위험성이 극도로 고조되었다. 정부와 유관 경제단체는 '유라시아 통상·금융 컴플라이언스 전담 지원 센터'를 선제적으로 가동하여, 역내 계약 체결, 현지 화폐 정산, 우회 수출입 경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외 제재 위반 소지를 사전에 정밀 실사(Due Diligence)할 수 있는 법률 지원 체계를 완비해야 한다. 유라시아 공급망의 실익을 확보하면서도 서방 제재 규범을 준수하는 양방향 리스크 관리 체제의 제도화가 한국 경제안보의 핵심 요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