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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현안
2026년 제81차 유엔총회 회의결과 분석 및 시사점
2026.10.03 Views 65 관리자
2026년제81차 유엔총회 회의결과 분석 및 시사점
대한민국성우회 안보전략연구원장 김갑진
1. 제81차 유엔총회 개요
2026년 9월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개막한 제81차 유엔총회(UNGA 81)는 탈냉전 이후 누적된 지정학적 균열, 만성적인 다자주의 무력화, 기후위기 심화, 신흥 기술 격차 등 다층적 복합 위기 속에서 규범 기반 국제질서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분수령으로 기능했다. 이번 총회는 아시아·태평양 그룹 출신인 방글라데시의 칼릴루르 라흐만(Khalilur Rahman) 의장의 주재 하에 공식 출범하였으며, 상임이사국 5개국을 포함한 부의장단 선출 및 6개 본위원회의 구성을 통해 연간 정규 회기 운영의 제도적 기틀을 확립했다.
이번 총회의 공식 주제는 '신뢰 회복, 전환 관리: 모두를 위해 성과를 내는 유엔(Restoring Trust, Managing Transformation: A United Nations That Delivers for All)'으로 설정되었다. 이는 국제 분쟁 해결 과정에서 극단화된 주요 강대국 간의 거부권 남용과 회원국의 분담금 체납으로 초래된 유엔 본연의 신뢰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인공지능(AI) 혁명과 탄소중립 전환이라는 거대한 문명사적 변곡점에서 다자주의 기구가 실질적인 제도적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투영한 것이다.
총회의 핵심 동력을 형성하는 고위급 주간(High-Level Week)은 9월 중순 사전 부대행사를 시작으로 9월 21일부터 28일까지 본격 전개되었으며, 각국 정상과 수석대표들이 연단에 오른 일반토의(General Debate)는 9월 22일부터 28일까지 집중적으로 진행되었다. 이와 함께 지속가능발전목표(SDG) 가속화, 기후위기 대응, 군소도서국의 실존적 존립 보장, 글로벌 보건 안보를 주제로 한 다자 정상급 회의가 연속적으로 개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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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 |
공식 회의 및 행사명 |
핵심 목적 및 다자적 심의 과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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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8일(화) |
제81차 총회 공식 개막 |
회기 개막 선포, 총회 의장 취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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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8일(금) |
지속가능발전목표(SDG) 모멘트 |
2030 아젠다 달성 점검 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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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2일(화) ~ 28일(월) |
제81차 일반토의 (General Debate) |
회원국 정상 및 각료급 수석대표 기조연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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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3일(수) |
기후행동 및 정의로운 전환 고위급 회의 |
파리협정 감축 목표 이행 촉진 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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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4일(목) |
해수면 상승 실존적 위협 대응 고위급 회의 |
해양 침수 피해국의 영구적 국가성(Statehood) 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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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5일(금) |
팬데믹 예방·대비·대응(PPPR) 고위급 회의 |
미래 보건 위기 대응 체계 정비 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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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9일(화) |
핵무기 전면철폐의 날 기념 고위급 회의 |
포괄적 군축 협약 점검, 핵 비확산 체제 유지 및 |
2. 고위급 주간 및 일반토의 핵심 의제 심층 분석
제81차 총회 고위급 주간과 일반토의는 강대국 간의 제로섬 경쟁 속에서 규범 기반 국제질서가 직면한 실질적인 기능적 제약을 다각도로 조명했다. 특히 무력 충돌의 일상화, 유엔 내부의 재정·구조적 한계, 급변하는 기술 안보 환경, 그리고 기후 적응의 법적 구속력 문제가 집중 논의되었다.
2.1. 국제 분쟁 및 안보 규범의 구조적 침식
일반토의를 지배한 가장 첨예한 화두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중동 전선의 구조적 확산이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임기 종료를 앞둔 마지막 총회 기조보고에서 "평화는 단순히 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법에 의해 권력이 절제되는 규범적 질서"임을 상기시키며, 유엔 헌장이 보장하는 영토 보전과 주권 존중의 원칙이 힘의 논리에 의해 파괴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중동 사태와 관련하여 민간인 참사를 야기하는 무력 사용의 즉각적 중단과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의 법적 이행, 그리고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자유 복원을 강력히 호소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y)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국제 안보 질서를 전염시키는 '슈퍼 전파자(Patient Zero)'로 규정하며, 무력에 의한 국경선 변경을 용인할 경우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안보 기반이 와해될 것임을 경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교전 중단과 침략군 철수, 정상급 협상 틀 구축, 영구적 안보 보장이라는 3단계 평화안을 재확인하고, 47개국을 비롯한 광범위한 다자사회가 러시아를 향한 실효적 외교·경제적 압박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즉각적 당사자 합의 타결을 압박하는 한편, 중동 전선에서는 이란 정권을 향해 '새로운 핵·안보 합의 수용'과 '군사적 궤멸(annihilate)' 중 하나를 택하라는 강경한 최후통첩성 메시지를 던졌다. 이 과정에서 이란 대표단이 연설 도중 본회의장을 집단 퇴장하는 사태가 벌어지며, 서방과 반서방 축 간의 타협 여지가 좁아진 국제정치의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2.2. 다자 거버넌스 위기와 'UN80' 개혁 구상
안전보장이사회가 상임이사국 간 대립으로 상시적 거부권 교착에 빠진 가운데, 기구 자체의 존립 기반을 복원하기 위한 행정·제도 개편 논의가 중심 의제로 부각되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추진하는 'UN80 이니셔티브'는 창설 80주년을 맞아 유엔의 방만한 운영 체계를 수술하기 위한 3개 작업반(Workstream) 기반의 개혁 청사진으로, 진단 단계를 지나 2026년 들어 본격적인 집행 단계에 도달했다.
보고서에 명시된 개혁안은 2026년도 사무국 인력 정원의 21% 감축, 뉴욕과 제네바 본부에 집중된 2,300여 개 직위의 저비용 지역 재배치, 86개 세부 실행 과제를 통한 기구 간 중복 사업 통폐합을 포괄한다. 이러한 강력한 다운사이징은 미국의 약 15억 달러, 중국의 약 5억 9,700만 달러에 달하는 정규 예산 분담금 체납으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유엔의 불가피한 자구책으로 평가된다.
제도적 차원에서는 총회 결의(A/RES/80/251)를 통해 의무(Mandate) 등록 제도를 도입하고 중복 보고서를 대폭 삭감하는 등의 행정 효율화가 추진되고 있다. 이와 병행하여 인도, 일본, 독일, 브라질의 G4 그룹은 80년 전 고착된 안보리 상임·비상임이사국 구조를 전면 확대 개편하기 위한 문안 기반 정부간 협상(IGN) 개시를 촉구했으며, 아프리카 국가들의 상임이사국 진출 필요성에 대한 폭넓은 지지가 확인되었다.
2.3. 글로벌 인공지능(AI) 거버넌스 및 신흥 규범
인공지능 기술이 군사 안보와 글로벌 공급망, 노동 시장 전반을 재편함에 따라 AI 통제권의 편중을 시정하기 위한 다자 규범 정립이 핵심 의제로 다루어졌다. 칼릴루르 라흐만 총회의장은 일반토의 결산에서 AI 거버넌스가 다수 회원국의 공통적 관심사로 제기되었음을 확인하며, AI 규범은 반드시 인간 중심(human-centred) 원칙에 기반해야 하고 개발도상국의 제도적 소외를 원천 차단하는 포용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회 무대에서는 AI 원천 기술을 독점한 소수 빅테크 및 선진국 중심의 배타적 표준 설정에 반대하고, 유엔 주도의 보편적 거버넌스 플랫폼을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다만, 혁신 보호와 시장 자율을 선호하는 서방 진영과 기술 주권 및 무조건적 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글로벌 사우스 진영 간의 시각차는 규범 수립의 실행 메커니즘을 둘러싼 과제로 남겨졌다.
2.4. 기후 적응의 사법적 책임 및 지속가능발전 의제
기후위기 대응 논의는 선언적 감축 수준을 넘어 피해국의 존립과 보상이라는 사법적·제도적 영역으로 이동했다. 9월 24일 진행된 고위급 회의에서는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 완전 수몰 위기에 처한 군소도서국(SIDS)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및 해양 관할권이 국토 소멸 이후에도 국제법상 영구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선언문 채택 논의가 집중 심의되었다. 이는 기후위기가 영토와 국민이라는 국가의 성립 요건을 흔드는 안보적 사안임을 공식화한 사례이다. 아울러 취약국 대상 기후 적응 자금 조달을 위해 다자개발은행(MDB)의 대출 여력을 확충하고 민간 자본을 유인할 공적 보증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재정 개혁 요구가 거듭 제기되었다.
3. 주요국 입장 및 다자외교 전선 비교
일반토의 기조연설과 고위급 접촉을 통해 표출된 주요 행위자들의 외교 기조는 기존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유지와 다극화 지향, 그리고 국익 우선주의 사이에서 뚜렷한 균열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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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 진영 |
주요 발언자 |
핵심 안보·외교 기조연설 요지 |
다자주의 및 기구 개혁에 대한 접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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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
• 이란을 겨냥한 안보적 최후통첩 및 •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 전통적 동맹에 대한 방위 분담 요구 및 |
• 유엔 관료제의 비대화 및 • 선택적 다자주의 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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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
한정(Han Zheng) |
• 유엔 복귀 55주년을 계기로 한 • 인류운명공동체 구상 및 • 일방주의·군사 블록화 비판 및 |
• 글로벌 사우스 대표성 확대를 통한 • 서방 중심 거버넌스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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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
세르게이 라브로프 |
• 서방 패권주의 비판 및 • 대러 제재의 불법성 규탄 및 |
• 현행 안보리 상임이사국 거부권 체제의 • 서방 주도의 다자간 행정 개편 시도 견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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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4 연합 |
각국 외교장관 및 |
• 80년 전 기득권 구조에 머문 • 해상 항행 자유(홍해·걸프) 수호를 위한 |
• 상임·비상임이사국 동시 확대를 위한 • 아프리카 및 주요 신흥국을 포괄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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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
김선경 |
• 헌법화된 핵보유국 지위의 • 한미일 연합 군사훈련 규탄 및 |
•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의 • 다극화 국제질서 내 |
4. 대한민국 대표단 외교 기조 및 활동
대한민국 정부는 제81차 유엔총회를 계기로 분절화된 국제 질서를 잇는 가교 국가로서의 위상을 확립하고, 한반도 문제 해결의 외교적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다층적 외교 활동을 전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9월 22일 일반토의 기조연설을 통해 국제사회의 연대를 통해 원조 수혜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대한민국의 발전사를 환기하며, 전 지구적 복합 위기 극복을 위한 3대 국정 철학 연계 청사진인 'K-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첫째, '글로벌 AI 기본사회' 비전을 통해 급격한 기술 발전이 야기할 불평등과 노동 위기를 완화하고 모든 개인이 기술 진보의 혜택을 향유할 수 있는 기본권적 접근을 역설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내에 국제기구, 다자개발은행, 민간 기업이 협력하는 개방형 '글로벌 AI 허브'를 구축하여 보건, 식량, 기후위기 대응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선도 모델을 만들겠다고 제안했다. 둘째, '한국형 녹색 대전환(K-GX)' 전략을 제시하여 탄소 감축이 산업 혁신 및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공유하고, 2028년 칠레와 공동 개최하는 '제4차 유엔 해양총회'를 통해 지속가능한 해양 거버넌스를 이끌겠다는 의지를 확약했다. 셋째,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에서의 항행 위협을 국제법에 위배되는 행위로 규정하며 글로벌 에너지·물류 공급망 보호를 위한 다자간 연대를 역설했다.
국제사회의 만장일치 합의 구조가 마비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새로운 다자주의 방법론으로서 '건설적 기여국 연대'의 출범도 공식 제안되었다. 이는 포괄적 합의가 도출될 때까지 지체하기보다, 특정 글로벌 현안에 대해 명확한 기여 역량과 실천 의지를 보유한 국가들이 소다자주의(Minilateralism) 형태로 선제적 협력을 가동하고 이를 점진적으로 확산시키는 실용주의적 거버넌스 모델이다. 이와 함께 현장 중심의 실행력을 복원하려는 유엔의 'UN80 이니셔티브'와 안보리 개혁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천명했다.
대북 및 안보 구상에 있어서는 '상호 체제 존중'에 기반한 '한반도 평화공존 3대 청사진'이 제시되었다. 이는 남북 간 체제를 상호 인정하고 보건·재난·기후위기 등 실질적 협력 공간을 열어가는 '포용적 평화공존', 우발적 충돌을 차단하기 위한 군사·통신 직통 채널을 복원하는 '안정적 평화공존', 그리고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전환을 통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평화공존'으로 구성된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선제 중단시키고, 중기적으로 이를 감축한 뒤, 장기적으로 완전한 핵 없는 한반도로 나아가는 단계적 해법을 제시했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이자 미국과 북한 간의 비핵화·평화체제 대화를 견인하는 '페이스메이커(Pacemaker)'로서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모든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선언했다.
총회 고위급 주간 동안 한국 대표단은 기조연설 외에도 다각적인 양자·다자 외교를 병행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원자력 잠수함 저농축 우라늄 연료 공급, 한미 조선업 공급망 연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핵심 안보 현안을 심도 있게 조율하고 북미 대화 재개에 관한 긴밀한 공조를 재확인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독일, 브라질, 파키스탄, 우크라이나,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6개국 외교장관과 연쇄 양자회담을 갖고 공급망 다변화, 핵심광물 협력, 방산 및 자유무역협정 진전을 논의했다. 정부는 중동 고위급 회의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두 국가 해법'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재확인하고 대중동 구상인 '샤인 이니셔티브(S.H.I.N.E. Initiative)'에 기반한 개발·인도적 지원 방침을 밝혔으며, G7 개발장관회의에 핵심 협력국으로 참여해 취약국 지원에서 공적개발원조(ODA)의 전략적 중요성을 개진했다.
5. 국제정세 종합 평가 및 시사점
제81차 유엔총회의 전반적인 논의 결과는 규칙 기반 국제질서가 구조적 분절화(Fragmentation)와 제도적 체질 개선(Restructuring)의 교차점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미·중 전략 경쟁과 지역 분쟁의 확산으로 보편적 다자주의는 심각한 교착에 봉착했으나, 재정 위기와 분쟁 중재 실패에 직면한 유엔 사무국이 'UN80'을 통해 조직의 군살을 제거하고 현장 집행력을 높이려는 구조 개혁을 추진하면서 다자 시스템의 재편 압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 정세 변화는 대한민국의 중장기 대외전략에 다음과 같은 함의를 제공한다.
첫째, 기존 포괄적 다자 합의체가 상설적 거부권 행사로 무력화된 현실에서 한국이 주창한 '건설적 기여국 연대'의 실체화가 시급하다. 만장일치 합의를 고집하기보다는 에너지 해상 수송로 보호, 특정 핵심광물 공급망 안전망 구축, 기후 재난 긴급구호 등 공통의 이해관계와 실질적 역량을 가진 중견국(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북유럽 등)과의 사안별(issue-based) 소다자주의 네트워크를 신속히 제도화해야 한다. 이는 미·중 전략 대립의 제로섬 진영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한국의 독자적 외교적 입지와 협상 레버리지를 확장하는 현실적인 안전판이 될 것이다.
둘째, '글로벌 AI 기본사회' 및 '글로벌 AI 허브' 구상을 국가 전략 자산과 결합하여 국제 표준화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 총회 논의에서 확인되었듯 AI 거버넌스는 단순한 윤리 선언을 넘어 신흥 무기 통제와 디지털 산업 규범이 교차하는 핵심 전장이다.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반도체·디지털 인프라 및 제조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도국의 보건·행정 격차를 완화하는 실증형 'AI 기본사회' ODA 모델을 기획하고, 이를 유엔 개발기구 및 다자개발은행과 연결해야 한다. 이를 통해 서방의 시장 중심 규범과 글로벌 사우스의 주권 중심 접근 사이에서 실용적 가교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디지털 규범 제정자(Rule-maker)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해야 한다.
셋째, 유엔 사무국의 'UN80' 구조조정 및 기구 분산 배치를 능동적인 다자외교 지분 확대의 기회로 포착해야 한다. 유엔이 재정 절감을 위해 뉴욕과 제네바 본부의 인력 21%를 감축하고 핵심 기능의 분산 배치를 추진함에 따라, 향후 아시아·태평양 권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 거점 유치 경쟁이 가열될 것이다. 한국은 송도 국제기구 타운 등을 인프라로 제시하며 신설되는 유엔의 데이터, AI 기술 통제, 기후 금융 관련 거점 조직을 선제적으로 국내에 유치하는 외교적 교섭을 전개해야 한다. 아울러 재정 분담금 규모에 걸맞은 사무국 주요 고위직 진출을 제도화하여 국제기구 운영에 대한 실질적 영향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넷째, 북한의 적대적 2국가론 및 비가역적 핵보유 주장에 대응하여 한미 연합 억제력과 단계적 외교 로드맵 간의 정밀한 조율이 요구된다. 북한 대표단이 총회 연설을 통해 핵 능력을 앞세운 공세적 억제 기조를 천명한 상황에서, 정부가 제시한 '핵 고도화 중단, 중기 감축, 완전한 비핵화' 단계론은 확고한 확장억제 태세와의 정합성을 전제로 추진되어야 한다. 특히 미 행정부의 전격적인 대북 협상 추진 가능성을 상정하여 비핵화 동결-보상 패키지의 초기 설계 단계부터 한미 간 긴밀한 정책 조율을 확보해야 하며, 총회에서 천명한 '페이스메이커' 위상을 활용해 한반도 정세의 전략적 주도권을 견고히 유지해 나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