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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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한국 외교, 위기와 기회
2014.07.21 Views 2107 관리자
[정동칼럼]한국 외교, 위기와 기회
중국 시진핑 주석의 7월3~4일 한국 방문은 본인에게는 친척집 나들이 같았을지는 몰라도 국내 매스컴과 여러 전문가들에게 거북하고 부담스러운 뒷맛을 남겼다.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전향적 자세를 기대한 한국의 뜻과 달리 중국은 한국을 강하게 끌어안으며 한·일 관계, 나아가 한·미·일 관계에 쐐기를 박으려는 속내를 보였기 때문이다. 중국의 ‘밀월(蜜月)’ 페이스에 말리면 전통적 우방인 미·일 양국과 소원해지고 결국 양 진영 사이 줄타기 외교, 혹은 양자 선택의 줄서기 외교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우려는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중국의 공세에 대응하여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7일 호주로 날아가 토니 애벗 총리와 만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방위장비 수출이란 성과를 상찬하면서 찰떡궁합의 퍼포먼스를 연출하였다. 곧이어 11일 워싱턴에서 오노데라 방위상은 헤이글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일본 정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방침이 “역사적 결정”이며 이를 “강력히 지지”한다는 미국의 축복을 받았다.
한·중 정상이 “우려”를 표명한다며 반대한 사안이다. 일본의 기동적인 행보는 중국을 겨냥하고 있으며, 간접적으로 한국을 압박하는 모양새이다. 그 사이 베이징에서 열린 제6차 ‘미·중 전략 경제대화’에서 미국은 큰 틀에서 신형대국 관계를 재확인하는 한편 구체적 이슈에서 중국과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일본과 미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중국의 한국 끌어안기 뒤에 있는 심모원려(深謀遠慮)이다. 그동안 중국은 국력 신장에 걸맞게 핵심이익을 정의, 확대하는 과정에서 서태평양에서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제한하는 반(反)접근, 지역거부 전략을 추구하고,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주장적 입장을 견지하며,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 등 경제 문제에서 사안별 대응을 해왔다.
올해 들어 중국은 한 발짝 나아가 사안별 판단과 행동의 기준을 정하는 규범과 이를 구현하는 제도를 독자적으로 제시해오고 있다. 동아시아 안보질서가 냉전의 유물인 동맹체제에 의해 지탱해왔음을 비판하면서 공동, 포괄, 협력, 지속가능한 안보를 주요 개념으로 하는 ‘신안보관’이란 규범을 제시하고 미국이 배제된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 회의(CICA)’를 지역안보 다자기구로 제안하고 있다. ‘아시아의 안보는 아시아인이 지키자’는 아시아판 먼로 독트린이다.
경제 면에서도 중국은 경쟁시장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미국식 세계화(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를 비판하면서 지속가능성과 평등성, 다양성을 중시하는 포괄적 발전규범을 제시해왔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금융·개발부문에서 새로운 규범을 담는 대안적 제도로 제시되었다. 통상부문에서도 고수준의 시장자유화를 지향하는 미국 주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항하여 새로운 규범을 담는 지역다자FTA 모델을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중국에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한·미·일 구도를 교란하는 요인이란 차원을 넘어 자신에 유리한 지역 규범과 제도를 지지하고 정당성을 제공하는 국가라는 데 있다. 그렇다면 역으로 한국이 규범 제정과 제도 설계의 경쟁 속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발휘할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미·일 양국은 기성질서의 부분적 결함과 수정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고 중국은 아직까지 완벽한 대항규범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한국에 기회의 창은 충분히 열려 있다.
한국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 CICA 및 AIIB 위상 설정, 한·중 FTA 협상속도 조절, TPP 및 지역포괄경제동반자협정(RCEP) 추진, 동북아평화협력구상 가동 등을 결정할 때 지역질서의 재건축이란 거시적, 구조적 차원에서 판단해야 한다. 중국이 제시하는 CICA는 미국 중심의 동맹체제와 대체관계에 있지는 않다. AIIB 역시 아시아개발은행(ADB)이나 세계은행(WB)과 공존할 수 있다.
한국은 양자택일이 아니라 양자공존의 지역질서 건축물을 구상하는 창조적 디자인 외교를 모색해야 한다. 복수의 제도들이 기능적으로 분화되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공존, 진화할 수 있는 동아시아 지역제도를 설계하는 일이다.

한·중 정상이 “우려”를 표명한다며 반대한 사안이다. 일본의 기동적인 행보는 중국을 겨냥하고 있으며, 간접적으로 한국을 압박하는 모양새이다. 그 사이 베이징에서 열린 제6차 ‘미·중 전략 경제대화’에서 미국은 큰 틀에서 신형대국 관계를 재확인하는 한편 구체적 이슈에서 중국과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일본과 미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중국의 한국 끌어안기 뒤에 있는 심모원려(深謀遠慮)이다. 그동안 중국은 국력 신장에 걸맞게 핵심이익을 정의, 확대하는 과정에서 서태평양에서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제한하는 반(反)접근, 지역거부 전략을 추구하고,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주장적 입장을 견지하며,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 등 경제 문제에서 사안별 대응을 해왔다.
올해 들어 중국은 한 발짝 나아가 사안별 판단과 행동의 기준을 정하는 규범과 이를 구현하는 제도를 독자적으로 제시해오고 있다. 동아시아 안보질서가 냉전의 유물인 동맹체제에 의해 지탱해왔음을 비판하면서 공동, 포괄, 협력, 지속가능한 안보를 주요 개념으로 하는 ‘신안보관’이란 규범을 제시하고 미국이 배제된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 회의(CICA)’를 지역안보 다자기구로 제안하고 있다. ‘아시아의 안보는 아시아인이 지키자’는 아시아판 먼로 독트린이다.
경제 면에서도 중국은 경쟁시장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미국식 세계화(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를 비판하면서 지속가능성과 평등성, 다양성을 중시하는 포괄적 발전규범을 제시해왔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금융·개발부문에서 새로운 규범을 담는 대안적 제도로 제시되었다. 통상부문에서도 고수준의 시장자유화를 지향하는 미국 주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항하여 새로운 규범을 담는 지역다자FTA 모델을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중국에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한·미·일 구도를 교란하는 요인이란 차원을 넘어 자신에 유리한 지역 규범과 제도를 지지하고 정당성을 제공하는 국가라는 데 있다. 그렇다면 역으로 한국이 규범 제정과 제도 설계의 경쟁 속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발휘할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미·일 양국은 기성질서의 부분적 결함과 수정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고 중국은 아직까지 완벽한 대항규범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한국에 기회의 창은 충분히 열려 있다.
한국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 CICA 및 AIIB 위상 설정, 한·중 FTA 협상속도 조절, TPP 및 지역포괄경제동반자협정(RCEP) 추진, 동북아평화협력구상 가동 등을 결정할 때 지역질서의 재건축이란 거시적, 구조적 차원에서 판단해야 한다. 중국이 제시하는 CICA는 미국 중심의 동맹체제와 대체관계에 있지는 않다. AIIB 역시 아시아개발은행(ADB)이나 세계은행(WB)과 공존할 수 있다.
한국은 양자택일이 아니라 양자공존의 지역질서 건축물을 구상하는 창조적 디자인 외교를 모색해야 한다. 복수의 제도들이 기능적으로 분화되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공존, 진화할 수 있는 동아시아 지역제도를 설계하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