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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칼럼] 위안부 문제, 사사에 모델이 답이다

2014.08.01 Views 2539 관리자

[김영희 칼럼] 위안부 문제, 사사에 모델이 답이다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양쪽 정상들이 국제회의에서 만나도 소 닭 쳐다보듯 하고, 외교장관들이 제대로 된 회담 한번 안 하는 지금의 한·일 관계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 한·일 관계가 얼어붙어 있는 사이에 아베 총리의 일본은 미국의 중국 포위망의 총대를 메고 집단자위권 행사를 결정하고 북한과는 납치자 문제 해결과 대북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실리외교의 길을 내달리고 있다. 그래도 일본과의 말문을 닫아 걸고 있는 한국 정부는 일본에 불평 한마디 할 처지가 못된다. 기껏 두 나라 외교부 국장급 관리들이 만나고는 있지만 위안부 문제는 외교를 떠나 큰 정치 문제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한·일 불화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아킬레스건이다. 인도와 호주에서 동남아를 거쳐 동북아에 이르는 중국 포위망에서 한반도라는 핵심 고리가 단절돼 있는 한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구도는 어정쩡하게 미완으로 남는다. 그래서 미국은 일본에는 한·일 관계 개선을 다그치고 한국에는 한·미·일 삼각안보체제에 들어오라고 압력을 넣는다. 미국의 압력이 아니라도 일본은 미·중, 중·일 대결의 저울대에서 한국의 힘이 중국에 실린다고 걱정한다. 아베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담을 하고 싶은 이유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입장은 여전히 강경하다. 아베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아베는 두 개의 입을 가진 사람처럼 하나의 입으로는 한·일 관계의 복원을 말하면서 다른 입으로는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의 재점검을 지시하고 한반도 유사시에 주일미군이 분쟁에 개입할 때는 일본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자극적인 말을 서슴지 않는다. 이중 플레이를 일삼는 사람과 만나서 정상회담을 한들 거기서 어떤 의미 있는 합의가 나올 것이며 나온들 제대로 지켜지겠느냐는 의심은 경험적으로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 최고 지도자들이 위안부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고 관계를 복원하는 것이 동북아의 지정학적 명령이다. 우리도 북한 문제를 가지고 중국에만 기댈 수가 없다.

 위안부 문제 해결의 하나의 모델은 나와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3월 민주당 노다 정부의 외무차관 사사에 겐이치로가 3개 항의 방안을 들고 왔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1)일본 총리가 공식 사죄를 하고 (2)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인도주의 명목의 배상을 하고 (3)주한 일본 대사가 위안부 피해자들을 방문해 총리의 사죄문을 읽고 배상금을 전달한다는 내용이었다.

 국가책임의 인정과 사과를 요구하던 한국 정부는 사사에 3개 항 중에서 제2항인 인도주의적인 배상을 수락할 수가 없었다. 협상 끝에 일본이 인도주의 배상을 사죄금으로 명칭을 바꾸고 거기에다 전문가들이 위안부 문제의 진상을 규명해 후세의 교육에 반영한다는 항목까지 추가하는 안을 만들어 타결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일본의 노다 총리가 버텼다. 내용 때문이 아니라 그 안을 적극 주도한 한일평화의원회의 일본 측 대표 사이토 쓰요시가 너무 나서는 게 불쾌해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12월 중의원이 해산되고 총선에서 자민당 승리로 아베의 자민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사에 3개항은 동면으로 들어갔다.

 사사에 모델은 주어진 상황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다보다 아베는 훨씬 덜 타협적이고 훨씬 더 역사수정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이다. 그가 사사에 모델의 활용에 동의할지는 확실치 않다. 박근혜 정부의 생각도 미지수다. 그러나 두 나라 정부가 한·일 관계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데 공감한다면 사사에 모델에서 출발할 만하다. 한·일 갈등의 중심에는 일본의 역사 인식이 있고 그 역사 인식의 핵심은 위안부 문제다. 이걸 풀지 않고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

 일본 문제 권위자인 국민대의 이원덕 교수는 위안부 문제를 의제로 한 원포인트 정상회담을 제안한다. 11월 미얀마 아세안+3 정상회의나 같은 무렵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나 서로의 속마음을 확인하고 큰 틀의 합의를 해놓고 내년에 본격적인 정상회담을 열어 최종적인 마무리를 짓자는 구상이다. 지금으로서는 그 이상의 방법은 없다.

 국내에서 “그걸로는 미흡하다”는 반발이 있을 수 있지만 박 대통령이 7·30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대폭 강화된 정치적인 입지에서 국내의 반발 세력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새 주일대사에 직업외교관 대신 정치인을 임명한 것도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박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한·일 관계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컨센서스를 업은 정치인 대사에게는 직업외교관이 빠지기 쉬운 틀에 박힌 사고를 뛰어넘는 창발적인 활동이 기대된다.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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