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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행성’에서 사는 법

2014.06.09 Views 2095 관리자

[차관칼럼] ‘디지털 행성’에서 사는 법
2014-06-08 16:37:57
윤종록 차관
지금까지 정보통신기술(ICT)은 별도로 존재해 왔지만 정보화 시대에서 ICT는 물, 공기와 같은 필수재로 자리 잡았다. ICT 없이는 인간이 살 수 없고 사회가 지탱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과학기술에서 나오는 상상력의 씨앗은 ICT의 토양에서 혁신적 서비스, 솔루션, 애플리케이션이라는 열매를 키워내고 있다. ICT는 물리적 공간을 사이버공간으로 확장시키면서 많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 주고 있다.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한반도 공간은 이미 수많은 디지털 신호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한국`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머물러 있지만 사이버 세상인 `디지털 코리아`에도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은 사이버 세상의 확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래서 21세기를 `디지털 행성`이라고 부르기도 하지 않는가.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인터넷이 삶의 일부가 되며 인간의 몸속까지 인터넷이 확장되는 사이버 세상, 바로 디지털 시대의 신인류 `호모디지쿠스`가 새롭게 등장하는 세상인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의 무한한 공간을 앞세운 사이버 세상은 기존 질서와 패러다임으로는 도저히 설명하기 힘든 새로운 세상이다. 기존 기술과 산업 중심의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거버넌스와 규범 차원의 철학적·이론적 개념 정립이 요구되는 상황이 됐다. 모든 사람과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가치가 새롭게 창조되는 사이버 세상에는 그에 맞는 규범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사이버 규범 어젠다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다. 사이버공간을 매개로 한 생활방식이 지배하면서 기술적 차원보다는 사회 구성원의 보편적 이해와 합의에 기반한 규범 형성 차원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국가 및 지역별 정치.사회적 맥락에 따라 사이버 규범 정립의 가치기준이나 방향은 같을 수 없을 것이며 상이할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과 같이 사이버 안보 강화에 주력하는 나라들이 있는 반면 브라질은 최근 세계 최초의 인터넷 권리장전인 `마르코 시빌 다 인터넷`을 통과시키며 인터넷 이용자의 기본권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결국 주목해야 할 것은 사이버 공간에서 보편적 이해와 합의에 기반한 사이버 규범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는 국가 간 이견이 없다는 점이다.

이런 사이버 규범 정립 노력은 최근 국제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글로벌 인터넷 거버넌스 논의에서도 활발하다. 1998년부터 국제인터넷주소에 대한 최종 관리권을 가지고 있던 미국 정부는 최근 그 관리권을 국제사회의 다수 이해관계자 공동체에 이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는 인터넷주소자원이라는 국제적 공역에 미국 정부가 특권을 가지는 체계에 정당한 불만을 가진 국가들의 반발이 가시화된 시점에 대응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최근 브라질에서는 전 세계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여 인터넷 공공정책 수립 과정에 있어서 지켜져야 할 기본원칙으로 프라이버시 및 표현의 자유와 같은 인권, 문화·언어적 다양성, 인터넷 개방성, 혁신을 조장하는 환경 등에 합의를 도출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로드맵을 논의했다. 국제사회의 보편적 이해와 합의에 기반한 사이버 규준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인터넷거버넌스포럼(IGF) 등 다양한 논의의 장에서 지속될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도 이런 논의에 힘입어 우리나라 특유의 ICT 문화와 환경에 알맞은 규범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새로운 디지털 문화 현상으로 역동적인 정보문화를 보여주고 있으며 그 어떤 나라도 넘보기 힘든 든든한 정보통신 인프라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경험과 잠재력을 바탕으로 국경 없는 사이버 세상의 글로벌 리딩국인 점을 명심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 모두의 참여와 투명한 절차를 통해 합의된 인터넷 관리체계의 논의에 앞장서야 할 시기다.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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