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현안
자료실
오바마의 레임덕
2014.11.25 Views 1927 관리자
지난주 미국을 엄습한 38년 만의 11월 한파(寒波)에서 워싱턴도 예외가 아니었다. 기온은 영하 4도까지 내려갔다. 비가 내리고, 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는 훨씬 낮았다. 날씨만큼 워싱턴 정가(政街)도 급랭하고 있다. 야당인 공화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민개혁안을 밀어붙이면서 정국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오바마는 약 11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미국 내 불법체류자 중 최대 500만 명을 구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의회를 우회해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이민장벽을 절반쯤 허문 셈이다. 중간선거 참패로 상·하원 모두 여소야대가 된 상황에서 오바마가 던진 예상 밖의 초강수다. 비록 레임덕 신세지만 남은 임기 동안 할 일은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아울러 본격적인 ‘레거시(legacy·치적)’ 챙기기에 돌입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민개혁은 오바마의 ‘레거시 리스트’ 맨 위쪽 어딘가에 놓일 공산이 크다.
죽음을 앞두고 사람들이 ‘버킷 리스트’를 만들 듯이 퇴임을 앞둔 대통령은 레거시 리스트를 만든다. 권좌에서 물러난 뒤 “임기 중 나는 이런 일을 했노라”고 내세울 수 있는 차별화된 업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17년 1월 퇴임을 앞두고 오바마가 만든 레거시 리스트에 과연 북한 핵은 들어 있을까. 워싱턴에서 만난 여러 사람에게 이 질문을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에는 차이가 없었다. 리스트에 아예 없거나 있어도 맨 아래쪽에 있기 때문에 사실상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레임덕 상태에서 오바마가 동원할 수 있는 정치적 자원은 극히 제한적이다. 아무데나 함부로 쓸 수가 없다. 비용과 효과를 따져 승산이 있는 곳에만 투입하는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하다. 북한은 그 대상이 아니라는 게 워싱턴에서 만난 사람들의 공통된 시각이었다. 미국이 당면한 대외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데다 정치적 부담과 위험에 비해 성공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다. 요컨대 북한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비핵화 의지를 먼저 보여주기 전에 미국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기존의 ‘전략적 인내’ 노선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것이다. 억류 미국인 2명의 송환을 위해 미국의 ‘최고 스파이’인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DNI)을 특사로 평양에 보내 김정은에게 친서까지 전달한 것을 놓고 오바마의 유턴으로 해석하는 것은 신호를 잘못 읽은 것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은 실현불가능한 목표라는 인식이 워싱턴에 확산되고 있다. 평양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 한 협상은 끝없는 의심의 악순환에 빠져 실패로 끝날 게 뻔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누구도 선뜻 나서서 협상을 주장하기 어렵게 돼 있다. 지속적 압박을 통한 체제 변환이 북핵 문제의 대안적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미·중 정상이 ‘북핵 불용’을 만트라처럼 외치면서도 구체적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실제로 해법이 없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으면 북핵 문제는 더욱 악화될 게 확실하다. 이 순간에도 북한의 핵 능력은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 다량화를 위한 수순을 차곡차곡 밟고 있다. 4차 핵실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현 수준에서 북한의 핵 활동을 동결하는 방안부터 찾아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발상의 전환이다. 입구가 막혔으면 출구를 입구로 바꾸는 역발상이 필요해 보인다. 우라늄 농축을 포함한 북한 내 모든 핵 활동의 검증 가능한 동결을 조건으로 북·미 수교 협상을 먼저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북핵 문제의 근본 원인은 상호불신이다. 그런 만큼 수교를 통해 문호를 개방하고, 상호교류를 확대해 점차 신뢰를 쌓아가면서 북한 핵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비(非)가역적인 폐기(CVID)’라는 최종 목표를 장기적으로 추구하는 것이다.
동맹국인 한국을 제쳐놓고 미국이 이런 아이디어를 먼저 내긴 어렵다. 그럴 생각도 없어 보인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아이디어를 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대북정책과 관련한 박근혜 정부의 의사결정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밑에서 올라오는 보고서에 의존해 대통령이 모든 걸 결정하는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절대 파천황(破天荒)적 발상이 나올 수 없다.
북핵 문제처럼 중대한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관계장관들이 참가하는 제대로 된 브레인스토밍 한 번 없었다고 한다. 토론이 없는 정부에서 대담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리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관계부처 장관들의 끝장토론을 통해 우리 식의 주도적인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걸 들고 박 대통령은 오바마를 설득해야 한다. 그것으로 오바마 레거시 리스트의 대미(大尾)를 장식하라고.
오바마는 약 11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미국 내 불법체류자 중 최대 500만 명을 구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의회를 우회해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이민장벽을 절반쯤 허문 셈이다. 중간선거 참패로 상·하원 모두 여소야대가 된 상황에서 오바마가 던진 예상 밖의 초강수다. 비록 레임덕 신세지만 남은 임기 동안 할 일은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아울러 본격적인 ‘레거시(legacy·치적)’ 챙기기에 돌입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민개혁은 오바마의 ‘레거시 리스트’ 맨 위쪽 어딘가에 놓일 공산이 크다.
죽음을 앞두고 사람들이 ‘버킷 리스트’를 만들 듯이 퇴임을 앞둔 대통령은 레거시 리스트를 만든다. 권좌에서 물러난 뒤 “임기 중 나는 이런 일을 했노라”고 내세울 수 있는 차별화된 업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17년 1월 퇴임을 앞두고 오바마가 만든 레거시 리스트에 과연 북한 핵은 들어 있을까. 워싱턴에서 만난 여러 사람에게 이 질문을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에는 차이가 없었다. 리스트에 아예 없거나 있어도 맨 아래쪽에 있기 때문에 사실상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은 실현불가능한 목표라는 인식이 워싱턴에 확산되고 있다. 평양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 한 협상은 끝없는 의심의 악순환에 빠져 실패로 끝날 게 뻔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누구도 선뜻 나서서 협상을 주장하기 어렵게 돼 있다. 지속적 압박을 통한 체제 변환이 북핵 문제의 대안적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미·중 정상이 ‘북핵 불용’을 만트라처럼 외치면서도 구체적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실제로 해법이 없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으면 북핵 문제는 더욱 악화될 게 확실하다. 이 순간에도 북한의 핵 능력은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 다량화를 위한 수순을 차곡차곡 밟고 있다. 4차 핵실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현 수준에서 북한의 핵 활동을 동결하는 방안부터 찾아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발상의 전환이다. 입구가 막혔으면 출구를 입구로 바꾸는 역발상이 필요해 보인다. 우라늄 농축을 포함한 북한 내 모든 핵 활동의 검증 가능한 동결을 조건으로 북·미 수교 협상을 먼저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북핵 문제의 근본 원인은 상호불신이다. 그런 만큼 수교를 통해 문호를 개방하고, 상호교류를 확대해 점차 신뢰를 쌓아가면서 북한 핵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비(非)가역적인 폐기(CVID)’라는 최종 목표를 장기적으로 추구하는 것이다.
동맹국인 한국을 제쳐놓고 미국이 이런 아이디어를 먼저 내긴 어렵다. 그럴 생각도 없어 보인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아이디어를 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대북정책과 관련한 박근혜 정부의 의사결정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밑에서 올라오는 보고서에 의존해 대통령이 모든 걸 결정하는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절대 파천황(破天荒)적 발상이 나올 수 없다.
북핵 문제처럼 중대한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관계장관들이 참가하는 제대로 된 브레인스토밍 한 번 없었다고 한다. 토론이 없는 정부에서 대담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리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관계부처 장관들의 끝장토론을 통해 우리 식의 주도적인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걸 들고 박 대통령은 오바마를 설득해야 한다. 그것으로 오바마 레거시 리스트의 대미(大尾)를 장식하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