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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내 안의 敵`과 싸우는 프랑스
2015.01.12 Views 3044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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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내 안의 敵`과 싸우는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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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1.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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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국립외교원 교수·유럽정치
`프랑스판(版) 9·11 테러`라고 불리는 사를리 에브도 총격 테러 사건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세계적 공감대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러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지 뒤에 남은 숙제는 다문화주의를 표방하는 유럽의 이민과 사회 통합, 테러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다.
EU 통계청(Eurostat)에 따르면 2012년 EU 27개 회원국에 거주하는 비(非) EU 회원국 국적 소지자는 2040만 명으로 EU 인구의 4.1%를 차지한다. 자국이 아닌 다른 EU 회원국에 거주하는 EU 시민은 1370만 명에 달한다. 유럽의 인구 구성은 외국 국적자 비율이 나타내는 것보다 더 복잡하다. 같은 해 EU 국가의 시민권을 획득한 사람은 81만7000명이며 이 중 86.8%인 70만9000명이 비EU 회원국 출신이다. 이 중 가장 큰 그룹은 아프리카 출신으로 25%를 차지한다. 여기에 태어날 때부터 EU 회원국 국적을 부여받은 이민 2세대 이상의 이민자 후손을 더하면 인구 구성을 보는 것만으로도 다문화주의는 유럽의 피할 수 없는 현실임을 알 수 있다.
유럽의 다문화주의는 자유·평등·박애 같은 공동의 가치에 기반을 둔 국가에서 다양한 문화가 우위를 정하지 않고 공존하는 것이다. 이 공동의 가치는 문화를 초월하는 것이며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는 동기이기도 하다. 자유 없이 문화적 다양성을 추구할 수 없으며, 평등 없이 문화 간 배척을 방지할 수 없고, 박애 없이 약자나 소수자의 문화를 보호할 수 없다. 2000년대부터 다문화주의의 실패가 심심찮게 지적되고 있는 것은 공동의 가치와 다문화주의 간의 이러한 연결 고리가 문화 간 가치의 갈등으로 흔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기 침체로 실업 문제가 가중되면서 이민자에 대한 반감은 가치의 갈등을 넘어 경제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최근 영국에서는 이민자의 영국 경제에 대한 기여를 국가 재정에 대한 적자와 흑자의 문제,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으로 상정한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유럽 각국에서 이민 문제를 선진국의 의무나 개방되고 다양한 사회를 위한 무형의 가치가 아니라 돈의 문제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유럽 각국의 이민 정책은 이민자의 절대수를 줄이려는 보수화 경향과 공동의 가치, 특히 박애주의에 기초한 이민 정책을 유지하려는 측의 갈등 구도가 더욱 표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미 2000년대 미국과 유럽의 테러 사건 이후 부상한 문화적 다양성에 우선하는 공동의 가치를 강조하는 사회통합 정책이 강화될 것이다. 또 이번 테러를 기점으로 유럽 각국은 대내외적으로 테러 방지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1월 11일 파리에서 열리는 미국·유럽의 내무장관 긴급회의를 시작으로 2월 12일 EU 정상회의까지 대(對)테러 정책이 유럽의 핵심 사안으로 재부상했다. 테러 방지 정책은 개인의 자유와 국가 안보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작업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당분간 유럽도 후자에 무게를 실을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다문화주의가 기초하고 있는 가치에 대한 한국의 태도를 재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유럽이 표현의 자유를 통해 이에 대한 현명한 답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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