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광장
회원갤러리
예비역 장군의 산티아고 순례길 - 12 (월간산 22년 10월 게재)
2022.10.17 Views 7430 금기연
풍력발전기의 나라
스페인은 ⟪돈키호테⟫가 발표될 당시 이미 풍차가 전국에 널려 있었을 정도로 바람이 센 곳입니다. 바람이 넓디넓은 밀밭에 일렁이는 파도를 만드는 광경은 압권입니다.
당연히 엄청난 수의 풍력발전기가 여기저기 세워져서 친환경 발전을 하고 있습니다.
풍력 설비용량이 2019년 기준 세계 5위, 유럽 2위로, 석탄과 석유를 이용한 발전은 5% 수준. 2035년까지 원전도 완전 폐쇄하고 2050년까지 모든 전력을 신재생에너지로
바꾼답니다. 덕분에 순례객들은 더욱 멋진 경치를 덤으로 즐길 수 있게 됩니다.
가장 높은 곳에서의 전망
프랑스길 순례 구간 중에서 가장 높은 곳은 철십자가로 해발 1,505m입니다. 그 가까이 폰세바돈이라는 최고높이(1,440m)의 마을 한 편에는 쓰러져가는 작은 성당의
한쪽 벽을 철 기둥으로 지지하여 보존하고 있습니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비좁은 숙소에 여장을 풀고 언덕에 올라 걸어온 길을 돌아봅니다.
말 그대로 시선 닿는 끝까지 드넓게 펼쳐진 대평원으로 두 줄의 하얀 송전탑이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어제 묵었던 도시도 보입니다.
남한 면적의 약 5배인 스페인의 광활한 대지를 실감하게 됩니다.
순례길 표지
순례길은 항상 여러 표지가 길을 알려줍니다. 화살표만 있거나 조가비 모양의 그림과 함께 또는 지팡이를 든 순례자상과 함께인 경우도 있습니다.
산티아고 대성당까지 남은 거리를 표시하는 이정표와 함께도 있습니다.
화살표는 노란색이 보통이지만 붉거나 하얀 색도 있습니다. 순례자들이 길바닥에 돌을 모아 만든 것도 있습니다. 조가비도 여러 모양입니다.
있는 곳도 다양합니다. 건물 벽이나 길, 바위나 나무 등 필요한 곳이면 어디나 그리거나 붙여놓습니다. 순례길 화살표처럼 인생의 방향을 알려주는 것은 없을까요?
작은 마을 성당
대개 마을이나 도시 중심부에 큰 성당이 있는 것은 가톨릭이 모든 생활의 중심이었음을 말해줍니다. 종종 가까이에 문이 닫힌 작은 성당이 함께 있어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마을을 개척할 때 가장 먼저 한 일이 성당을 짓는 일이었답니다. 아직 많은 것이 부족한 상태라 작고 조촐하게 지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곳을 중심으로 신앙생활을 하며
마을을 일구어 나갔기에 보존하고 있답니다.
작고 소박한 성당에 더욱 정감이 가고 신앙심이 묻어납니다. 어쩌다 열려있으면 빼지 않고 들르는 이유입니다.
성당 박물관을 찾는 기쁨
순례길을 걷는 즐거움 중의 하나는 성당의 박물관을 방문하는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걷기에 바쁘고 개장 시간과 입장료 등으로 지나치기 쉽지만
들어가 보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투자입니다.
어떤 성당에는 그곳에 모셨던 성모 마리아상 만도 수십 개나 있었습니다. 또 어떤 곳은 아기 예수에게 젖을 먹이는 것처럼 다른 곳에서 보기 드문 내용도 있었습니다.
성당 관련 품목 외에도 교과서에서 본 명화나 조각 등의 실물을 보존하는 곳도 있어서 순례의 기쁨 못지않게 눈 호강도 톡톡히 하게 됩니다.
그늘을 만드는 플라타너스가지치기
여러 곳에서 플라타너스를 자주 봅니다. 부르고스에서는 길고긴 가로수로 장관을 이룹니다. 잘 자라며 그늘이 좋고 공해에 강하며 공기정화능력이 탁월하고 수분을
많이 배출하여 가로수와 공원수로 적격인 버즘나무입니다.
그런데 우리와는 달리 특이합니다. 이쪽 나무와 저쪽 나무의 가지가 연결 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확실하게 나뭇가지가 그늘터널을 이루어 그 밑을 지나는 사람들은 시원해집니다.
‘플라타너스 그늘(platanos de sombra)’이라는 가지치기입니다. 독특한 기법으로 새로 나오는 가지들이 서로 얽혀 짙은 그늘을 만들게 되니 뜨거운 태양의 나라에 적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