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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에 관하여

2020.05.21 Views 474 조동양

재심(再審)에 관하여

 

첫머리
 

재심 (New Trial, 2016)’이라는 영화도 있었지만, 작년에는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진범이 범인으로 지목되어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모씨가 아니라 살인마 이춘재라고 밝혀져 세간의 관심이 재심에 집중된 적이 있었다. 최근에는 한 정치인의 불법정치자금수수 사건의 재심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심에 대해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재심제도의 의의

 

법관은 신이 아니다. 다만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헌법 제103).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당사자만이 정확하게 알 것이다. 법관은 법정에 현출된 증거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유추할 뿐이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증거재판주의를 취하고 있다. ,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피고인은 재판이 불만스럽다. 나보다 죄가 많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재판도 안 받는데, 나는 불운하게 법정에 섰다는 불만부터 유무죄와 양형 등 다양한 불만이 있다. 그래서 판결에 불만이 있으면 상급심에서 다시 재판을 해달라는 상소제도도 있고, 상소심까지 끝난 사건에 대해서도 다시 재판을 해달라는 재심제도도 있다.

 

형사소송에 있어서 재심은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중대한 사실오인이나 그 오인의 의심이 있는 경우에 판결을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판결의 부당함을 시정하는 비상구제절차로서 법적 안정성과 정의의 이념이 충돌하는 경우에 정의를 위하여 판결의 확정력을 제거하는 제도이다.

 

재심이유(형사소송법 제420)

 

재심이 빈번하게 이루어지면 사법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므로 형사소송법이 규정하는 재심이유는 매우 엄격하다. 재심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이유가 있는 경우에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청구할 수 있다.

 

1. 원판결의 증거된 서류 또는 증거물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위조 또는 변조인 것이 증명된 때 


2.
원판결의 증거된 증언, 감정, 통역 또는 번역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인 것이 증명된 때


3.
무고로 인하여 유죄의 선고를 받은 경우에 그 무고의 죄가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


4.
원판결의 증거된 재판이 확정재판에 의하여 변경된 때


5.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경한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6.
저작권, 특허권, 실용신안권, 의장권 또는 상표권을 침해한 죄로 유죄의 선고를 받은 사건에 관하여 그 권리에 대한 무효의 심결 또는 무효의 판결이 확정된 때


7.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 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 단, 원판결의 선고전에 법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 대하여 공소의 제기가 있는 경우에는 원판결의 법원이 그 사유를 알지 못한 때에 한한다.

 

이를 정리하면, 원판결의 증거가 허위임이 드러난 때(1~4),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 때(5), 원판결의 기초가 되는 판결이 변경된 때(6), 원판결 또는 수사의 절차에 현저한 하자가 있는 때(7) 등의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최근 재심사례

 

1. 윤모씨 재심사건(2019. 12.) 재심결정

 

이 사건은, 윤씨의 무죄를 인정할 새로운 증거(이춘재가 진범임을 인정)가 발견됐고, 당시 수사기관 종사자들의 직무상 범죄(불법감금, 가혹행위)가 있었고, 판결의 핵심증거였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서가 허위작성됐기 때문에 검찰도 재판부에 재심사유에 해당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2. 낙동강변 살인사건재심 결정(2020. 1.6.)

 

법원은 판결문에서 경찰의 직권남용, 불법체포, 물고문 등 가혹행위가 인정된다가혹행위가 인정되는 이상 피의자의 자백은 허위사실에 해당해 재심 사유가 된다고 결정했다. 이어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고 고지했다는 내용의 신문조서를 작성한 것은 검사의 직무상 범죄라며 허위공문서임이 증명된 때에도 재심 사유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3. 여순사건 사형수 재심 무죄선고(2020. 1. 20.)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포고령 제2호 위반은 미군정 시기에 발령되었고 이 사건 당시에는 미군정이 종식된 상태였다. 형법상 내란 부분에 관해 검사는 공소사실을 증명할 아무런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다 증거가 제출되었더라도 불법 구금 이후 수집된 증거로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 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4. 기타

 

`부산 문화원 방화 누명` 38년만 재심 무죄 선고, ‘박정희 부정투표 언급’ 48년 만에 재심 무죄 선고, ‘성폭행 저항하다 옥살이’ 56년 만에 재심 청구

 

결론

 

수십 년 전 과거 수사기관은 범죄혐의자에 대해 폭행, 가혹행위, 고문 등으로 가혹하게 수사를 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간첩 등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의 경우는 더욱 그러했다. 지금이라도 수사기관의 폭행과 고문 사실이 입증되면, 그로 인한 신문조서나 진술조서 등의 증거는 증거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결국 재심재판에서는 피고인을 유죄로 할 증거가 없어 무죄가 선고된다.
 

 2020. 5. 20. 국회는 과거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을 재조사할 근거가 되는 과거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과거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2010년 임기만료로 해산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새로 출범하고, 형제복지원 사건과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등 일제강점기 이후부터 권위주의 통치 시기에 발생한 국가 인권유린 사건을 진상 조사할 수 있게 되었다. 조사결과에 따라 많은 재심사건이 뒤따르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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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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