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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현안
2026년 브릭스(BRICS) 정상회의 분석 및 시사점
2026.09.14 Views 11 관리자
2026년 브릭스(BRICS) 정상회의 분석 및 시사점
대한민국성우회 안보전략연구원장 김갑진
1. 2026년 정상회의 개최 개요 및 다자외교 지형
2026년 9월 12일부터 13일까지 인도 뉴델리의 바랏 만다팜(Bharat Mandapam) 국제회의장에서 제18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이번 정상회의는 2006년 유엔 총회를 계기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외교장관 회담이 출범한 지 20주년을 기념하는 시점에 열렸으며, 인도는 2012년, 2016년, 2021년에 이어 2026년 1월 1일 자로 네 번째 의장국 지위를 수임하였다. 인도는 "회복력, 혁신, 협력 및 지속가능성을 위한 구축(Building for Resilience, Innovation, Cooperation and Sustainability)"을 공식 표어로 내걸고, 전 세계 30개 도시에서 400여 차례의 각료급·실무 회의를 주재하며 논의의 틀을 다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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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
주요 세부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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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공식 명칭 |
제18차 브릭스 정상회의 (18th BRICS Summi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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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최 일시 및 장소 |
2026년 9월 12일(토) ~ 13일(일), 인도 뉴델리 바랏 만다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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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국 및 주재자 |
인도 (의장: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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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의제 슬로건 |
Building for Resilience, Innovation, Cooperation and Sustainabilit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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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회원국(11개국) |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집트,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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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파트너국(10개국) |
벨라루스, 볼리비아, 쿠바, 카자흐스탄, 말레이시아, 나이지리아, 태국, 우간다,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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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국제기구 대표 |
유엔(UN), 세계무역기구(WTO), 세계보건기구(WHO), 신개발은행(NDB),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
* 사우디아라비아는 공식 회원 명단에 등재되어 있으나 대외적으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외교장관이 수석대표로 참석함.
외교적 측면에서 이번 정상회의는 복합적인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도 실질적인 다자간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지를 입증하는 시험대였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주재한 본회의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아비 아메드 에티오피아 총리 등이 대거 참석하였다. 특히 시진핑 주석의 인도 방문은 2019년 맘말라푸람 비공식 정상회담 이후 7년 만에 성사된 것으로, 양국 국경 분쟁 지역(LAC)의 긴장 완화 및 양자 경제 협력 정상화를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다. 반면 브라질은 국내 대선 일정으로 마우루 비에이라 외교장관이 대리 참석하였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정회원 지위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 채 파이살 빈 파르한 외교장관을 파견하여 실무적 균형을 취했다. 회의 직전인 9월 11일에는 비즈니스 포럼과 37개 첨단 딥테크 기업이 참가한 '바랏 이노베이츠(Bharat Innovates)' 전시회가 병행 개최되어 경제·기술 협력의 추진력을 제공하였다.
2. 핵심 의제 분석 및 제도화 동향
회원국 외연 확장과 파트너국 제도의 체계화
브릭스는 2024년 1월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UAE의 정식 가입에 이어 2025년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 대국인 인도네시아를 정회원으로 맞이하며 거대 신흥 경제 연합으로 몸집을 불렸다. 그러나 단기간에 정회원 수가 급증하면서 만장일치 합의제 기반의 정책 결정 구조가 경직될 위험에 직면하자, 브릭스는 외연 확장과 의사결정 효율성을 조율하기 위한 제도적 해법으로 '파트너국(Partner Country)' 제도를 정식 가동하였다.
2026년 뉴델리 정상회의에서는 벨라루스, 볼리비아, 쿠바, 카자흐스탄, 말레이시아, 나이지리아, 태국, 우간다,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등 10개국이 파트너국 자격으로 공식 회기에 참여하였다. 파트너국 제도는 정회원국과 같은 전면적인 거부권이나 합의 권한은 부여하지 않되, 분과별 장관급 회의, 실무 작업반(Working Groups), 신개발은행(NDB) 프로젝트, 통상 협력 플랫폼에 동등한 자격으로 관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글로벌 사우스의 핵심 중견국들을 이탈 없이 포섭하면서도 블록 내부의 의사결정 마비를 차단하려는 이중화 전략으로 평가된다.
국경 간 결제 인프라의 다변화 및 상호운용성 확보
국제금융 부문에서 회원국들은 기존의 서방 중심 통화 질서(SWIFT 및 미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실용적인 결제 인프라 다변화에 집중하였다. 과거 일각에서 제기되었던 단일 '브릭스 공용 통화' 구상은 회원국 간 거시경제 기초체력 격차, 자본 이동 통제 수준의 이질성, 환율 정책 차이 등으로 인해 공식 의제에서 배제되었으며, 대신 기술적·제도적 실행이 가능한 결제 시스템 간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확보가 핵심 과제로 부각되었다.
정상회의는 '브릭스 결제 태스크포스(BRICS Payment Task Force, BPTF)'의 실무적 진전을 정식 승인하고, 각국의 독자적 금융 통신망(인도의 UPI, 중국의 CIPS, 러시아의 SPFS 등)을 디지털 네트워크로 연계하는 기반 구축을 가속화하기로 하였다. 또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활용한 양자 간 직접 결제 통로를 넓히고, 비회원국과의 교역에서도 자국 통화 결제 비중을 높여 환 변동성 위험과 환전 수수료를 절감하는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되었다. 이는 서방의 일방적 금융 제재에 노출된 취약성을 완화하고 대안 결제망의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현실주의적 조치로 해석된다.
신개발은행의 대출 다변화와 개발금융 인프라 확충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이 이끄는 신개발은행(NDB)은 서방 주도의 브레턴우즈 체제(IMF, 세계은행)를 보완하는 대안적 다자개발기구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였다. 이번 회의에서 브릭스는 NDB가 회원국들의 국가 채무 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로컬 통화 대출(Local-currency Financing) 비중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을 명시적으로 권고하였다. 미 달러화 차관에 의존할 때 발생하는 외환보유액 고갈 및 통화 가치 절하 압박을 최소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인도 의장국의 주도 아래 '브릭스-NDB 지식 포털(BRICS-NDB Knowledge Portal)'이 공식 출범하여 인프라 투자 평가, 사회간접자본 개발, 공공-민간 파트너십(PPP) 추진 경험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다. 아울러 장기 인프라 프로젝트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신규 투자 플랫폼(New Investment Platform)' 창설 논의가 본궤도에 올랐으며, 서방 재보험사들의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 부과 및 제재에 대응하기 위한 브릭스 자체 재보험·보험 연합 생태계 구축 방안도 구체적인 실무 과제로 채택되었다.
에너지·공급망 주권 보호 및 신흥 디지털 기술 거버넌스
에너지 및 핵심 원자재 공급망 영역에서는 생산국과 대형 소비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새로운 통상 안보 프레임워크가 모색되었다. 세계 주요 원유·가스 수출국(러시아, 이란, UAE, 사우디)과 핵심 소비국(중국, 인도)이 결합된 에너지 구도 속에서, 참가국들은 서방 선진국 주도의 급진적인 에너지 전환 일정이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였다. 이에 따라 화석연료가 상당 기간 기저부하로 유지되어야 함을 확인하는 '질서 있고 공평하며 포용적인 에너지 전환' 원칙을 정립하였다. 동시에 2차전지와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필수적인 리튬, 희토류 등 전략 광물 공급망에서 자원 보유국의 주권적 가공·수출 통제권을 인정하는 협력 원칙이 재확인되었다.
신흥 기술 및 산업 혁신 부문에서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공공 인프라(DPI) 거버넌스가 핵심으로 부상하였다. 회원국들은 서방 빅테크가 설정하는 독점적 AI 규범을 지양하고, 개도국의 접근권과 신뢰성, 에너지 효율성이 보장되는 개방적 AI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를 수립하기로 합의하였다. 또한 인도의 디지털 신분증 및 전자 결제 모델을 바탕으로 한 DPI 솔루션 저장소를 브릭스 차원으로 확장하고, 중소·벤처기업의 스마트 제조 역량을 지원할 '브릭스 산업역량 인도 센터'와 국경 간 스타트업 투자를 촉진할 '브릭스 인큐베이터 네트워크' 및 '스타트업 혁신 펀드' 설립에 뜻을 모았다.
3. 뉴델리 선언의 핵심 합의와 지정학적 성과
2026년 9월 12일 브릭스 지도자들은 140개 항으로 구성된 포괄적 합의 문서인 '뉴델리 선언(New Delhi Declaration)'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였다. 선언문은 정치·안보, 경제·금융, 문화·인적 교류라는 전통적 3대 협력 축을 공고히 하는 한편, 다극화 질서 속에서 글로벌 사우스의 실질적 이익을 대변하는 전략적 방향성을 구체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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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합의 분야 |
뉴델리 선언의 주요 조항 및 실질 합의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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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거버넌스 개혁 |
• 유엔 헌장 기반의 다자주의 수호 및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구조 개혁 촉구 •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인도와 브라질의 안보리 내 확대된 역할 수행을 공식 지지 • IMF 제16차 쿼터 일반검토(GRQ의 조속한 발효 및 제17차 GRQ를 통한 신흥국 지분율의 실질적 상향 요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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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주의 조치 규탄 |
• 유엔 안보리 승인 없는 일방적 강제 조치 및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 전면 규탄 • WTO 규범에 위배되는 일방적 관세 장벽 및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녹색 보호주의 조치 강력 반대 • WTO의 2단계 구속력 있는 분쟁해결체제 및 상소기구 기능의 즉각적 복원 요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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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및 지역 분쟁 |
• 가자지구 내 영구적 휴전과 인도주의적 구호 보장,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지지 • 호르무즈 해협 등 주요 국제 해상 운송로의 안전 보장 및 민간 상선·선원 공격 규탄 •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개별 회원국의 상이한 입장을 존중하며 평화적 중재 및 외교적 대화 환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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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대테러 공조 |
• 테러리즘에 대한 무관용 원칙 및 정치적 이중 잣대 배격 천명 • 2025년 4월 22일 발생한 잠무-카슈미르 파할감(Pahalgam) 테러 공격을 공식 문서에 적시하여 강력 규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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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경제·통상 인프라 |
• 브릭스 결제 태스크포스(BPTF)를 통한 국가 간 결제 시스템 상호운용성 고도화 • NDB의 현지 통화 조달·대출 확대 및 식량 안보 보장을 위한 '브릭스 곡물 거래소' 설립 추진 • 브릭스 인큐베이터 네트워크 및 스타트업 혁신 펀드 도입을 통한 신기술 공급망 강화 |
이번 선언문 채택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26년 5월 개최된 외교장관회의에서는 이스라엘-이란 군사적 충돌 및 중동 정세를 둘러싼 이란과 UAE의 극심한 입장 차이로 인해 공동성명 채택이 무산된 바 있다. 뉴델리 정상회의에서도 호르무즈 해협 안보, 이스라엘에 대한 규탄 수위, 우크라이나 전쟁의 표기 방식을 두고 격론이 오갔다. 그러나 의장국인 인도는 서방과의 관계 단절을 원치 않는 실용주의 진영과 서방 제재에 직접 노출된 수정주의 진영 사이에서 절묘한 절충안을 도출하였다.
그 결과, 중동 사태에 대해서는 특정 국가명을 일방적으로 규탄하는 대신 '최대한의 자제', '민간인 및 원자력 안전 시설 보호', '항행의 자유 보장'이라는 규범적 언어로 합의를 이루어냈다. 우크라이나 사태 역시 특정 침략자를 명시하지 않고 "각국의 상이한 입장을 확인하고 중재 노력을 환영한다"는 수준으로 균형을 잡았다. 동시에 인도는 자국의 오랜 안보 현안이었던 국경 간 테러 지원 및 은신처 제공 금지 문제를 강력히 관철하며 2025년 파할감 테러 규탄 문구를 선언문에 수록하는 외교적 성과를 거두었다.
4. 대서방·G7 역학 관계와 다자주의 질서의 재편
제18차 정상회의를 거치며 확장 브릭스는 전 세계 인구의 48.7%, 구매력평가(PPP) 기준 글로벌 국내총생산의 약 35% 이상, 글로벌 석유 매장량의 30%를 관할하는 거대 지경학적 실체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양적 팽창은 G7 중심의 서방 주도 국제 질서와 경쟁하면서도 공존해야 하는 복합적 역학을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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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항목 |
브릭스 (BRICS+ 및 파트너국) |
주요 7개국 진영 (G7 및 서방 동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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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질서 비전 |
다극화 질서, 주권 불간섭, 개도국 중심 거버넌스 개혁 |
규칙 기반 국제 질서 수호, 자유민주주의 및 시장 가치 보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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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경학적 자산 |
거대 인구, 전통 에너지, 배터리·광물 공급망 장악 |
첨단 하이테크 원천 기술, 글로벌 금융 자본, 기축통화 패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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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통상 수단 |
로컬 통화 결제, CBDC 브릿지, NDB 다자금융 |
SWIFT 결제망 통제, IMF·세계은행 기반, 달러화 네트워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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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적 구조와 약점 |
중·인 국경 대립 등 회원국 간 이질성 및 전략적 파편화 |
가치 공유 기반의 높은 정책 결속력, 상대적 인구·성장률 둔화 |
브릭스 내부에는 상이한 두 가지 전략 노선이 교차하고 있다. 한 축은 러시아, 이란, 그리고 이들을 전술적으로 엄호하는 중국이 주도하는 '수정주의적 대항 노선'으로, 브릭스를 서방 금융 제재와 정치적 압박을 분쇄하는 지정학적 투쟁의 도구로 활용하려 한다. 반대편 축은 인도, 브라질, 남아공, 인도네시아, UAE 등이 견지하는 '비동맹 다변화 노선'이다. 이들 국가는 서방과의 경제적·기술적 협력을 포기할 수 없으며, 브릭스를 진영 대결의 진지가 아니라 서방 중심의 거버넌스를 압박하여 자국의 국익과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외교적 헤징(Hedging) 플랫폼'으로 인식한다.
인도의 2026년 의장국 수임은 이러한 두 노선 사이에서 '중간 지대 점유(Owning the middle)' 전략이 성공적으로 작동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인도는 미국과의 쿼드(Quad) 협력을 유지하면서도 브릭스 내부에서 반서방 편향을 억제하고 실질적인 다자 경제 협의체로의 기능적 진화를 이끌어냈다. 이는 국제 질서가 과거 냉전과 같은 단일 양극 대결 구도로 회귀하기보다는, 개별 이슈와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이 이루어지는 '다극화된 분절성(Fragmented Multipolarity)'을 띠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5. 한국의 통상 환경 및 대외 전략에 미치는 시사점
브릭스의 질적·양적 확장은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고 핵심 원자재의 대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전략적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에너지와 핵심 광물을 무기화할 수 있는 자원 통제력이 브릭스에 집중되고, 무역 결제망의 탈달러화 실험이 확산됨에 따라 한국 정부와 기업은 정교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핵심 원자재 및 에너지 공급망의 양자적 헤징 전략
브릭스+가 리튬, 희토류, 니켈 등 2차전지 및 전기차 산업의 핵심 광물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통제권을 강화함에 따라, 자원 민족주의의 제도화 위험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은 브릭스 블록 전체와의 집단적 교섭에 매달리기보다는, 실리주의 성향이 강한 온건 회원국들과의 양자 협력을 대폭 심화해야 한다. 인도네시아와의 니켈 가공 밸류체인 연계, 브라질과의 리튬 자원 개발, UAE 및 사우디와의 원유·수소 공동 저장 및 공급 계약을 다변화함으로써, 다극화 블록의 자원 무기화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선택적 양자 완충망'을 구축해야 한다.
국경 간 결제망 다변화 및 규범 상충 컴플라이언스 체계 정비
브릭스 회원국들이 BPTF를 매개로 현지 통화 결제망과 독자적인 금융 전산망을 연계함에 따라, 향후 글로벌 사우스 신흥국들과의 교역에서 제3국 통화 결제 요구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브릭스 회원국들의 통화 스와프 네트워크 확대와 디지털 화폐 브릿지 추진 동향을 면밀히 추적하고, 국내 수출입 기업들이 거래 통화 다변화 과정에서 직면할 수 있는 환 변동성 리스크를 흡수할 수 있는 정책 금융 지원망을 정비해야 한다. 아울러 서방의 대중·대러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와 브릭스의 반제재 규범이 상충하는 영역이 늘어날 것이므로, 현지 진출 기업들이 규범적 샌드위치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민관 합동 수출통제 및 금융 거래 컴플라이언스 가이드라인을 최신화해야 한다.
사안별 소다자주의(Minilateralism)를 통한 외교 공간 창출
한국 외교는 브릭스를 서방의 대척점에 선 적대적 단일 블록으로 간주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탈피해야 한다. 브릭스 내부에서도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UAE 등은 다자주의 개혁과 실리 추구를 목표로 서방과의 연계를 병행하고 있다. 한국은 굳건한 한미동맹과 자유주의 가치 연대를 유지하되, 글로벌 사우스의 리더 국가들과 특정 기능 분야에서 결합하는 '사안별 소다자주의' 외교를 적극 전개해야 한다. 인도가 주도하는 디지털 공공 인프라(DPI) 표준화 작업에 선제적으로 참여하고, 동남아 및 아프리카 시장에서 스마트 제조, 디지털 헬스케어, 차세대 모빌리티 등 기술 기반의 공동 협력 모델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자개발은행 조달 시장 참여 및 인프라 협력 다각화
신개발은행(NDB)이 자본금 확충과 현지 통화 대출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투자를 흡수함에 따라 관련 프로젝트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한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립 참여 및 운영 과정에서 축적한 다자개발금융 참여 역량을 기반으로, NDB의 투자 포트폴리오와 접점을 형성할 수 있는 통로를 모색해야 한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스마트 시티, 친환경 수자원 관리 등 한국 EPC(설계·조달·시공) 기업들이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에서 NDB 자금이 투입되는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입찰할 수 있도록 정책 금융 기관의 매칭 펀드 지원 및 지식 공유 플랫폼 연계 사업을 제도화해야 한다.
6. 결론
2026년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된 제18차 브릭스 정상회의는 브릭스가 선언적 담론을 생산하던 초기의 형태를 완전히 벗어나, 독자적 통상·결제 인프라와 제도적 외연을 갖춘 대안적 지경학 협의체로 정착했음을 보여주었다. 회원국 간의 이질성과 국경 분쟁, 중동 정세를 둘러싼 내부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140개 항의 뉴델리 선언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원동력은, 서방 일방주의 질서에 대한 구조적 저항감과 개발도상국의 경제적 자율성을 확대하려는 공통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되었다.
한국에 요구되는 최우선 과제는 진영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구조적 변화의 흐름을 냉철하게 직시하는 '복합 외교'의 전개다. 전통적인 서방 동맹 축을 핵심 안보 자산으로 유지하면서도, 브릭스라는 통로를 통해 결집하고 있는 글로벌 사우스의 다극화 질서 속에서 경제적·통상적 실리를 확보해 나가는 유연한 양면 전략이야말로 불확실한 지경학적 위기를 극복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