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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지 2월호 안보논단]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구상과 한반도 안보

2018.02.26 Views 1638 관리자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구상과 한반도 안보

  권태환(정치학 박사, 예비역 육군준장)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안보정세의 波高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정세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북한은 지난해 93일 제6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유엔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1129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하고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였다. 그리고 2018년 신년사를 통해 평창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면서 그동안 중단되었던 남북대화가 재개되고 있다. 불과 수개월 전만 해도 북한은 미국을 핵으로 위협하고 일본 EEZ 내에 미사일을 발사하였으며, 미국은 선제타격을 포함한 군사적 옵션을 통해서라도 북한의 비핵화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입장과 의지를 보이고 있어, 전문가들은 한반도 정세가 지금이야말로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편으로 국제안보정세도 심상치 않다. 지난 1219일 트럼프 미대통령은 국가 안보전략을 발표하였다. 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힘을 통한 평화유지, 경제적 번영과 군사안보를 일치시키는 새로운 구상을 제시하였다. 주목할 점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의지표명과 함께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의 이익에 도전하는 경쟁자로 규정한 것이다. 특히 중국에 대해 󰡒자신의 이익에 맞게 지역 질서 재편 방안을 추구하고, 아시아에서 미국을 대체하려 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경쟁과 대결의 자세를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그러나 현실적인 여건은 간단치 않다. 첫째, 북한은 비핵화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오히려 완벽한 핵무기 실전배치 능력을 조기에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표명하고 있다. 둘째, 중국 또한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신형 대국 관계를 구현하기 위해 오히려 군사력 증강과 적극적 해양진출을 가속화 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셋째, 러시아와 일본, 그리고 유럽 등 국제사회의 다원화된 이해관계는 결코 한반도가 아닌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고 있다. 넷째. 국민적 공감대 차원에서 보면 국가안보 현안을 둘러싼 국내적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이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 출발은 현재의 국제정세와 한반도 안보 상황을 바르게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구상이 한반도 안보에 미치는 파고를 주시해야 한다.

큰 파도는 바다 한 가운데서는 모르지만 육지와 부딪치는 해안에서는 가늠할 수 없는 충격으로 나타난다. 지난 20113.11, 동일본 대지진은 실제 지진보다 그로 인해 발생한 쓰나미로 피해가 심각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중관계를 비롯한 주변열강의 갈등과 충돌이 한반도에 미치는 파고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 국제정치의 축이 아태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열강들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다양한 충돌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THAAD 문제도 하나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구상을 주목해야 한다. 왜냐하면 미국의 인도-태평양이라는 용어는 지난 2007년 일본 아베총리의 인도 방문시 언급된 바 있지만, 이후 아세안을 비롯한 국제무대에서 표명된 미국 정부의 견해에는 대중국 견제라는 함의가 포함되어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은 一帶一路 전략의 기조 하에 한반도는 물론 남중국해를 비롯한 해상교통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어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충돌될 우려를 제기한다. 금번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반응은 이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중국은 미-중 양국이 대립하면 모두 패배할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지만,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 협력 강화를 통한 중국과의 갈등구조가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아직 미완성 구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미중의 협력이 필요한 우리 정부로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외교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시점에서 최근 일부 국가들의 반응이 흥미롭다. 인도-태평양 구상과 미국 다이아몬드 전략의 핵심 국가인 인도는 지난해 1211일 인도에서 개최된 제15차 러시아, 중국, 인도 3국 외교장관회의에서 아시아-태평양의 역내 안보대화를 강조하는 한편, 인도 육군 참모총장은 기자 회견에서 군사초점을 파키스탄에서 중국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미국에 치중하면서도 중국을 고려하며 자국의 이익을 모색하는 상반된 입장을 볼 수 있다.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도 비슷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를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대응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향후 미국의 전략구상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언젠가 전략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입장에서 미중관계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냉엄한 국제정치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굳건한 한미 동맹을 토대로 북한의 비핵화를 결코 포기해서는 안된다.

현실적 관점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구상은 향후 해당 지역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통해 국제적 영향력과 자국의 이익을 위한 전략이지만, 미국 일국에 의해 이루어 질 수도 없으며, 해당 국가들의 신뢰와 협력을 통해서만 그 성과가 보장될 수 있다. 중국의 一帶一路 전략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향후 미중관계는 협력 뿐 아니라 때로는 경쟁관계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충돌이 발생했을 때 한반도에 미치는 쓰나미에 대한 대처도 중요하지만, 문제는 관심전환 전략 차원에서 한반도에 대한 긴장이 고조될 수도 있다는 역사적 교훈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또한 향후 15-20년 중장기적 관점에서도 분단된 한반도를 통일로 이끌어 내야만 하는 우리에게 있어, 미동맹은 가장 중요한 전략적 선택이다. 우리는 6.25 전쟁은 물론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도발의 교훈을 토대로, 핵 위협에 노출된 우리의 안보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양자택일의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Win-Win 관계를 만들어 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북한 핵문제를 흑백논리로 접근하여 국론을 분열시켜서는 안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북한의 어떠한 전술적 변화가 있다 하더라도 북한의 비핵화는 끈질기게 지속되어야 한다. 미동맹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신뢰, 국민적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위기 속에는 반드시 기회가 있다. 지금이 그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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