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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지5월호 안보논단] 저출산 시대의 국가안보

2018.05.28 Views 1466 관리자

저출산 시대의 국가안보

안 석기

한국국방연구원, 인력정책연구실 연구위원

 

국가안보는 전통적인 군사적 측면의 안보에서 포괄적 총합적 국가안보로 확대되어 왔다. 이는 국가이익으로서 보존해야 할 안보의 영역과 사용 수단의 다양성을 의미한다. 가장 단순한 수준에서 정치, 외교, 경제, 군사, 사회·문화, 과학기술 등등이 그것들이다. 이러한 제반 국가안보 수단의 형성과 발전 및 유지는 다양한 국력 구성요소들의 풍부성 및 활용가능성 여부 등에 달려있다. 다양한 요소들 중에서 국제정치학자들이 논의하듯이 특정 국가가 갖는 인구는 국가안보수단의 형성을 위한 국력의 주요 구성 요소이다. 특히 국가안보의 최종적 수단이자 결정적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는 군사적 수단으로서 군사력 형성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직접적이다. 국방력의 핵심인 병력의 획득과 운영 유지란 곧 특정 국가가 보유하는 인구적 특성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국가적인 인구정책의 일환으로 가족계획이 채택된 후 1962년 이래 가족계획의 달로 선포 및 기념하여 온 달이다. 초창기 가족계획은 격증하는 인구를 조절하는 산아제한 정책이었다. 이러한 인구정책과 다양한 요소의 결합에 의해 실제 한국의 출산율은 1960년대 약 5~6명에서 80년대에는 2~3명 수준으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출산율의 저하에도 불구하고, 동 시기는 국가의 경제 및 산업, 국방 등 전 분야에 걸쳐 값싸고 우수한 인적자원만큼은 풍부했던 시대라고 볼 수 있다.

불과 반세기가 조금 지난 현 시점에서 한국은 전혀 다른 상황에 직면해 있다. 2000년대 들어 사회경제적 발전 및 환경 변화와 결부되어 출산율이 약 1.1명 수준에 불과한, 즉 인구대체수준이하로 떨어진 저출산 시대의 도래이다. 이제는 출산장려라는 전환된 정부 인구정책에도 불구하고 출산율 반등이나 회복을 낙관하기 곤란할 지경이다. 2015UN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총인구는 2015년 대비 2030년에 4%수준 가량 증가하는 반면 점진적으로 하락하여 2100년에는 오히려 23.4%의 감소를 보고한다. 문제는 인구가 저출산과 더불어 초고령 구조라는 점에서 더욱 어렵다. 2026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4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저출산과 이로 인한 청년층 인구의 감소, 고령 인구의 대폭적 증가-우리가 직면한 인구 측면에서의 요약된 현실이다. 따라서 인적자원이 풍부한 시대의 국가정책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 인적자원이 부족한, 특히 청년층 인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대의 새로운 국가정책과 사고 방식으로의 혁신적 전환과 모색이 이루어져야 함은 명약관화하다.

출산율 저하로 인한 병역가용자원의 부족이 국가안보의 군사적 수단인 국방력 형성에 미치는 영향은 목전에 닥친 현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8세 남자인구가 201036만명 수준에서 202026만명, 2030년 이후에는 약 20만명 이하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추정된 미래의 남성 청년층 인구 규모로는 병력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병사는 물론 간부의 충원에 어려움을 가져온다는 의미다. 절대적 규모 자체가 부족해 지는 것이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나아가 군 복무 및 직업에 대한 낮은 매력도, 국방 및 군복무의 가치에 대한 의식변화 추세 등은 국방인력 획득과 유지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다. 따라서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의 시대에 국가안보의 기저인 군사력 형성을 위해 어떤 노력들이 추진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다양한 논의와 해법들이 요구된다.

가장 거시적인 측면에서 병력을 절감하는 대신 기술적으로 첨단화된 군사력 건설이라는 방향성의 조속한 추진을 통한 구조적 개선일 것이다. 병력집약형 군에서 기술적으로 우수한 첨단기술군 구조등으로 표현되어 왔던 부분이다. 현대전의 변화 양상 등 작전적 측면뿐만 아니라 저출산으로 인해 절대적으로 희소한 병역가용자원의 부족상황에 부합되는 방향성이다. 물론 세부적인 실천 측면에서 첨단 장비 및 기술 에 의한 병력대체 수준과 상비병력의 구체적 규모, 기술군으로 가기 위한 첨단무기체계 종류 및 도입 가능성, 새로운 작전개념, 변화를 뒷받침할 국방예산의 확보 등 수 많은 난제와 이견들이 존재한다. 세심하고 심도있는 논의와 준비가 필요한 대목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여건이 지난 시기의 군사력 구조와 형성 방식으로 대처가 어렵다는 현실 인식이다. 이러한 인식이야말로 과거의 틀에서 바라보지 않고 새롭고 혁신적인 방향에서 논의할 수 있는 기저가 될 것이다.

보다 직접적으로 국방인력의 활용구조와 체계에 있어서 혁신적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청년층 인적 자원 규모가 희소한 저출산 시대의 영향으로 군은 민간사회 및 기업과 과거 어느때 보다 치열한 인력획득경쟁에 직면하게 됨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명의 인력이라도 최대한 군 본연의 임무에 부합되는 직위에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하여야 한다. 현역군인으로서 상비군의 운영은 전투분야 중심으로 활용하고, 비전투 및 근무지원분야는 전시 작전적 필요성이 있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 가급적 민간인력을 활용하는 등 총체적인 국방인력운영의 전환을 추진하여야 한다. 국방개혁에서 추진하고 있는 비전투분야의 민간인력 활용 확대는 첫 출발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병사와 간부를 포함한 현역 획득 규모의 감소는 물론 제대군인의 진출경로로 작용하는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상비군의 이러한 효율적 운영 방식은 당연히 예비전력의 정예화라는 축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시기 예비전력의 중요성에 대한 구호성 논의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 정예화를 위해 적정 규모로의 축소 및 유사시 동원된 예비군이 짧은 기간 내 현역 수준의 전력을 발휘할 수 있는 훈련 등이 진지하게 모색되어야 한다. 미래의 전장 환경과 무기체계는 고숙련을 갖춘 전투수행병력을 요구한다. 따라서 단기적인 의무복무병 중심의 인력 구조를 간부중심의 구조로 바꾸어야 함은 당연하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간 활용 가능한 인력구조와 제도로의 변화가 기반되어야 할 것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적자원 부족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여성인력의 보다 폭 넓은 활용 확대, 예비역의 현역 재복무를 위한 제도의 마련 등과 같이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물론 여성인력의 활용을 단지 남성인력에 대한 대체로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국방력 형성에 있어서 동등한 주체로서 여성의 역할과 올바른 자리매김이라는 관점에서 여성 군인의 활용 영역과 규모는 보다 폭넓게 확대될 필요가 있다.

예비역으로 제대 또는 전역한 자원을 군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임용 제도의 도입과 확대가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청년층 인구의 감소 추세가 전망됨에도 불구하고 15-29세의 청년실업율은 2018년 초 약 9%의 매우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10명 중 약 1명이 실업상태라는 말이다. 따라서 저숙련의 의무복무자가 아니라 기숙련된 자원을 재임용하는 제도는 저출산 시대에 부합되는 인력활용방식임은 물론 첨단화된 기술군 구조에도 적합한 방향성일 것이다.

이러한 제도적 개방과 더불어 왜 군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하지 않은가라는 문제에 대한 해결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군인라는 직업의 매력도가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에 비해 열악한 근무환경과 복지 처우 수준의 개선, 군인 가족의 사회문화적 삶의 보장, 가정친화적 군 복무여건 조성 등에 대한 투자가 요구된다.

저출산 시대에 직면하여 국가생존 보장을 위한 최후의 결정적 국가안보 수단인 군사력 형성 문제는 매우 시급한 문제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물론 동 이슈에 대해 다른 방법들이 거론될 수 있으며, 세부적인 추진방안수준에서는 더욱 복잡하다. 또한 일부는 이미 추진되고 있는 방향이거나, 예산의 제약도 당연하다. 문제는 꼼꼼히 준비하되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다. 저출산의 문제는 닥친 현실이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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