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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의 구애를 받는 유럽 연합이라지만

2014.05.31 Views 2067 관리자

G2의 구애를 받는 유럽연합이라지만 만약에 외계인들이 지난 3월 말 지구를 공격했다면 어느 도시를 제일 먼저 쳤을까? 워싱턴 DC나 베이징이 아니라 벨기에의 수도이자 유럽연합(EU)의 주요 기관들이 모여 있는 브뤼셀이었을 것이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3월 26일과 31일, 각각 브뤼셀을 방문해 EU와의 관계 강화를 희망했다. 일부 유럽인들은 이런 방문을 G3의 하나로 EU의 위상을 한껏 높여준 것이라 평가했으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국제무대에서 EU의 위상이 계속 하락 추세이고 EU가 이를 타개하기 위한 속 시원한 처방을 내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러시아에 대한 공동대응 차원에서 EU와의 관계를 강화하려 한다.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두고 푸틴이 미국과 EU에 `큐피드의 화살`을 쏘아 둘이 서로 좋아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독일은 러시아와의 교역 비중이 비교적 크고 러시아 등 과거 공산권과의 접촉과 대화를 중시하는 `동방정책` 전통 때문에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데 주저하고 있다. 영국도 러시아의 신흥재벌들이 거액을 런던에 예치해 대러 강경정책을 주장하지 않는다. 통합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외교안보는 아직도 EU 회원국들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EU 행정부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의 권한은 매우 제한적이다. 반면에 중국은 미국의 대중 봉쇄전략에 맞서 세계 수출 챔피언인 EU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바라고 있다. EU는 중국 시장의 추가적인 개방 그리고 투자협정과 같은 점진적인 대중 경제교역 확대를 원한다. 최근 수세에 몰린 러시아가 중국에 손을 내밀어 30년 가스 제공 협정을 체결하고 공동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중국은 러시아를 끌어들여 미국을 공동으로 견제하려 한다. 이런 사정 때문에 중국은 `브뤼셀`에 구애하는 모양새를 내비쳤으나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 어디까지나 미국과의 신형 대국관계를 중시하고 국내 경제 개혁이 우선순위다. 지난 2010년 그리스의 구제금융 신청으로 시작된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경제 위기는 다소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그리스가 지난 4월 초 4년 만에 국제자금시장에서 국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했고 스페인 경제도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유로존 경제 위기 근본원인의 하나로 지목된 재정통합이 없는 상황에서의 단일화폐 사용, 금융기관과 회원국 간의 약한 고리를 끊으려 도입 중인 은행동맹(banking union)의 미비점은 그대로 남아 있다. EU 28개국은 푸틴 때문에 모처럼 국제무대에서 `몸값`이 좀 오른 듯하지만 EU의 근본적인 개혁이 실행되지 않을 경우 이것은 잠깐일 뿐이다. 중국은 2년 전 미국을 제치고 세계 2위의 수출대국이 됐고 2020년엔 EU와 1, 2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그때쯤이면 경제대국의 자리마저 중국에 내주게 된다. 무역을 빼고 EU에 남는 게 무엇일까? 민족주의를 극복하고 지역통합을 일궈냈고 인권과 시장 민주주의를 전파 중인 규범적 권력으로서의 EU라지만 토대인 경제력이 튼튼하지 않으면 이런 주장도 공허하게 들릴 듯하다. 우리는 미국 및 EU와 FTA를 체결한 드문 나라다. 비록 FTA의 경제적 이득이 예상보다 적다 하더라도 정치경제적.지정학적 이득은 크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지정학적인 틀이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기에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안병억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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