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6.0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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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해 한국위기관리전략연구소장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국가 차원의 대형 사고를 총괄하는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전쟁과 테러 등 국가 안보 위기 상황을 전담하고 국가안전처는 재난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맡아 총괄 대응한다는 것이다. 이제 곧 국가안전처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심의를 거치게 될 것이다. 2003년과 같은 과오를 되풀이해 국가 안전의 백년대계가 다시 수포로 돌아간다면 이보다 더 큰 재앙은 없을 것이다.
물론 국가안전처를 만드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얼마 전 공개된 지하철 위기관리 지침에 놀랍게도 위기관리와 전혀 관계없는 다른 정부 기관의 비상 연락 전화번호가 수록돼 있는 것이 드러났다. 지침을 만든 후 지속적인 훈련을 해야 한다는 말은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들어온 터다.
국가안전처가 탄생하면 지침을 전면 손질하거나 새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것을 토대로 대대적 훈련을 상시적으로 실시해 살아 있는 지침이 되게 해야 한다. 예컨대 지하철에 비치된 방독면은 누구나 자주 접하는 것 중 하나다. 방독면은 마스크를 쓰듯 쉽게 빨리 쓸 수 있어야 존재 가치가 있다. 거기에는 방재 안전 산업 발전이 필수다. 미국은 방재 안전 산업을 군수 산업의 전 단계로 설정, 정부가 R&D 등을 지원한다. 하지만 우리는 방재 안전 산업이 한국표준산업분류표에서조차 빠져 있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방재 안전 산업을 적극 지원해 방재 안전 관련 신제품들이 국민의 목숨을 지키도록 자리 잡을 수 있어야 한다.
반가운 소식은 최근 정부 부처에서 `안전`이 한 직렬(職列)로 신설되어 신규 직원을 모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계기로 안전 관리 전문가들이 전문가로 존중받으면서 일할 기반이 만들어져야 한다. 안전 관리 분야에 배치되면 그날부터 떠날 생각을 하는 것이 지금까지 현실이었다.
9·11 사태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바로 옆자리에 제임스 위트 연방재난관리청(FEMA) 청장이 있던 장면을 기억한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이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까지 지휘 통솔하며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했던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다. 미국민들이 유능한 연방재난관리청장과 잘 훈련된 위기관리 요원들을 무한 신뢰하는 배경에는 FEMA가 대통령 직속 기관이라는 사실이 있다. 창대하게 시작해 미약하게 끝나는 국가안전처는 상상하고 싶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