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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를 보는 그들만의 `괴이한 시각`

2015.02.04 Views 3284 관리자

성범죄를 보는 그들만의 `괴이한 시각`

KBS | 사정원 | 입력2015.02.04 14:28

기사 내용

최근 군내 성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 가해자들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국민적 공분(公憤)을 사고 있다.

이들은 군 내부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기무사령관(중장)까지 역임한 3성 장군 출신의 국회의원과 대장 계급장을 단 군 사령관으로, 군 고위 지휘관들의 성(性)의식에 비상등이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군에서 발생하는 성 범죄는 피해자가 모두 업무상 간부의 지시에 따라야하는 위치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며 상사의 부당한 성적 요구를 쉽게 당할 수밖에 없는 약자의 입장에 있다는 공통점을 내포하고 있다.

국민들은 비록 일부지만,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을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대상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군 내부에 팽배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군에 보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군이 `성군기 개선을 위한 행동수칙`을 만드는 등 요란법석을 피우고 있지만 눈에 띄는 대책도 없고, 상황 개선도 보이지 않는다며 군 사법체계의 개혁과 성군기 위반자들에 대한 처벌 강화, 여군 진급 심사 제도 개선 등 종합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한다고 주장했다.

 

☞바로가기 [GO! 현장] 부하 여군 성폭행한 여단장, 외박 안 나간 탓?

■ 3성 장군 출신 국회의원과 사령관의 망언

지난달 29일 국회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의 발언을 듣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기무사령관을 역임한 3성 장군 출신의 송영근 의원이 최근 육군 여단장의 부하 여군 성폭행 사건과 관련, 문제의 여단장이 열심히 일하려고 외박을 거의 안 나갔던 게 성폭행의 원인이었다는 취지로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송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여단장이 40대 중반인데 성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측면을 우리가 한 번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전국의 지휘관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정상적으로 나가야 할 외박을 제때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그래서 가정관리가 안 되고, 그런 섹스 문제를 포함해 관리가 안 되는 것들이 이런 문제(성폭행)를 야기시킨 큰 원인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또 피해자인 여군 하사를 가리켜 `아가씨`라고 호칭한 것도 논란이 됐다.

여군은 엄연히 군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 임에도 불구하고 미혼의 여성을 일컫는 `아가씨`로 말한 것은 결국 송 의원이 여군을 군인보다는 미혼여성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문제는 군내 성폭력을 감싸고 변호하는 것도 모자라 천박한 성차별 인식을 드러낸 송 의원의 발언이 단순 개인이 아니라 군대 지휘부의 보편적 의식을 반영한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송 의원 같은 군 장성들이 만들어 놓은 `군문화`가 군대 내 폭력, 여군들이 고통스럽게 당하는 성폭력·성희롱 문화를 조장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송 의원의 발언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전 국민적 비판이 일었고 송 의원은 1월 30일 국회 군 인권 개선 및 병영문화혁신 특별위원회위 위원직에서 사임했다.

그는 보도자료에서 "일반적인 전방 부대 지휘관이 정상적으로 부대 지휘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미였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또 `아가씨` 발언에 대해서는 "평생 군 생활을 한 본인이 적절한 군사용어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부적절한 표현이었다"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에서 여군 처우나 인권 등을 포함한 군의 여러 문제를 감시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이처럼 경솔한 발언을 한 것은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성폭력 대책 마련을 위한 육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1군사령관 장모 대장이 "여군들도 싫으면 명확하게 의사표시 하지 왜 안 하냐"라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러한 발언은 피해자를 비난하고 나아가 모든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것으로, 이는 가해자를 두둔하고 여군을 비하한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의 발언과도 궤를 같이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성폭력 사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한 자리에서 나온 1군 사령관의 발언은 피해 여군을 보호하기는 커녕 오히려 비난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라면서 "특히 이번 사건이 발생한 여단을 책임지는 1군 사령관이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여군 전체를 비난한 것이고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입힌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육군은 1군 사령관의 발언은 가해자를 강하게 처벌하되 여군들도 자신의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교육을 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피해 여군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 군 획기적 대안 내놓아야

지난해 군인권센터가 여군 1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5명 중 1명꼴로 크든 작든 성적 괴롭힘을 당해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군 상대 성범죄도 최근 5년간 적발된 것만 83건이다. 문제는 계급 사회인 군에서 피해를 보더라도 신변의 두려움 등으로 인해 신고를 못하는 여군들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군기 개선을 위한 행동수칙`을 만들어 일선 부대에 일반명령으로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소도 웃을 황당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행동수칙은 여군 또는 남자 군인이 혼자서 이성의 관사를 출입해서는 안 되고, 지휘관계에 있는 이성 상하 간에 교제할 수 없으며, 남자 군인이 여군과 단둘이서 차량으로 이동하거나 한 사무실에 있는 것도 금지한다는 등의 내용을 포함할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군내 성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책임을 묻는 `무관용 원칙`을 철두철미 적용하고 `솜방망이 처벌`을 없애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실제로 성범죄로 기소된 군인들의 실형 선고율은 2009∼2011년 15.2%로, 민간 성범죄 피고인들에 대한 실형 선고율인 34.9%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지난 3월 여군 대위를 성추행해 자살하게 하는 원인을 제공했던 육군 소령에 대해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가 선고돼 논란을 불렀다.

국회 국방위 관계자는 "상명하복이 당연시되는 군 조직에서 상관이 부하에게 저지르는 성범죄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경종을 울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헌병·군검찰 등 수사기관이나 군사법원이 군 지휘계통에서 독립돼야 한다.

독립적이지 못한 군 수사기관이나 군사법원은 성폭력을 당한 여성에게 피해 사실의 신고로 인해 공정하지 못한 수사나 재판으로 형사절차상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

헌법상 가해자도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는 무죄로 추정돼야 하지만 피해자가 이들 기관이 지휘계통에서 독립적이지 못하다고 느끼는 순간 피해자에게 오히려 가해자의 무죄 확신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상급자의 인사고과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군 간부의 승진이나 장기복무 등 인사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경찰 승진시험처럼 승진자의 일정(군 특성을 고려하면 절반 미만) 비율을 상관의 고과 점수에 관계없이 시험 성적만으로 승진하고 장기복무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야 한다.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은 "군대가 예전에는 남성의 전유물 이었지만 지금은 여군 1만 명 시대를 앞두고 있는 등 남성과 여성이 모두 군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군 내 성범죄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국가 안보에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결국은 국회가 나서 양성평등이란 시대 조류에 맞춰 병영문화를 바꾸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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