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에 투영된 북한 관련 문제

1. 첫머리

최근 미국 CNN 방송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수술 후 ‘중대한 위험(grave danger)’에 처해 있다는 정보를 미국 정부가 입수했다‘며 `김정은 중태설’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까지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이 식별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중국 공산당 관계자도 “김정은이 위독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한다. 관련 뉴스들을 종합하면, 김정은이 심혈관 계통에 이상이 생겨 시술 또는 수술을 받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2019. 8. 개정된 북한 헌법 제100조는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북한을 대표하는 ‘최고령도자’임을 선언하고 있다. 이러한 김정은의 생명에 이상이 생겨 ‘북한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남북관계에 있어 김정일 사망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북한과 관련한 법적 문제들을 정리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2. 북한이 국가인가, 반국가단체인가

가. 헌법 및 법률 규정

대한민국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지역도 대한민국 영토의 일부임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은, “남한과 북한의 관계는 국가간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1991년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남과 북을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규정한 것을 법제화한 것이다.

나. 대법원 판례

우리 대법원은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이나 동시에 남·북한 관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반국가단체라는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판시(2008. 4. 17 선고 2003도758 전원합의체 판결)하였다.

이처럼 대법원은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보지 않고, 단체 즉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에 포함시키고 있다. 국가보안법 제2조 제1항은, "반국가단체라 함은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 헌법재판소 판례

헌법재판소도 “국가보안법 제2조 제1항의 반국가단체 조항의 반국가단체에 북한이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주장”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국가단체 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판시(헌법재판소 2015. 4. 30 자 2012헌바95 결정 등)하고 있다.

라. 소결

이처럼 헌법규정, 대법원 판결 및 헌법재판소 결정에 의해 북한도 대한민국의 일부이고, 북한주민도 당연히 우리 국민이다. 다만 북한지역은 대한민국의 통치력이 미치지 못할 뿐이다. 북한이 유엔에 가입하였다 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해 국가승인을 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할 수는 없다.

3. 북한과 북한주민은 어떻게 불러야 하나

북한을 하나의 국가라고 본다면, 북한을 북한헌법에 명시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불러야 한다. 또한 북한주민이 아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민이라고 불러야 한다.

그러나 북한인권법,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남북교류협력법 등 우리 법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민이 아닌, 북한주민(군사분계선 이북 주민)으로 적시하고 있다.

또 법률에서 남과 북을 동시에 언급할 때는 ‘대한민국과 북한’이라 하지 않고, 그냥 ‘남북한’이라고 한다. 다만 “이 법은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으려는 의사를 표시한 북한이탈주민에 대하여 적용한다”와 같이 대한민국 정부나 국가를 의미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명확히 표현하고 있다.

4. 정전협정은 법률에서 어떻게 불리나

우리가 통상 휴전협정 또는 정전협정이라고 부르는 협정의 원제목은 ‘국제연합국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다.

우리 법률은 정전협정을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라고 명명(命名)한다. 2007. 4.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 체결 이후 납북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자 또는 그 유족에 대하여 국가가 보상 및 지원을 하고, 귀환한 납북자가 대한민국에 재정착하는 데에 필요한 지원함을 목적으로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 체결 이후 납북피해자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일부 학자는 “정전(truce)은 협상 당시 공산군 측의 전술에 휘말려 휴전(armistice)을 잘못 표현한 것이다”라고 지적을 하기도 한다.

5. 6.25사변은 법률에서 어떻게 불리나

우리는 어려서부터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 27일까지 이 땅에서 발생한 전쟁을 ‘6.25사변, 6.25전쟁, 한국전쟁’등으로 불렀다. 전쟁은 국가간의 무력충돌을 의미하는데, 북한이 국가가 아니므로 전쟁이 아닌 사변이라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반국가단체가 내란을 일으켜 교전단체로 인정을 받는 경우도 국제법상 전쟁의 주체로 인정되므로 6.25전쟁이 올바른 표현이다.

우리 법률은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 27일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 체결 전까지 한반도에서 발생한 전쟁을 6·25전쟁이라 부른다. 그래서 ‘6·25전쟁 납북피해 진상규명 및 납북피해자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6·25전쟁 무공훈장 수여 등에 관한 법률’ 등이 제정되었다.

6. 결론

통상 보수와 진보는 여러 가지 사안에서 관점이 다르지만, 특이하게도 대한민국 국민은 주로 북한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보수와 진보로 대립한다. 우리 국민이 북한과 통일을 바라보는 생각은 10인 10색이다. 북한의 ‘최고령도자’ 김정은에게 이상이 있다는 뉴스 속보가 뜨는 이 시점에서 법적인 관점에서 북한 관련 문제를 생각해 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