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의 요건과 효력

1. 첫머리

최근 사회의 급속한 변화에 따라 가족의 형태도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핵 가족, 확대 가족, 독신 가족, 무자녀 가족, 입양 가족, 한 부모 가족, 재혼 가족, 다문화 가족, 분거 가족, 공동체 가족 등 가족을 규정하는 수식어도 다채롭다.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가족 출현과 더불어 법률관계도 복잡해지고 있다.

법률문제, 특히 상속문제는 돈과 직접 관련이 되므로 매우 민감하다. 민법상 상속관계는 상속인과 피상속인(망인) 사이에 혈연관계가 존재해야 발생한다. 그래서 예컨대 본인이 재혼을 해서 가족관계를 새롭게 구성해도 새로운 배우자의 기존 자녀들과는 혈연관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상속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양자는 친생자와 마찬가지로 상속권을 가진다. 민법 제882조의2(입양의 효력) 제1항은, “양자는 입양된 때부터 양부모의 친생자와 같은 지위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가끔 망인에게 친생자가 없고 양자만 있는 경우에 망인의 형제자매 등 가까운 혈족들은 양자로 인해 자기들의 상속권이 침해되었다고 생각하고, 입양요건이 결여되었다는 등의 이유로 상속회복청구를 하기도 한다. 아래에서 입양과 관련된 법률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2. 입양의 형식적 요건

존속이나 연장자가 아니면(민법 제877조), 성년자이든 미성년자이든 입양을 할 수 있다.

양자가 될 사람이 성년인 경우에도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가정법원은 부모가 정당한 이유 없이 동의를 거부하는 경우에 양부모가 될 사람이나 양자가 될 사람의 청구에 따라 부모의 동의를 갈음하는 심판을 할 수 있다.(민법 제871조) 또 배우자가 있는 사람은 그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야만 양자가 될 수 있다.(민법 제874조 제2항)

양자가 될 미성년자는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만, ① 부모가 제869조제1항에 따른 동의를 하거나 같은 조 제2항에 따른 승낙을 한 경우, ② 부모가 친권상실의 선고를 받은 경우, ③ 부모의 소재를 알 수 없는 등의 사유로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민법 제870조)

또한 미성년자를 입양하려는 사람은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가정법원은 양자가 될 미성년자의 복리를 위하여 그 양육 상황, 입양의 동기, 양부모(養父母)의 양육능력,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제1항에 따른 입양의 허가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민법 제867조) 가정법원은 양자가 될 사람이 13세 이상의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 입양을 승낙한다.(민법 제869조)

3. 사례 - 입양의 형식적 요건을 구비하지 못한 경우 입양의 효력

요즘은 그런 경우가 드물지만, 과거에는 친생부모가 자녀를 양육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면 자식이 없는 집 대문 앞에 갓난 아이를 두고가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면 그 집 부부는 집 앞에 버려진 아이를 거두어 자기들의 친생자인 것처럼 출생신고를 하고 양육을 하였다. 양부모는 양자라는 사실을 양자에게 알려주지 않았고, 양자는 당연히 친부모라고 생각하고 함께 살다가 양부모가 사망했다는 케이스를 상정해보자.

이러한 경우에 앞에서 본 입양의 형식적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게 됨은 당연하다. 양부모가 양자에 대한 친생자 출생신고를 함에 있어 입양의 형식적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여 양자에 대한 친생자 출생신고가 입양의 효력이 인정될 수 없어 무효인지 여부가 문제로 된다. 입양의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면, 양부모가 사망하더라도 양자는 상속인이 될 수 없다.
 

4. 입양의 요건 및 효력에 관한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당사자가 양친자관계를 창설할 의사로 친생자출생신고를 하고 거기에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모두 구비되어 있다면 그 형식에 다소 잘못이 있더라도 입양의 효력이 발생하고, 양친자관계는 파양에 의하여 해소될 수 있는 점을 제외하고는 법률적으로 친생자관계와 똑같은 내용을 갖게 되므로 이 경우의 허위의 친생자출생신고는 법률상의 친자관계인 양친자관계를 공시하는 입양신고의 기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판시(대법원 2001. 5. 24 선고 2000므1493 전원합의체 판결)하고 있다.

또한 대법원은,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구비되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입양의 합의가 있을 것, 15세 미만자는 법정대리인의 대낙이 있을 것, 양자는 양부모의 존속 또는 연장자가 아닐 것 등 민법 제883조 각 호 소정의 입양의 무효사유가 없어야 함은 물론 감호ㆍ양육 등 양친자로서의 신분적 생활사실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다”라고 판시(대법원 2000.6.9.선고 99므1633, 1640판결)하고 있다.

5. 사례의 경우에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구비되어 있는지 여부

가. 입양의 합의

입양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먼저 당사자 사이에 입양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입양은 일종의 신분행위이므로 입양을 하려는 사람과 양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입양의 의사표시를 하여야 한다.

그러나 양자가 될 자가 의사능력이 없는 어린아이라면 스스로 입양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민법은 양자가 될 자가 13세 미만인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이 입양을 대락하도록 하고 있다.(민법 제869조 제2항) 한편 법정대리인의 소재를 몰라 동의 또는 승낙을 받을 수 없어서 입양의 성립이 지연된다면, 아동의 복리는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침해되므로 이 경우에 예외적으로 법정대리인의 대락이 없어도 입양이 성립하도록 하고 있다.(민법 제869조 제3항 제2호)

그리고 양자가 될 자가 13세에 달하면 스스로 입양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 묵시적인 추인도 가능하다. 대법원은 “구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69조 소정의 입양승낙 없이 친생자로서의 출생신고 방법으로 입양된 15세(구민법에서 입양의 승낙능력이 생기는 연령은 15세였다) 미만의 자인 甲이 입양의 승낙능력이 생긴 15세 이후에도 계속하여 자신을 입양한 乙을 어머니로 여기고 생활하는 등 입양의 실질적인 요건을 갖춘 이상, 甲은 그가 15세가 된 이후에 乙이 한 입양에 갈음하는 출생신고를 묵시적으로 추인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일단 추인에 의하여 형성된 양친자관계는 파양에 의하지 않고는 이를 해소시킬 수 없다”고 판시(대법원 1997. 7. 11 선고 96므1151 판결)하였다.

나. 양자와 양부모간에 입양의 합의가 있었는지

양자에 대한 출생신고의 경위 및 그 후 양육상황 등을 살펴보면, 양부모가 양자에 대한 출생신고를 할 당시 양자와 사이에 양친자관계를 창설하려는 명백한 의사가 있었다 할 것이다.

또한 양자의 실제 부모가 양부모의 집 대문 앞에 양자를 놓아둔 것은 양자의 법정대리인인 양자의 친생부모가 양부모에게 묵시적으로 양자를 입양 승낙하고 동의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양자나 양부모가 양자의 친생부모나 친족들이 누군지 전혀 몰라 입양의 승낙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법정대리인의 대락이 없어도 입양이 성립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양자가 입양의 승낙능력이 생긴 이후에도 양부모가 사망할 때까지 친부모로 여기고 생활해온 점을 고려하면, 양자는 그가 15세가 된 이후에 양부모가 한 입양에 갈음하는 출생신고를 묵시적으로 추인하였다고 봄이 상당할 것이다.

다. 감호ㆍ양육 등 양친자로서의 신분적 생활사실이 수반되었는지

양부모가 생전에 양자를 끔찍이 아끼고 사랑하면서 정성껏 양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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