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현안
자료실
[박보균 칼럼] 시진핑의 `신 조선책략`
2014.07.10 Views 2286 관리자
[박보균 칼럼] 시진핑의 `신 조선책략`
박보균대기자
그의 수사학은 사람 나열로 강화된다. 그는 서복(徐福), 김교각, 최치원, 공소(孔紹), 김구, 정율성을 거론했다. 한·중 관계의 연륜을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그는 조선조 허균의 시 구절을 읽었다. 다수 한국인에게 낯선 구절이다. 그의 한국 알기 정성은 돋보인다. 그는 임진왜란을 언급했다. “양국 군민은 적개심을 품고 어깨를 나란히 해 전쟁터에 나갔다(同仇敵愾 竝肩作戰). 명나라 등자룡(鄧子龍)과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순직했다.”
그 순간 강연은 장엄해진다. 그는 “중국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부지, 상해 윤봉길 의사 기념관, 광복군 주둔지가 있다. 감동적이고 잊을 수 없는 역사”라고 했다. 그의 역사 회고는 실감 난다. 긴밀함이 강조될수록 역설이 작동한다. 거북하고 부담스럽다. 양국 관계에 곡절 많은 명암 때문이다. 왜란과 임정시절 중국의 도움이 컸다. 하지만 약소국의 설움도 뼈저렸다.

시진핑의 강연은 19세기 말 『조선책략』을 연상시킨다. 그 책은 청나라 외교관 황준헌(黃遵憲)이 썼다. 러시아의 진출을 막으려는 전략서다. 그 수단은 ‘친(親)중국, 결(結)일본, 연(聯)미국’이다. 조선은 황준헌의 권유를 실천하려 했다. 시진핑 강연은 ‘신 조선책략’으로 다가온다.
21세기 중국의 전략은 동북아 신질서 구축이다. 그것은 시진핑의 ‘중국 몽(夢)’에서 핵심 요소다.
동북아의 기존 질서는 한·미·일 삼각 협조다. 그 협조 틀의 해체가 중국의 목표다. 그 틀의 약점이 노출됐다. 한·일 관계는 최악이다. 일본 총리 아베의 역사 도발은 폭주 상태다. 한·미 사이는 미묘하다. 일본의 집단 자위권 공세는 그 기류를 확산한다.
중국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것이 시진핑이 서울에 온 이유일 것이다. 그는 평양 방문을 미뤘다. 중국 외교의 우선순위는 한·미·일 공조의 균열이다. 중국은 한국의 ‘탈미(脫美), 반일동맹’을 유도하고 있다.
시진핑의 강연은 그 의도를 드러냈다. 은유를 섞으면서도 노골적이었다. "역사는 고칠 수 없다. 미래는 만들 수 있다.”(歷史無法更改 但未來可以塑造) 그가 내놓은 제안은 한·중 역사 공조다. 일본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시 주석은 박근혜 대통령과 회담에서 역사 협력을 제안했다. 내년 광복행사(중국 항일승전)의 공동 주최다. 우리에겐 고민거리다.
시진핑의 ‘아시아’ 깃발은 미묘하다. “아시아는 아시아 사람의 아시아다”(亞洲是亞洲人民的亞洲)-. 강연 속 그 말은 오래 다듬어졌다. 지난 5월 상하이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와 같은 맥락이다. 회의는 중국 주도의 안보 틀을 짜려는 구상을 담았다. 핵심은 미국의 아시아 개입 차단이다. 그곳에서 한·미동맹의 설 자리는 좁아진다.
시진핑의 한국 접근은 정교하다. 그것은 박근혜 외교의 딜레마다. 한국 외교는 시험대에 올랐다. 한반도는 지정학적 매력을 갖고 있다. 한·미동맹은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인다. 한·미동맹의 약화는 한국의 존재감을 떨어뜨린다. 중국, 일본의 태도는 달라진다. 한·미동맹과 한·중 동반자 관계는 공존할 수 있다. 그 조화와 진화에 외교 역량이 집중돼야 한다.
역사 협력은 전략적 신중함을 요구한다. 중국의 동북공정 때문이다. 그 논란은 잠복상태다. 동북공정도 역사 왜곡이다. 고구려와 발해를 고대 중국의 지방정부로 설정한다. 아베의 탈선에 대한 응징은 우리 기량으로 해야 한다.
시진핑 강연은 중국의 장래를 그린다. “이웃과 평화, 협력하는 겸손의 나라.” 대다수 한국민은 그에 대한 평가를 유보한다. 외교 수사는 한계가 있다. 다수 한국인의 시선은 실천을 주시한다. 그의 강연의 본심과 진정성은 외교 무대에서 드러날 것이다.
박보균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