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현안

자료실

자유지 3월호 안보논단]중국의 대(對)한국관과 우리의 안보전략

2018.04.03 Views 1464 관리자

중국의 대(對)한국관과 우리의 안보전략

지해범
조선일보 동북아시아연구소장
 
 
▶ 중국인의 집단 기억과 중국몽 중국 공산당 문건에는 정형화된 역사관이 자주 등장한다. 그 핵심은 다음과 같다. <오랜 기간 세계 최강의 제국이었던 중국이 19세기 중반 유럽의 작은 섬나라 영국과의 아편전쟁(1840년)에서 패한 이후 한 세기 동안 제국주의 열강의 반(半)식민지로 전락한 것은 군사력이 약했기 때문이다. ’역사적 피해자‘인 중국은 이제 부국강병(富國强兵)을 통해 과거의 치욕을 씻고 위대한 중화제국의 영광을 재현해야 한다.
이것이 모든 중국인의 역사적 책무다.> 이 역사관은 시진핑(習近平) 주석부터 초등학교 어린이까지 모두가 공유하는 일종의 ‘집단기억’이다. ‘집단기억’은 사회 구성원이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행동한다는 점에서 무섭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내건 중국은 2010년 일본을 제친데 이어, 2050년까지 미국마저 추월해 세계 1위의 초강대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것이 ‘중국의 꿈(中國夢)’이다.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나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출범은 미국을 견제하고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미중의 거대한 전략적 대결은 이미 시작됐다. 중국은 먼저 동북아에서 미국의 힘을 밀어내고, 다음으로 태평양을 미국과 공유한 뒤, 마지막으로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미국을 압도하여 전쟁 없이 세계패권을 장악하려 한다. 이 큰 그림에서 한반도 전략을 읽으려면 중국인들의 ‘집단기억’ 속에 한반도가 어떻게 각인되어 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 중국인의 한반도관 중국 정부가 청소년들에게 가르치는 역사 교과서에는 시대별 영토 지도가 실려 있다. 서한(西漢:BC202~AD8년)시대 지도는 한반도 북부를 ‘서한’ 영역으로 표시하고 있다(사진 참조). 고조선 멸망 후 설치한 한사군(漢四郡/현도,낙랑,임둔,진번군) 영역을 뜻한다.
당(唐)대 지도(사진 참조) 역시 백제와 고구려 땅 대부분을 중국 영역으로 표시하고 있다. 통일신라의 실제 영역이 청천강~원산까지였던 것과 비교하면, 한중의 역사관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은 이런 내용을 청소년들에게 가르친다. 청나라 외교관 황준헌(黃遵憲)은 1880년 일본에서 조선 관리 김홍집에게 ‘조선책략(朝鮮策略)’을 건네주었다.
이 책에서 황준헌은 “중국과 조선은 문자가 같고 정교(政敎)가 같으며 지리적으로도 매우 가까워 중국 내지(內地)의 군현(郡縣)과 다름없는 관계다. 조선은 마땅히 중국을 섬겨 한 집안과 같음을 저들(러시아)이 알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을 중국의 일개 군현 정도로 여긴 것이다.
이러한 한국관은 장개석(蔣介石) 국민당 정부로 이어진다. 장 정부는 1944년 2차 대전 종전을 앞두고, 미-영과 함께 ‘한국문제연구강요초안’을 작성하면서 다음과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종전과 함께 진행될 연합국 측의 한반도 군대 파견 시 중국군도 함께 파견한다. 한강 이남은 영국-미국군이, 한강 이북은 중국군이 진주한다. 군대의 수는 중국군이 4, 영-미군이 각각 1의 비율로 한다.
새로 창설될 한국군은 중국의 지원 아래 만들어진 한국광복군을 중심으로 한다.” 전쟁이 끝나면 한국을 독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영향력 하에 두려했다는 것이 확인된다. 모택동(毛澤東)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한국전 참전 결정 직후 모스크바에 가있던 주은래(周恩來)에게 보낸 전보에서 이렇게 말했다. “팽덕회(彭德懷/중국 인민지원군 총사령관) 보고에 따르면, 미군과 한국군이 (중국군의 참전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평양~원산 선에서 진격을 멈출 것이다. 이 경우 우리는 싸우지 않고 국가 방위선을 평양~원산 선으로 확대할 수 있다.” 모택동의 영토욕심이 편지에서 드러난다.
 
▶ 중국의 속내를 냉철히보아야 시진핑은 작년 4월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한국은 사실상 중국의 일부였다(Korea actually used to be a part of china)란 말을 했다. ‘한반도는 중국 영역이니 미국은 손 떼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이러한 사료와 발언을 종합하면, 중국은 예나 지금이나 한반도를 속국으로 여기고 있고, 한반도를 다시 손에 넣기 위해 군사외교 역량을 총동원할 것임을 알 수 있다.
한국에 당장은 북한이 위협이지만, 길게 보면 중국이 더욱 큰 위협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의 속셈을 읽었다면, 한국은 주권과 영토를 지키기 위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먼저 중국이 한반도 통일과 북한 비핵화를 도와줄 것이란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중국은 한국 주도의 통일을 원치 않으며 현상유지를 원한다. 중국 입장에서 한국은 장차 포용해야할 대상인데, 만약 한국 주도로 ‘강대한 통일한국’이 탄생하면 중국의 한반도 장악이 불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한국의 자유민주체제가 중국 공산당 독재를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선 한국의 통일을 도와주어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이 무너지지 않도록 원유와 생필품을 지원한다. 

▶ 중국의 한미동맹 파괴 전략 경계해야 한국은 중국의 한미동맹 파괴 전략도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중국은 아시아에서 미군을 몰아내기 위해 항모 건조 등 해군력을 강화하는 한편, 미국의 아시아 동맹 중 ‘가장 약한 고리’[중국 학자의 발언]로 평가되는 한미동맹부터 해체하려 한다. 중국의 전략은 한국인들 스스로 미군철수를 결정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한국이 한미동맹보다 한중관계로부터 얻는 이익이 크다고 여겨야 한다.
중국이 한국과 FTA를 체결해 한국의 대중 경제의존도가 30%에 육박하고 큰 흑자를 누리게 한 것에는 이런 의도가 숨어있다. 한국은 또한 (대중)외교에서 주권과 영토 보전,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원칙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 사드 갈등의 경우, 한국이 처음부터 “안보주권에 관해 어떤 나라의 간섭도 배제한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중국의 요구를 거부했다면, 지금처럼 경제보복이 오래가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은 2000년대 초 사드 레이더 2기를 배치하면서 중국의 반발에 부딪혔지만 일체의 요구를 무시하고 배치를 강행하자, 중국도 더 이상 시비를 걸지 않았다. 중국의 사드 시비는, 사드를 꼬투리로 하여 한미동맹의 틈을 벌리려는 전략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만약 한국이 사드 철수를 결정하면, 그것은 곧 미군철수의 시작이 될 것이다. 군사적 측면에서 우리 정부는 장차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이겨낼 수 있는 자위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 특히 북한이 끝내 비핵화를 거부하면, 미국과의 은밀한 협의를 거쳐 자체 핵무기 개발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이를 공개할 필요는 없고 NCND 하면 된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북한은 물론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대등하고 건설적인 협력과 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댓글 0개

비밀번호 확인
작성 시 설정한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