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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지3월호 안보논단]평창올림픽 이후를 철저히, 꼼꼼히 준비하자
2018.04.03 Views 1356 관리자
평창올림픽 이후를 철저히, 꼼꼼히 준비하자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
2017년 11월 29일 북한은 화성-15형 미사일 시험발사 직후, 재진입 능력을 대외에 실증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성명을 통해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켓강국의 대업” 달성을 재빨리 선언했다. 그 배경에는 다양한 이유가 작용했겠지만, ‘핵무력 완성’ 선언 자체가 정책적으로 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특히, 북한이 핵무력 완성선언 이후 지금까지 전략적 도발을 중단한 채, 정부의 ‘평화-평창’ 올림픽 노력에 적극적으로 호응해 온 점을 볼 때 북한의 정책적 계산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서해 통신선이 재개되고, 북한 선수단과 태권도 시범단이 경의·동해선 육로를 이용하고, 마식령 스키장 합동훈련을 위해 양양-원산간의 하늘길이 열리고, 이어서 예술단을 태운 만경봉 92호의 묵호항 입항으로 바닷길도 열렸다. 올림픽 덕에 대북제재의 예외사항이 인정되어 그동안 굳게 닫혀있었던 남북간의 물리적 통로들이 모두 열렸을 뿐만 아니라, 미국제재 리스트 명단에 있는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유엔제재 리스트 명단에 있는 최 휘 노동당 부위원장 겸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의 방남도 가능해졌다. 이러한 결과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남북 모두에게 남북관계 및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평화적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절박성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평창 동계 올림픽 이후 북한의 3가지 행보
그런데, 문제는 평창 동계올림픽 계기로 보인 거침없는 북한의 활발한 행보가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다. 크게 3가지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첫 번째 행보는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북한의 선전장으로 최대한 활용하고 4월 한미연합훈련을 계기로 남북관계를 급속히 냉각시키는 것이다. 북한은 전략적 도발은 자제하면서 책임을 남한 당국에 돌리고 핵탄두와 탄도로켓들의 대량생산과 실전배치 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다며 ‘남한 때리기’와 한반도 불안정을 조성시키고자 할 것이다. 두 번째 행보는 북한의 대남 비난은 여전히 있겠지만, 남북관계를 급격하게 냉각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완급을 조절하며 남북관계 회복가능성을 시사하며 국제사회의 제재망으로부터 한국을 분리시키고자 할 것이다. 즉, 한반도 안정과 평화의 당사자가 남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한민족 공조를 강조하고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 및 주변 국가들의 견고한 대북제재 공조망을 이완시키는데 남북관계를 활용하고자 할 것이다. 이는 북한이 추구해 온 한미동맹의 균열 및 분리 전술과도 일맥상통한다. 세 번째 행보는 광명성 5호를 위한 은하3호 로켓 발사, 재진입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화성-14형 혹은 화성-15형 추가 시험발사, 고체연료 기반의 새로운 유형의 SLBM, ICBM 시험발사 등을 통해 북한의 강력한 의지를 2017년에 이어 계속 과시하는 경우다. 이 행보는 앞의 2가지 행보에 비해서 대내외에 치러야 하는 비용이 높다.
그런데 북한이 3가지 행보 중 어느 행보를 밟든, 명확한 점은 남북관계는 교류 수준을 넘어설 만큼의 회복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정치 군사적으로 남북 간에 의미 있는 합의가 이뤄지기 위해서나,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이 미북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남북 모두 ‘포스트-평창’ 상황이 되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추구하고자 했던 각자의 셈법을 다시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되고, 그에 따른 더 큰 도전과 과제를 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할 것이다. 문제는 남북 모두 대내외 상황이 한층 더 불리하게 작용하는 환경 속에서 차수가 높아진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미국의 행보
한편, 북한의 화성-15형 시험발사 후 미국은 지난 12월에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서(NSS), 2018년 1월의 국가방위전략서(NDS) 요약본과 트럼프 대통령 연두교서, 그리고 2월의 핵태세보고서(NPR)를 통해 북한의 위협을 더욱 강조하며 비핵화를 강도 높게 요구하고 있다.
2017 국가안보전략서에서는 북한을 17차례 언급하며, “압도적 무력으로 북한의 침략에 대응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을 향상” 시킬 것을 강조했고, 2018 국가방위전략서에서는 외교로 북핵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군사옵션과 힘이 뒷받침 되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 연두교서에서 미 본토에 대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임박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상황에 대한 안주와 양보는 침략과 도발을 불러왔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또한 상당한 시간을 탈북자 지성호씨가 자유를 찾아 남한 땅을 밟기까지의 험난했던 노정을 언급하며 미국이 존재하는 이유, 그리고 미국의 젊은이들이 전 세계에서 피를 흘렸던 이유가 바로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음을 강조하며 북한의 인권문제를 부각시켰다. 2018 핵태세보고서에는 북한을 50차례나 언급하며 핵 사용가능성이 높은 적대세력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은 특히 핵위협에 처한 동맹국가와 미본토를 방어하기 위해 각 상황에 맞는 맞춤형 억제를 통해 대응능력의 유연성과 신뢰성을 향상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핵 3축 체계의 현대화와 성능을 개량한 저위력 핵무기를 통해 전술적 차원에서의 핵사용 위협도 철저히 대응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주요 전략서들에 담긴 대북 메시지와 최근 언론을 통해 회자되고 있는 ‘코피작전’을 종합해 볼 때, 미국의 메시지는 명확한 것 같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이 완전히 소진되면, 북한은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을 치르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북한뿐만 아니라 우리를 비롯한 주변 국가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따라서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냉철함과 신중함, 그리고 신뢰성이 요구된다. 북한과 미국은 사실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나갈 방향과 패를 다 보여줬고, 미국과 북한 모두 정책 변화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의 정책과 선택은 어떠해야 하는가? 지금부터라도 대응방향을 재점검하며 다양한 상황에 따른 대비방안들을 철저히, 꼼꼼히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