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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지 6월호 안보논단]남북정상회담의 성과와 과제

2018.07.12 Views 1420 관리자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와 과제

-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조남훈 -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지난 427일에 판문점에서 개최되었다. 비록 유엔사령부 관할의 공동경비구역 내에 위치하나, 엄연히 군사분계선 남쪽의 한국 땅인 평화의 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회담의 주 의제가 북한 핵폐기였기 때문이다.

올해 초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한국의 평창올림픽 개최를 축하하더니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의 의지를 내비쳤다. 작년 말까지 계속되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무색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그러더니 북한은 421일의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서를 통해서 핵무력경제병진노선의 완결을 선언하고 급기야 경제건설 집중전략을 새로이 선포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남북관계 발전, 군사적 긴장완화, 그리고 평화체제구축 및 비핵화 등이었다. 먼저 남북관계 발전 의제를 살펴보자. 남과 북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6개 항목에 합의하였는데 여기에는 민족자주의 원칙, 고위급회담 등 각 분야 대화 개최, 개성지역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각계각층의 협력과 교류 활성화, 이산가족친척 상봉 진행 및 10.4선언에서 합의한 경제협력사업 수행, 동해선 및 경의선 등의 철도와 도로 연결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한편, 남북정상은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3개 항목에도 합의하였다. 일체의 적대행위 중지, 비무장지대의 실질적 평화지대화,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의 평화수역화, 남북교류를 위한 군사적 보장대책 수립과 각종 군사회담의 개최 약속 등이 그것이다.

마지막으로 남과 북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및 비핵화 관련 4개 항목에 합의하였는데 불가침 합의의 재확인 및 엄수, 군사적 신뢰구축 진전 이후 단계적 군축 추진, 올해 종전선언과 차후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그리고 마지막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번 남북 합의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제시된 10.4 공동선언의 세부 내용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 10.4 선언의 정신을 계승할 뿐만 아니라 당시 합의하였으나 실천하지 못했던 여러 사업을 다시금 추진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상회담 합의문에는 당시에는 없던 몇 가지 새로운 용어와 합의사항 등이 포함되어 있어 우리의 눈길을 끈다. 이를 살펴보자.

첫째, 남북한 합의에서는 처음으로 완전한 비핵화라는 용어가 사용된 것이다. 비록 이것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를 뜻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있으나 북한이 이와 같은 용어의 사용에 동의했다는 것은 분명히 진일보한 조치라고 판단된다.

둘째, ‘북방한계선이란 용어가 처음 사용되었다. 주지하다시피 이제까지 북한은 북방한계선을 해상 군사분계선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에 북방한계선남쪽으로 서해 경비계선을 만들어 이를 군사분계선이라고 주장해 왔다. 특히 북한은 북방한계선이 실체조차 없는 선이라고 주장하면서 용어조차 언급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에 합의한 104 선언에서도 북방한계선이라는 용어는 사용되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이번에 북방한계선이 명시된 것은 분명히 진일보한 상황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북한의 북방한계선 인정을 의미하는지는 불분명하다.

셋째로 비록 공동연락사무소이기는 하나 연락사무소의 개성 설치가 명문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남과 북은 연락사무소를 운영하지 못하였으며 상호 간 연락은 핫라인을 통해서 이루어져 왔었다. 하지만 남북관계 악화를 반영하여 이마저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지 오래되었다. 따라서 이번 정상 간 핫라인과 공동연락소사무소 설치는 남북 상호간의 오해를 줄이고 소통을 증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판단된다.

마지막 특징은 다음 정상회담의 시기 및 장소가 명시되었다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긴장이 사라지고 평화체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남북 간 합의사항이 반드시 규정화, 정례화 및 국제화되어야 한다. , 규정화를 통해서 상호간의 해석 불일치를 최소화시키고 정례화를 통해서 지속적인 협의를 이어가며 국제화를 통해서 합의의 불가역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회담의 정례화, 특히 권한과 책임을 가진 정상들의 회담 정례화는 성공적인 남북관계 발전 및 비핵화를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회담에서 평양에서의 다음 정상회담 개최를 못 박음에 따라 남북정상회담 정례화에 한 걸음 다가섰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우리 안보에 어떤 함의를 줄까? 현 단계에서 남북정상회담의 안보측면 함의를 도출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제시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인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 방안은 이제 곧 개최될 북미정상회담에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된다.

북한은 비핵화의 보상으로 요구할 체제보장방안에 대해서 아직까지 함구하고 있다. 따라서 북미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를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비핵화 방안은 미국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CVID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방식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평화체제가 어떤 식으로 결정될지 는 상당히 모호하다. 북한은 현재까지는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 매티스 국방장관은 이미 주한미군 주둔 문제의 의제화 가능성을 언급한 상황이다. 반면에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을 것 같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이러한 것들이 미래 한반도 안보질서의 모습을 그리는 데에 어려움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정상회담 결과가 우리 안보에 미치는 파급 효과와 함의를 도출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를 살펴보자.

첫째,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군사적 신뢰구축 방안과 군비통제 방안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과 북의 오랫동안의 대치국면 속에서 적대적이고 대립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상호 간의 신뢰를 증진시켜야할 형편이다. 이를 위해서 남과 북은 남북국방장관회담, 군사당국자회담 및 장성급회담 등의 개최와 군사분계선 일대의 확성기 방송 및 전단 살포 중지 등 모든 적대행위 중지에 합의하였다. 또한 남과 북은 비무장지대의 실질적인 평화지대화 및 단계적 군축에도 합의하였다. 우리 군은 이러한 조치들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실무합의 및 이행과정의 관리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본격적인 군축 추진은 한국군 규모 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우리 군은 국방개혁 2.0을 준비하고 있는데 비핵화 국면의 도래로 더 확대된 군 규모 조정을 요구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군 규모 조정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군 규모가 줄어들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를 급격하게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 위협이 감소하더라도 주변국 및 불특정 위협을 고려하여 적정 규모의 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통일 후의 상황을 고려할 때에 급격한 군 규모 조정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둘째,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은 군 규모 조정만이 아니라 군의 역할 및 성격 조정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 위협의 상대적 감소에 따라 지상군의 역할보다는 해공군의 역할 증대가 요구될 수도 있다.

셋째, 평화체제안의 성격에 따라 주한미군 조정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편,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유엔사령부 해체 문제가 대두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과정 중에 최대한의 국가이익을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실 한미동맹 및 주한미군 문제는 원칙적으로 북미 간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한미 양자의 문제이다. 왜냐하면 한미동맹은 한국과 미국이 체결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상과정에서 미국의 북한 주장 수용으로 주한미군의 일부 조정이 발생할 여지도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주한미군 철수는 그 자체로도 문제이지만 그것이 일으킬 수도 있는 남남갈등이 사실상 더 큰 문제라고 판단된다. 심지어 주한미군 철수로부터 유발되는 남남갈등이 비핵화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평화체제 구축과정에서 남남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하면 만약 남남갈등이 발생할 경우 이를 조기에 봉합해야 한다.

넷째, 비핵화 국면에서 군은 굳건한 대비태세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남북 간의 화해 분위기 고조는 군의 대비태세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데 북한 비핵화가 완결되는 그 순간까지 군은 굳건한 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왜냐하면 향후 북한 비핵화가 무산되고 남북이 다시금 대치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순조로운 북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기원한다. 하지만 비핵화 및 북한의 속성상 비핵화의 성공적인 이행은 매우 어려운 과정이 될 수밖에 없다. 비핵화 합의가 중간에 깨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군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하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안보 관련 문제는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심정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항상 굳건한 대비태세가 필요한 이유이다.

비핵화 과정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 군은 위협에 대응하고 위기를 관리하는 집단으로서 모든 상황의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비핵화 및 평화체제구축을 위한 환경 조성에는 적극 노력하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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