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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지 8월호 권두언]국가주권, 국리민북의 근원
2018.11.19 Views 1124 관리자
국가주권, 국리민북의 근원!
박유철(광복회장)
온 민족이 환희에 싸여 기쁨을 누렸던 광복절과 전대미문의 나락과 비탄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경술국치일이 35년의 시간을 사이에 두고 공존하는 8월의 하늘이 또다시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나라를 빼앗겼던 달도 8월이요, 이를 다시 되찾는 달도 8월이다. 이처럼 희비가 극명히 대조를 이룬 달인 만큼, 냉철히 역사를 성찰하며 국리민복의 근원인 국권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모름지기, ‘국가의 이익과 국민행복’의 근원은 나라가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나라가 없다면 국리민복은 결코 성립될 수가 없다. 환언하면, 나라가 있기 때문에 국민의 권리도 있고, 행복도 있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 지구상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있으니까 국민도 주권을 행사하며 자유롭게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 때 우리에게는 일본제국주의에 나라를 송두리째 빼앗겨 주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없었던 뼈아픈 역사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도 국토는 비록 일본에 빼앗겼을지라도 국민과 주권은 여전히 존재했고, 우리의 문화와 정신, 얼과 혼 또한 일제에 잃지는 않았다. 백암 박은식 선생님의 말씀처럼 국토는 강탈당했을지라도 국혼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나라를 되찾을 수가 있었다.
특히 나라 없는 국민의 비극을 후손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한 우리 독립운동 선열들의 목숨과 재산을 버리고, 피 흘린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마침내 나라를 되찾게 된 것이다.
따라서 아직도 8·15 광복을 연합군의 승리로 ‘주어진 것’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매우 잘못된 역사의식을 가진 이다. 물론 우리의 광복은 연합군의 큰 도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독립운동 선열들의 끈질긴 투쟁과 주장, 희생이 없었다면 결코 광복은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 특히 국제사회에서는 절대 공짜가 없다. 우리나라는 독립운동을 통해 되찾아진 것이다. 이런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아는 것에서부터 우리 역사에 긍지가 생기고, 후손들을 위해 희생한 독립운동 선열들에 대한 존경심도 마음에서 저절로 우러난다.
경술국치 또한 단순히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날이 아니다. 당시 부패하고 무능력했던 황제의 나라 대한제국이 일제에 의해 망하고 그날로부터 국민의 주권의식이 싹터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독립운동이 시작된 날이며, 백성이 주인인 주권재민의 국민의식이 ‘자주독립’이라는 시대정신으로 변화된 날이 바로 경술국치일인 것이다.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 이후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국내외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독립운동을 전개하였고, 그 결과 1945년 8월 15일 나라를 되찾게 되었으며, 그 과정은 민주주의 의식이 태동, 성장, 발전하는 시간이었다.
8월을 맞아 남북의 우리 모두는 기쁨을 누리며 아픔을 치유하고, 다시는 이 땅에 비극의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는 민족적 깨달음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광복절은 남과 북의 우리 민족에게 어느 때보다 의미 깊게 다가온다. 올 초부터 조성된 남북화해 무드가 예년과 확연히 다르고, 70여 년 간 갈라졌던 분단의 땅, 한반도에 불고 있는 평화의 바람 또한 심상찮은 까닭이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조성된 남북 간의 화해무드는 4·27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더욱 가속화 되고, 남북회담에 이어 6·12 북미회담까지 성공적으로 성사되면서 빠르면 연내에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북미수교에까지 이르는 평화의 로드맵이 그려짐에 따라 한반도의 안정과 번영에 청신호가 켜졌다.
또한 남과 북이 교류와 협력을 통해 이질감을 극복하고 본래 하나였던 공동체의식을 회복하여 향후 평화적인 방법으로의 남북통일도 염원이 아닌, 실현가능성이 커졌다. 이럴수록 남과 북이 다함께 지난 역사를 깊이 통찰하며 다시는 이 땅에 나라를 빼앗기는 비극도, 나라를 분단케 한 통한의 세월도 재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과 북이 다시는 대립과 갈등, 분단의 과거로 회귀되지 않게 하며 남북관계를 지금보다 더 개선시켜 치유와 회복, 화해와 협력, 공존과 번영을 위해 나아가는 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인 관계가 될 수 있도록 서로 격려하고 이해해 나가려는 노력을 게을리 말아야 한다.
남북의 모두가 환희에 찬 광복절을 지내고 나면, 오는 20일부터는 6일 동안 금강산에서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가 개최된다. 남북의 이산가족이 서로 만나 혈육의 정을 나누는 것만큼 우리가 하나임을 절실히 확인하는 것도 없기 때문에 민족동질감을 회복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우리민족의 애환을 모두 함축하고 있는 8월은 우리 민족 역사발전의 원초적 힘을 잠재하고 있다. 남북회담과 미북회담 이후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스포츠, 철도, 산림 등 각 분야에서의 협력 교류가 이 달에도 계속되고 있는 이 때, 무엇보다도 다시는 나라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깊은 남북의 공동 자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