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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지 11월호 안보논단]공훈에 대한 보답이 튼튼한 국방의 초석이 된다
2018.11.19 Views 1285 관리자
공훈에 대한 보답이 튼튼한 국방의 초석된다
조유빈 시사저널 기자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한 분들을 국가가 끝까지 기억하고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현충일 추념사에서 보훈의 중요성과 국가의 책무를 강조했다. 국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을 때 모든 것을 국가에 바칠 수 있고, 그것이 진정한 애국이라는 의미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이들이 군에서 다치거나 피해를 입었을 때 국가는 그들을 책임지게 돼 있다. 공훈에 보답하는 것, 그것이 바로 국가보훈제도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보훈처는 전국 보훈관서를 통해 보훈제도 설명회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 모든 군 전역자가 국가유공자 등록신청을 할 때 전국 27개 보훈관서의 등록담당 공무원이 등록신청서 작성에 도움을 주며, 등록신청서와 부상경위서만 제출하면 그 외 진료기록과 헌병대 사건조사보고서 등 자료는 육군 등 소속기관에서 제출받기 때문에 별도의 경비가 들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주변에서 국가유공자 신청과 등록에 어려움을 느끼는,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다 당한 부상에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해 고통 받는 군 사고 피해자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2017년 8월 강원도 철원군 육군 부대에서 일어난 K-9 자주포 폭발사고 피해자인 이00 병장이 대표적이다. 부상자 4명 가운데 가장 심하게 다친 이 병장은 전신 55%에 2~3도 화상 판정을 받았다. 현재 민간 화상전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이 병장의 사연은 지난 5월 청와대 국민 청원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이 병장과 그 가족은 “사고 당시 보상 절차와 국가유공자 등록 제도에 대해 구체적으로 듣지 못했다. 마음 한편에는 “군대에서 다쳤는데 국가가 알아서 해 주겠지 하는 믿음만 있었다”고 말했다. 뒤늦게 국가유공자제도를 알게 됐지만 등록 절차 역시 쉽지 않았다. 사고 입증에 필요한 서류 등을 피해자가 직접 준비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이 병장의 어머니는 “대부분의 경우 서류 구비에 어려움을 느껴 많은 경비를 지불하고 행정사나 법무사에 맡겨 진행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고 피해자들도 보훈제도와 관련된 안내와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한 국가유공자 공상군경모임 대표는 “‘전역한 지 오래 지나 국가유공자 제도를 알았다’며 지금 신청해도 되는지 물어오는 군 사고 피해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공상군경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한 군 사고 피해자 역시 국가보훈제도에 대해 알지 못해 전역한 지 33년이 지나서야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할 수 있었다. GP에서 작전수행 중 무릎 연골이 파열된 변00씨(33)는 2008년 전역했지만 최근에 와서야 국가유공자 신청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렇게 국가유공자 등록을 뒤늦게 신청하거나 제도가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군 사고 피해자들이 많지만, 군대나 군병원에서는 평소에 보훈제도에 대한 구체적 교육을 따로 실시하고 있지 않다. 병사들에게 보훈제도를 교육할 의무가 있는 장교나 부사관 등 간부들도 보훈제도를 제대로 모르는 것이 현재 실정이다.
직접 신청하지 않으면 등록 불가능…신청 방법은?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가유공자 등록신청서에 관련 필요서류와 소명자료를 첨부해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관할하는 지방보훈(지)청에 제출해야 한다.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 시 필요한 서류는 등록신청서, 병적증명서 또는 전역증, 가족관계 증명서, 주민등록표등본, 사진 등이다. 전공상이확인신청서, 사망 또는 상위발생 경위서 등 부상이나 사망을 입증할 서류도 필요하다.
상이나 사망 당시 임무와 상황, 기타 참고 사항도 상세하게 기록해야 한다. 치료를 받은 순서대로 치료 병원을 기록하고, 전공사항 입증에 도움이 될 자료가 있으면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 공상 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 서류, 진료 의사의 진단서, 병원 치료를 입증할 수 있는 의무기록사본 등이 필요하다. 공무상 재해 당시 목격자 진술서나 상급자 진술서 등 참고 자료도 있다면 첨부한다.
지방보훈청에 국가유공자 등록신청서가 접수되면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친다. 등록요건에 충족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보훈청은 공상으로 인한 상이정도를 판단하기 위해 지정병원 등을 통해 신체검사를 받을 것을 명령하거나 권고한다. 신체검사 결과 상이정도가 1~7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정되고, 범죄 경력이 없는 것이 판명되면 최종적으로 국가유공자로 등록된다.
일부 돌아가신 참전 유공자나 가족이 없는 유공자의 경우 국가가 직권으로 등록하기도 하지만, 방법 자체를 몰라 등록을 신청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구제 방법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보훈처의 보훈심사위원장을 지냈던 한 인사는 “우리나라가 보훈제도에 있어 신청등록주의를 취한 것은 일본 제도를 모방한 것”이라며 “보훈의 목적을 생각한다면, 군 사고 피해자가 제도에 대해 무지해 신청을 못한 경우 보조적으로 직권등록을 해 국가유공자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유공자 등록 거부 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청구 가능
군에서 다친 사람들은 두 가지로 분류된다. 국가유공자와 보훈보상대상자다. 현재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군인이나 경찰·소방 공무원으로서 국가의 수호·안전 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 훈련 중 상해를 입은 경우’에 국가유공자로 규정한다.
그러나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을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보훈처는 “국가유공자 판단 기준에는 자세한 법령이 있어 직무 범위에 따라 세분화해서 판단한다”며 “근무일지나 병원 기록 등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118명의 의료 전문가, 법률 전문가, 보훈 경력자들이 판단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보훈처의 심사에 문제를 제기하는 피해자들이 많다. 피해자 자신이 부상이나 질병과 직무의 인과관계를 입증한다는 것이 쉽지 않고, 때로는 정확한 진료 기록이 남아있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부상을 당했을 경우 바로 정확한 진료 기록을 남기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보훈처로부터 국가유공자 등록신청이 거부된 경우,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보훈처의 결정에 불복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때는 시기가 중요하다. 행정심판은 거부 처분 통보를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처분이 있은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행정심판청구서를 제출해야 한다. 행정소송은 보훈지청의 거부 처분을 통보받은 날로부터 90일, 처분이 있은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
국가유공자 취업 혜택,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개선해야
우리나라는 국가유공자에 대해 취업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보훈처에 따르면 국가유공자의 경우, 채용시험 시 5~10% 가산점을 부여한다. 보훈청이나 읍∙면∙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취업지원대상자 증명서’를 발급받아 제출하면 된다. 기업체에 취업하거나 교사 채용시험을 볼 때 이 증명서를 첨부하게끔 돼 있다. 6급 이하 공무원 시험을 볼 때에는 답안지 가산 표기란에 이 내용을 표시하고, 합격자 발표 이후 증명서를 제출한다. 국가유공자의 경우 10%, 가족은 5%의 가점을 받을 수 있다.
2017년 국가유공자 취업가능인원(20세~49세) 5만1488명 가운데 24%인 1만2637명이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의 취업지원제도는 지원 대상자들의 부상 종류와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가산점만을 부여하고 있는 방식이라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개인별 맞춤형 지원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는 국민개병제에 기초한 징병제를 취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남성으로 태어났다면 누구나 국방의 ‘의무’를 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군 생활을 하거나, 직업군인의 길을 가기도 한다. 하지만 군 생활은 작전과 교육훈련 등 많은 위험이 내재한 가운데 이루어지기 때문에, 불행하게도 부상 등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는 예비군 훈련을 받다가 부상을 당하기도 한다. 이처럼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희생에 대해 국가는 정당하게 보상하고 보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 보훈제도는 신청주의를 취한다. 국가유공자로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피해자나 유족들이 직접 신청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관련 법률과 규정, 절차, 사례 등을 알고 필요한 자료들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이 녹록하지 않아 등록을 거부당하고 고통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군과 보훈처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국가보훈제도를 안내하고, 피해자들의 국가유공자 신청 등록을 도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헌신한 분들의 희생에 적극 보답하고, 국가가 책임진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국가 안보를 튼튼하게 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