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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지 6월호 호국보훈의 달 특집] 멀리 내다보고, 곁을 살펴보고, 뒤를 돌아보라

2019.07.01 Views 1199 관리자

멀리 내다보고, 곁을 살펴보고, 뒤를 돌아보라

김 중 로

국회의원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1885년 독일의 심리학자였던 헤르만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망각 곡선이라는 가설을 정립했다. 이는 사람이 며칠, 몇 주에 걸쳐 배운 새로운 지식에 대해 의식적으로 복습하지 않는 한 기억한 내용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이론을 담고 있다.

이러한 망각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삶의 많은 부분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준다.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가 이야기 한 것처럼, 인간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밀어내어 정신적 질서와 안정을 찾게 하는 장치를 가지고 있다. 이 장치에 의해 인간은 행복감과 건강함을 느낀다고 한다. 이 장치가 바로 기억의 망각인 것이다.

 

하지만 독일의 철학자인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는 이러한 망각의 장치에 한 가지 중요한 사항을 덧붙였다. 그것은 바로 약속이다. 니체에 따르면 약속할 수 있는 존재란 사회의 규칙과 안정을 만들어 가는 필수요소 이다. 이런 존재가 되기 위해서 인간은 자신에게 있는 자연적인 힘, 즉 망각의 장치를 제거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인간 개개인이 과거의 사고와 행위를 망각하지 않고 기억할 때에 인간의 모임인 사회는 약속을 통해 더욱 안정적이고 발전적으로 성장해 갈 수 있다는 것이.

이렇듯 망각이란 개인적 행위로 한정될 때에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없애주어 행복과 건강을 가져다 주지만, 사회적으로 확장될 경우에는 무질서와 잘못의 반복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우리 사회에 혼란과 불안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에서 설명했듯이 인간은 수 일에서 수 주안에 기억의 절반씩을 잊어가게 된다. 이를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은 복습, 즉 지속적인 되새김이라고 했다.

우리에겐 70여 년이 지나가고 있는 기억이 있다. 망각곡선 이론에 따르면 70년 전 기억이란 사실상 우리의 뇌리에 자그마한 조각조차 남아있지 못할 과거를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아니, 기억해야만 한다. 개인에게는 기억하는 것이 고통이겠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망각하는 것이 불행의 시초가 될 수 있는 기억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625 전쟁이다.

 

1950625일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시작된 625 전쟁은 31개월의 전쟁 기간을 거친 뒤 세계사에 유래가 없을 정도의 긴 휴전 기간으로 지금 이 시각에도 그 진기록을 실시간으로 갈아치우고 있다.

 

625 전쟁 이후 잿더미가 된 대한민국은 다시는 재건되지 못할 것이라는 세계의 우려에 대해 우리 국민은 보란듯이 나라를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는 성과와 66년이라는 기나 긴 휴전기간에 가려져 우리 국민의 기억에서 625 전쟁이 조금씩 망각되어져 가고 있는 것 같다.

 

불행한 역사는 기억을 잊을 때 반복되고, 고통의 순간은 망각하는 순간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우리가 625 전쟁을 망각하지 말아야 할 이유이다.

이를 위해 반 평생 이상을 군인으로 살았던 예비역 장군이자 지금 이 순간에도 국가의 안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국회 국방위 위원으로서 후배 장병들에게 한 가지 당부를 하고자 한다. 기성세대의 가르침이 아니다. 예비역이지만 아직도 군복을 사랑하는 공통점을 가진 군인의 일원으로서 나의 경험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것일 뿐이다.

 

첫째, 장병들이여 멀리 내다보라

 

적지 않은 이들이 요즘 군대가 나약해졌다며 우리 장병들의 전투력을 걱정하곤 한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 신세대 장병들의 저력을 기성세대의 시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일어나는 기우일 뿐이라 확신한다.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설정된 목표 달성을 위해 창의적인 방안을 내놓는 우리 장병들은 전 세계 어느 국가의 장병들과 비교해도 그 탁월함을 인정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문제의 핵심은 일과 이후 휴대폰을 사용하는 장병들의 모습 변화가 아니다. 이들에게 확고한 군 생활의 이유와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는 장교단의 부족함을 먼저 탓해야 할 것이다. ‘까라면 까라는 과거 군대의 속된 표현은 신세대 병사들의 우수한 역량을 저하시키는 가장 큰 적()일 뿐이다.

일선 부대에서 장병들과 동고동락하고 있는 모든 장교단들이 부하들에게 군복을 입고 있는 이유와 방향성을 정확히 전달해 줄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하지만 더욱 이상적인 방안은 우리 병사들 스스로가 그 이유와 방향성을 찾는 것이다.

 

의무복무의 특성 상, 우리 장병들은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군대라는 폐쇄된 공간에 끌려와서 하루 24시간, 2년여의 시간을 허비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각종 교육훈련으로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그냥 생활관에 대기하며 허송세월하는 시간이 너무 많다고도 생각할 것이다. 눈이 내리고 있는데 눈을 쓸고 있는 등의 군대의 많은 활동들이 비효율적이고 쓸데없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악습을 제외한 군대의 모든 정상적 활동은 항전의식을 바탕으로 한 대비태세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가장 큰 것은 ‘24시간의 희생이다. 내가 군복을 입고 가만히 앉아 있는 24시간이, 적으로 하여금 도발의 시간을 찾아내지 못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다 주고있다. 경찰이 서있는 자리에서 강도짓을 하는 무모한 범죄자는 극히 드물 것이다. , 병사 개개인이 국가를 위해 내어 준 2년 여라는 기간으로 인해 적은 도발의 시기를 찾지 못하고, 우리 국민들은 안정과 평화의 시기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개인의 희생이라 볼 수도 있지만, 나 또한 선배 병사들이 국가와 국민, 나를 위해 아낌없이 내어 준 3, 2년 이라는 시간의 혜택을 받으며 살아왔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내가 경계를 서는 이 시간이, 훈련을 받는 이 시간이, 때로는 가만히 앉아 있는 이 시간이 마치 산소와 같이 내 가족과 내 이웃의 생존을 위해 쓰여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말자. 그리고 장병 여러분의 하루하루가 대한민국의 오늘과 내일을 지탱하고 있음을 상기하길 바란다. 내가 있었던 이 자리를 나의 동생과 후배들이 대신 할 것이고 결국 그들의 하루하루는 전역 후 내 인생의 안정을 위한 밑받침이 되어 줄 것임을 꼭 기억해 주길 바란다.

오늘의 고통에 빠져 어차피 해야 할 군생활을 더욱 힘들게 받아들이지 말고, 멀리 바라보고 생각해 주길 당부한다.

 

둘째, 간부들이여 곁을 살펴보라

 

간부들에게 묻고 싶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전쟁터에서 우리 부하들이 공포심이라는 인간의 본성을 이겨내고 적군을 향해 돌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가장 큰 힘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애국심, 명예심, 군인정신 등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들이 병사들을 전사들로 만드는 첫 번째 에너지는 아니다.

 

수십 년간 참전용사들을 조사한 결과, 그들을 용맹한 군인들로 만들어준 첫 번째 힘은 다름 아닌 전우애였다. 내 동료가, 내 후임과 선임이, 내 부하와 지휘관이 희생 당하지 않도록 함께 싸우겠다는 마음이 그들을 평범한 청년에서 용맹한 전사로 바꾸어 준 것이다. , 평상 시 형제보다 친하고 가족보다 믿음직한 동료애를 키울 수 있는 부대육성이 실전에서 승리를 보장하게 되는 것이다.

 

흔히 간부들을 직업군인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그것은 군복을 회사 유니폼 정도로 생각하고 내게 맡겨진 임무를 기업의 업무처럼 인식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의무복무 기간을 마치면 가볍게 떠날 수 있는 병사들과 달리, 언제 어디서나 국가의 부름에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달려가는 프로정신을 가진 군인들을 의미하는 표현이다. 따라서 간부들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함을 넘어 최고의 성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성과는 전쟁터에서 입중되어야 한다. 나의 진급, 나의 인사, 나의 복지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군이라는 조직의 성장, 발전, 안정과 함께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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