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 그 헌법정신을 이어나가자!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Ⅰ.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은?

정체성(identity)이란 어떤 사물이나 존재에 있어 ‘있어야 할 본래의 모습’ 혹은 ‘본질적으로 갖고 있는 특성’을 말한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란 것도 대한민국이 국가로서 성립하면서 본디 갖고 있는 고유한 성격을 가리킨다. 우리 헌법재판소(헌재)는 2004년 10월 21일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 위헌 확인 결정 사건(사건번호 2004헌마554)」에서 “국가의 정체성이란 국가의 정서적 통일의 원천으로서 그 국민의 역사와 경험, 문화와 정치 및 경제, 그 권력구조나 정신적 상징 등이 종합적으로 표출됨으로써 형성되는 국가적 특성”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렇게 볼 때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은 국가형태 면에서는 ‘민주공화국’이고, 체제가치(국가이념)의 면에서 본다면 ‘자유민주주의’라 할 수 있다. 달리 표현하면, 남녀노소, 세대 갈등, 빈부격차를 초월해 우리 국민을 하나로 묶는 정치적 공동체의 정체성 혹은 정서적 통일의 기반은 “자유민주주의 나라 대한민국”이라는 것이다.

Ⅱ. 자유민주주의란?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주의(liberalism)와 민주주의(democracy)의 결합이다. 자유주의는 자유와 인간 존엄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개인의 자발성을 우선시하는 이념을 말한다. 따라서 국가와 사회제도는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개성을 꽃피우기 위해 존재한다고 본다. 이는 ‘내용’을 구성하는 이념이다. 민주주의는 민(民)을 주인으로 삼는 정치사상이다. 어원적으로 보면, 국민(Demos)과 통치(Kratia)의 합성어로 결국 국민의 지배 혹은 다수의 지배를 일컫는다. 민주주의는 ‘형식’을 이루는 이념이며, 주로 수단적 내지 절차적 이념으로 성격 지워진다. 요컨대,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결합된 정치원리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을 세우고 민주적 절차 아래 다수에 의해 선출된 대표자들이 입헌주의의 틀 내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체제를 의미한다.

한마디로 말해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에 의해 향도되고 그 내용이 채워지며 발전되어 나가는 민주주의다. 인류 역사에서 지금까지 수많은 정치이념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진 바 있다. 이 중에서도 자유민주주의가 오늘날 가장 나은 정치이념이자 인간의 생활양식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 이유는 자유민주주의가 자유와 인권의 존중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터 잡고 있고, 외부의 도전에 직면해 끊임없이 자신을 개혁하고 변화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Ⅲ.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와 어떻게 구별되나?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와는 구별된다.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와는 사뭇 다른 이질적인 민주주의까지 아우를 수 있는 까닭이다. 역사적으로도 민주주의 앞에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어 여러 모양으로 체현(體現)된 바 있다. 사회민주주의, 인민민주주의, 민중민주주의, 대중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 대의민주주의, 숙의민주주의 등등. 이와 관련해서 고(故) 이극찬 교수 등 일부 정치학자들은 민주주의의 수식어로 200여 가지 이상의 용어가 존재해 왔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일단의 독재자들은 자신의 정치스타일(특히 독재정치)을 미화하기 위해 민주주의라는 말을 이용하기도 했다. 교도민주주의(인도네시아의 수카르노), 정당 없는 민주주의(이집트의 낫셀), 기본적 민주주의(파키스탄의 아유브 칸), 진정한 민주주의(쿠바의 카스트로) 등이 대표적인 예들이다. 오늘날 ‘세계 최악의 인권탄압국’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북한도 인민민주주의, 조선(우리식)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혹자는 자유민주주의는 자유만 강조하고 평등을 외면한다면서, 자유민주주의보다 민주주의가 더 좋은 것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해석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자유를 강조하면서도 ‘자유와 평등의 조화’를 기하는 것을 그 내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의 차이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또한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를 배격하고 민주주의라는 말을 사용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숨은 의도를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Ⅳ. 자유민주주의 국가정체성 형성 과정은?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정치이념을 채택하게 된 것은 1919년 4월 대한민국임시정부(상해 임정)가 채택한 ‘임시헌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기서는 민주공화제의 채택(제1조), 만민평등 사상(제3조), 언론표현의 자유 및 재산권 등 인권 보장(제4조 및 제5조)을 명시하고 있다. 이 같은 이념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정식으로 수립한 제헌헌법에 의해 계승되었다. 제헌헌법은 전문에서 민주주의 제도 수립과 자유와 행복의 확보를 천명하는 한편, 본문에서 자유와 창의 존중(제5조), 개별적 자유와 인권 보장(제8조 내지 제28조)을 통해 우리 헌법이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고 있음을 직․간접으로 밝혔다. 특히 제헌헌법은 이 한반도에서 국민을 주인으로 삼고 국민을 섬기는 나라(곧 국민국가)를 최초로 건설한 기본법의 역할을 하였다.

이후 1987년에 9차로 개정된 현행 헌법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념을 보다 분명히 하였다. 즉 헌법 전문과 제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채택․구현을 선언하였고, 국가는 인간 존엄성 및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의무를 진다는 점을 천명했다. 더불어 제8조에서 위헌정당 해산 제도를 도입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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