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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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지 8월호 광복절 특집] `가깝고도 가까운` 한일관계의 길
2019.08.30 Views 1128 관리자
‘가깝고도 가까운’ 한일관계의 길
신 각수
前 주일대사
올해로 한국과 일본이 14년의 어려운 교섭과정을 거쳐 1965년 국교정상화를 이룩한 지 54년이 지났다. 당시 양국은 기본조약과 4개 협정을 체결하여 35년 간의 식민통치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고 새로운 한일관계를 열어가기로 합의하였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국교정상화 합의 내용에 불만을 품고 격렬한 반대 데모를 하여 정부는 계엄령을 통해 어렵게 국회 비준을 끝냈다. 그만큼 우리 국민들의 일본 식민통치에 대한 원한은 컸으며, 이로 인해 관계가 정상화 후 상당 기간 정부 주도로 양국 관계가 전개되게 되었다. 특히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충분한 사죄와 반성의 부족은 거의 반세기가 흐른 지금에도 과거사를 둘러싼 양국의 반목과 충돌로 종종 위기를 조성하였고 궁극적으로 역사화해를 통해 미래로 나가는 발목을 잡고 있다. 그래서 여전히 한일 관계를 ‘가깝고도 먼 관계’라 부르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인접국이지만, 심리적으로는 아직 가까운 이웃사촌이 되지 못 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일관계는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 1990년대 초 냉전 종식, 1998년 김대중-오부치 한일 파트너십 선언,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 등을 거치면서 시시포스의 신화처럼 과거사로 인해 발생한 5-6회의 위기를 잘 넘기고 착실히 발전해 왔다. 양국의 경제교류와 인적 교류의 획기적인 발전상이 이를 뒷받침한다. 일본에서 한류 붐을 타고 일본인들의 한국 호감도가 2011년 63%까지 올라갔다. 그리하여 최근 관계가 악화되기까지 전체적으로 낙관적인 미래상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관계가 발전하였다.
그러나 2012년에 들어서면서 한일관계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2011년 8월 헌법재판소가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관한 정부의 부작위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새로이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일본에서도 집권 민주당에서 보수계열에 속하는 노다 총리가 집권하면서 독도에 관한 일본의 도발이 시작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1년 12월 교토 정상회담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타결을 꾀하였으나, 일본의 무성의로 결렬되면서 관계가 경색되었다. 2012년 초 일본 정부는 겐바 외상의 국회 시정연설에서 독도 언급, 다케시마의 날 행사의 중앙정부 차원 격상, 고교 교과서에서의 독도 기술 강화 등 종래 없었던 일련의 도발조치를 취하였다. 결국 그해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이에 이은 천황 한국방문시 사죄 요구 및 일본의 국력 저하 발언 등으로 한일관계는 급전직하로 나빠졌다.
2013년 초 한국에서 박근혜 정부, 2012년 말 일본에서 아베 정부가 각각 출범하면서 한일관계의 리세트를 기대하였다. 그러나 일본의 역사수정주의와 한국의 과거사문제 해결 선행 입장이 충돌하면서 오바마 행정부의 중재노력에도 불구하고 쉽게 개선되지 않았다. 다행히 수교 50주년인 2015년 관계개선의 조짐이 생겼고, 그해 12월 28일 일본군위안부에 관한 한일 합의가 성립되면서 좋은 전기를 맞았다. 그렇지만 양국 정부가 어렵게 맺은 합의를 피해자와 국민들에게 잘 설명하여 충분히 납득시키는 데 실패하면서 문제가 재발하여 한일관계는 다시 경색되었다.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과거사와 협력을 분리하는 투 트랙 기조를 천명하였으나, 일본군위안부문제와 강제징용문제가 부상하면서 전혀 회복의 계기를 만들지 못 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초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에 위자료 보상을 명한 대법원 판결의 이행문제를 둘러싸고 우리 반도체, OLED 패널 제조에 사용되는 3개 물질에 관한 수출허가를 어렵게 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더욱 어려운 국면으로 진입하였다. 그동안 한일 양국은 국교수립 이래 정경분리를 지켜왔으며, 정치관계가 악화되어도 경제에 관한 보복조치를 취하지 않아왔다. 이는 7년간에 걸친 장기간의 관계악화로 인한 상호경원 현상이 양측의 감정적 대응을 불러일으켜 일본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린 것이다.
이렇듯이 한일관계는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어서 매우 우려할 만한 수준에 달하고 있다. 종래에는 한일관계의 경색을 가져온 원인은 주로 과거사 문제였는데 이제는 영토문제, 지정학, 국민감정으로까지 그 영역이 넓혀졌다. 그리고 그 배경도 구조적 요인을 포함하여 다양하다. 그런 점에서 한일관계는 ‘복합다중골절’ 상태에 빠졌다라고 할 수 있다.
과거사문제는 한일관계의 발목을 잡아온 가장 중요한 이슈다. 일본 보수정치 스펙트럼에서 가장 오른쪽에 있는 아베 총리가 집권하면서 ‘강한 일본’을 만들기 위한 애국주의 관점에서 역사수정주의가 힘을 얻었고, 이는 일본의 과거사 인식이 후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편 한국에서는 2011년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2018년 강제징용에 관한 대법원 판결로 과거사문제가 다시 한일관계의 전면에 서게 되었다. 전자는 2015년 합의를 통해 봉합이 되는가했지만 여론의 반대로 2018년 화해치유재단이 해산되면서 그대로 남아 있다. 후자는 현재 한일 정부의 첨예한 대립을 초래한 사안으로 승소한 피해자들이 압류한 일본기업 재산의 현금화가 되면 일본 정부의 대응조치로 결정적 국면을 맞을 위험이 높은 사안이다. 이러한 과거사를 둘러싼 대립으로 일본 내에서는 한국이 과거사에 관한 골대를 계속 옮긴다고 보아 한국 기피•포기 현상마저 생기고 있다. 과거사 문제는 한국이 피해자로 가해자 일본에 늘 도덕적 우위를 가지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일본이 공세를 가하는 ‘입장의 역전’이 벌어졌다. 더 이상의 관계악화를 막기 위해 조기에 이 2개 현안을 외교적 해결을 통해 협력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영토문제는 독도문제이다. 독도문제가 심각해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다. 그 전에 일본 정부는 연례적으로 경비정을 보내 독도 주변수역을 항행한 뒤 우리의 독도 영유에 항의하는 문서를 보내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2005년 시마네 현이 2월 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제정하면서, 독도 해저지명 등록문제, 지리•역사 교과서에 독도 기술, 국회연설에서 외무대신의 독도 언급,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중앙정부 차원 개최 및 정무관 파견 등 독도에 대한 도발 수위를 높여왔다. 독도는 우리가 완전한 주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독도 분쟁수역화 기도를 차단하면서, 우리의 영유권을 뒷받침할 역사적 증거를 수집하고 제3국의 독도 한국영유에 관한 인식을 높여나가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정학 문제는 중국의 부상에 관한 한일 간의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다. 일본은 중국의 부상을 최대위협으로 간주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외교안보정책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중국이 해외시장의 25%를 차지하고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중국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일본과는 온도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에 치중하고 일본과는 대립각을 세우면서 일본 내에서 한국의 중국 경사론이 제기되었고 미국까지 전파되었다. 한일 관계가 나쁜 가운데 전략대화의 기회도 없게 되어 이를 시정하지 못 한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 들어와 동맹을 경시하면서 종래의 한미일 3각 협조체제도 빛을 잃어 그런 현상이 더욱 심화되었다.
국민감정도 상호 인식•이해•기대•신뢰 면에서 상당한 격차가 발생하면서 크게 악화되어 한일관계의 기저를 흔들고 있다. 인식 면에서는 한일 양측이 관계악화의 책임이 서로 상대방에 있다고 본다. 이해 면에서는 과거사에 대한 이해가 한국은 넘치고 일본은 모자란다. 기대 면에서는 한국은 일본이 독일 수준의 반성과 사죄가 필요하다고 보는 반면 일본은 이미 충분히 했다는 차이가 있다. 신뢰는 관계 악화가 길어지면서 서로 바닥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상호감정이 악화되면서 양국 사회에 상호경원이 똬리를 트고 있다.
거기에는 구조적 요인도 자리 잡고 있다. 첫째, 양국의 주류사회가 전후세대로 바뀌었다. 과거 기억이 역사교육으로 잘 전수되는 한국과 그렇지 못 한 일본 간에 역사인식에 괴리가 생기고 역사책임 의식면에서도 엷어져 역사화해에 지장을 초래한다. 둘째, 한일 간의 격차가 많이 줄었다. 1인당 실질 국민소득은 거의 동일한 수준에 도달하였고 삼성, 현대자동차 등 일본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국기업도 늘어나 일본도 한국을 대등한 경쟁자로 의식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한일 간의 국력 차는 국부의 측면에서 아직 상당한 차이가 있다. 셋째, 일본의 보수우경화로 인해 역사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넷째, 한국이 민주화로 국교수립 당시 국력 차이로 인해 발생하였던 미결 문제에 관한 정의를 추구하는 데 대해 일본은 한일관계의 근간이 되는 1965년 체제를 흔들고 있다고 본다. 거기에 외교의 사법화가 한국에서 진행되면서 이를 촉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법과 정의에 대한 한일 양국의 다른 문화도 간극을 증폭시키고 있다. 다섯째, 한일 간의 소통 채널이 노화되고 무력화되는 것도 회복을 위한 기회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과거에는 관계가 나빠지면 정치인이 일종의 평형수 역할을 해서 한일관계에 복원력을 주었는데, 최근에는 오히려 양국 정치인들이 인기영합주의에 의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여섯째, 소셜미디어(SNS)의 발달로 가뜩이나 상호 오해•무지•편견이 많은 양국관계에 가짜뉴스를 범람시키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한일관계의 회복은 과거보다 대립 면이 넓어지고 구조적 요인이 겹치면서 멀고도 험난하다. 그러나 건전하고 안정된 한일관계는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2010년대와 2020년대는 한반도, 동북아, 지구 차원에서 전환기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는 북한의 사실상 핵무장국가화가 거의 완성 단계에 있고 동북아에서는 중국 부상에 따른 미중, 중일 관계가 치열한 경쟁관계에 들어가는 세력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자유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지탱해온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이를 이끌어온 미국의 신고립주의 현상과 범세계적인 반세계화, 인기영합주의, 민족주의, 배외주의 등의 영향으로 기반이 위태로워지고 있다.
이런 전환기는 전략 환경이 매우 불투명하고 유동적인 것이 특징이다. 거기에 지정학이 귀환하고 강대국 정치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이라 우리와 같은 중견국가의 경우 친구를 많이 만들어 ‘해도 없는 항해’를 잘 해나가야 한다. 관계가 나빠서 의식하지 못 하고 있지만 아시아에서 가치 면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가 일본이다. 아시아에서 한국과 일본만이 선진국 그룹인 OECD 회원국으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 인권존중 등 기본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그만큼 협력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양국이 위치한 동북아와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만들어 갈 위치에 있다. 양국은 매년 유엔 총회에서 다루는 의제 가운데 약 70%에 관해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EU,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멕시코 등과 유사한 수준이다.
또한 부상하는 중국의 동아시아 내 비중은 워낙 압도적이어서 세력균형이 어려운 상황이다. 다수의 강대국 간의 세력균형이 가능하고 EU와 NATO로 묶여져 있는 유럽과는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 그런 점에서 한일은 중국이 동아시아의 책임 있는 대국이 되도록 하는데 있어서 자연적인 전략 파트너의 가능성이 높다. 열리고 자유로운 동아시아 지역질서의 구축을 위해 상호 협력해야 할 처지다.
지금은 오랜 관계악화로 어려움이 있지만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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