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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지 10월호 안보논단 `안보환경 변화와 한국군의 과제`
2014.10.06 Views 2090 관리자
안보환경 변화와 한국군의 과제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한 장관의 말처럼 지난 수개월간 우리 군에 근래에 보기 드문 시련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월 북한 소형 무인기 침투 사건을 시작으로 6월엔 22사단 임병장 총기 사건이 일어났고, 7월말엔 28사단 윤일병 폭행사망 사건이 불거졌다. 윤일병 사망 사건의 여파는 아직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근 발생한 병영문화 관련 사건들은 사실 지난 10여년간 곪아왔던 구조적 문제가 터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병역자원은 점점 줄어드는데 군 복무기간은 오히려 단축돼 종전 같으면 먼제되거나 보충역 판정을 받았을 사람들이 현역으로 입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1986년 징병검사 대상자중 현역 판정을 받았던 사람은 51%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뒤 현역판정율은 해마다 높아져 1993년 72%, 2003년 86%를 기록하더니 2010년과 2013년엔 91%까지 높아졌다. 지난해엔 징병검사 대상자 35만4000명중 32만2000명이 현역 판정을 받았다. ”심각한 신체장애가 아닌 이상 모두 현역으로 가게 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판이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8년 뒤인 2022년에는 징병검사 대상자 23만3000명중 22만명이 현역 판정을 받게 돼 현역 판정율이 98%에 달할 것이라는 점이다. 일선 지휘관들 입장에선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들이 지금보다 훨씬 많이 군에 입대하는 재앙과 같은 상황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육군에 따르면 현재 키 159㎝, 몸무게 40.5㎏인 신체검사 3등급인 사람은 7만여명(28%)이고, 심리검사 이상자는 2만6000여명(12.5%), 입대전 범법자는 524명(사단별 10명)에 달한다. 이에따라 육군 관심병사는 지난 6월30일 현재 8만811명으로 전체 육군 병사의 23.1%에 달한다고 한다. 이중 자살 등 사고 가능성이 상당히 있는 A·B급도 2만8164명에 이른다.
이런 현실에는 역대 정권의 복무기간 단축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10월 현역 복무기간이 26개월(육군·해병대 기준)에서 24개월로 줄어들었으며, 그뒤 다시 18개월로의 단축이 결정됐다. 하지만 군 복무기간 단축의 폐단이 속속 나타나자 이명박 정부 들어 21개월 수준에서 복무기간 단축이 중단됐다. 당시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 등에서 24개월로의 환원을 추진했지만 여론의 반대 등을 이유로 실현되지 않았다.
각종 사고예방 등 부대관리에서 가징 기초가 되고 중요한 초급간부 문제도 심각하다는 평가다. 부사관 중 고졸은 72%에 달하지만 전문대재(졸)는 24%, 대학재학(졸)은 4%에 불과하다. 반면 병사들 중 고졸은 21%에 불과한 반면, 전문대재(졸)는 28%, 대학재학(졸)은 51%에 달한다. 학력 괴리에 따른 잠재적인 갈등 요소가 상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문제가 된 육군 28사단 사건에서 병사들을 관리해야할 하사가 주범인 이모 병장을 ”형, 형!“으로 불렀다는 사실은 무너진 위계질서의 단면을 보여준다. 지난해 징계받은 부사관은 3105명이고, 복무 부적합 처리를 받은 사람도 130명에 이른다. 높은 초급장교 순환율도 골치꺼리다. 육군 전체장교 4만6000여명중 매년 소위 7021명이 임관(15%)하는데 이중 5000여명이 ROTC다. ROTC가 초급장교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현역 복무기간 단축에 따라 우수자원들이 ROTC에 지원하지 않아 지휘부의 고민이 많다고 한다.
28사단 사건 이후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가 구성되고 다양한 대책들이 제시되고 있고, 일부는 9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일반부대 주중 면회 허용 등 일부 대책에 대해 일선부대에서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등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유보되기는 했지만 휴대폰 허용 논란도 대표적인 예다. 군 당국은 물론 병영문화혁신위도 조바심을 내지 말고 지휘체계와 위계질서 등 군의 핵심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신중하게 대책을 내놓고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또 군내 구타, 가혹행위 등이 언어폭력, 폭행 등 현세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군은 물론 교육 분야 등 우리 사회 제 부문이 오케스트라처럼 유기적으로 협력해 병영문화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최근 병영문화 이슈 때문에 부각이 되지 않고 있지만 한국군이 안고 있는 과제들은 이밖에도 많다. 우선 적정 국방비 확보 문제다. 군 당국은 국방개혁과 적정 수준 전력증강 등을 위해선 매년 7.2% 수준의 국방비 증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보수정권인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 ‘희망’이 실현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전망이 많다. 기재부가 발표한 ‘2013~2017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이 기간중 국방예산 증가율은 3.9%로 총지출 증가율(3.5%)와 비슷하다. 반면 박근혜정부 역점 분야인 보건복지노동 분야 예산 증가율은 7%에 달하고 교육(5.7%), R&D(4.3%) 분야도 국방분야보다 높은 실정이다. 때문에 전력증강을 위한 적정예산이 확보될 때까지 병력감축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현 국방개혁 추진계획에 따르면 2018년부터 5년간 매년 2만명씩 총 10만명의 병력이 집중 감축돼야 한다. 이 기간중 북한 급변사태가 발생해 대규모 병력이 소요되는 안정화 작전 등을 펴야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심각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등 북한의 WMD(대량살상무기) 위협 증대와 중국·일본 등 동북아 안보정세 변화도 중요한 이슈다. 이제 북한의 핵탄두 장착 미사일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임박한 현실이 되고 있다. 북한의 핵탄두 미사일 기보유를 전제로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와 군이 제시하는 킬 체인(Kill Chain)과 KAMD(한국형미사일방어) 체계는 국민들을 더이상 안심시키지 못하는 듯하다. 유사시 김정은 제거작전 등 북한 권력 핵심을 타격하는 전략 수립과, 정밀타격 및 미사일 방어 능력 보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과 같은 북한의 국지도발 위협에 대해선 말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로 단호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불필요한 확전은 막아야 겠지만 과거 정부에서처럼 무른 대응을 한다면 군은 물론 정권의 존립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이 될 것이다. 필자는 1993년 이후 국방부를 21년간 담당하면서 1·2차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사건 및 연평도 포격도발, 3차례의 핵실험 등 북한의 수많은 도발 현장을 지켜보면서 통수권자, 즉 대통령과 군 수뇌부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잘못돼 대응이 잘못되거나 큰 논란이 초래된 경우를 여러차례 목도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 핵심 관계자, 군 수뇌부가 함께 참여하는 국지도발 위기관리 훈련을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
또 최근 들어 동북아 역내 국가간의 경제적 협력이 증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쟁의 발생과 국가간 갈등은 더욱 증가하는 ‘아시아 패러독스’ 현상이 심화되는 등 동북아 정세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주요 안보변수다. 미국은 ‘아태 재균형’ 전략을 통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있고, 중국은 ‘반접근 지역거부(A2AD)’ 전략 등을 통해 중국 연안에서 벗어나 남중국해 등으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일본은 ‘적극적 평화주의’를 기치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시도하는 등 미국의 지원사격 아래 중국을 견제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높이려 하고 있다. 이런 동북아 정세의 변화는 역내 패권주의 등장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주변 4강 속에서의 생존 전략을 조속히 수립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울러 이르면 5~10년내에 통일 한국군 시대를 맞을 수 있는 만큼 군사통합 세부계획 수립 등 통일시대를 대비한 준비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